성남 티아고, 옛 스승 황선홍 감독에게 '1골 1도움' 비수

[이성필기자] "티아고 운동 정말 많이 했던데요."

옛 제자 티아고(성남FC)를 만나는 FC서울 황선홍 신임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자신의 서울 사령탑 데뷔전에서 티아고를 적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FC를 상대로 서울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27일 부임 후 단 이틀 만 훈련을 지휘한 뒤 이날 성남전에 나선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적장인 '학범슨' 김학범 성남FC 감독은 "기존 최용수 감독이 구축했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나설 것이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예측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황 감독은 "현상 유지가 중요했다. 특별한 변화를 주기가 어려웠다. 회복 훈련하고 경기 치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수비라인에 있던 오스마르를 본래 자리인 중앙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시키는 등 나름대로 실험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하면 좋을 터. 황 감독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며 승리에 대한 기대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순탄치 않은 황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무엇보다 옛 제자 티아고가 황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골과 도움을 해내는 등 만점 활약을 하며 성남의 승리를 이끌었고, 옛 스승 황 감독에게는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티아고는 지난해 황 감독이 포항을 이끌 때 '쇄국 정책'이 풀리면서 영입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였다. 지난해 티아고는 포항에서 25경기 4골 3도움의 평범한 활약을 했다.

시즌 종료 후 포항을 떠나 성남으로 이적한 티아고는 김학범 감독이 짜놓은 지옥훈련 일정을 군말없이 소화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대체로 믿음을 주는 김 감독이지만 티아고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하게 다뤘다. 가능성이 있는데 자신감을 잃고 성남에 합류했다는 판단에서다.

오래간만에 티아고를 본 황 감독은 "운동을 정말 많이 했더라. 몸이 좋아졌더라"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래 스피드가 있고 왼발 킥력도 좋은 선수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시즌 후반부에 오면서 지구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봄에는 참 좋았는데 말이다"라고 되뇌었다.

황 감독의 말대로 티아고는 운동 많이 한 것을 골로 증명했다. 0-1로 성남이 지고 있던 전반 19분 피투의 침투 패스를 받아 미드필드까지 뛰어나온 골키퍼 유상훈을 제치고 수비수 두 명 사이에서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성남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패싱 플레이가 티아고의 동점골로 마무리됐다.

33분에는 서울 수비수 정인환이 김원식에게 연결하는 볼을 중간에 가로채 곧바로 황의조에게 연결해 역전골에 도움을 기록했다. A대표팀의 유럽 원정을 다녀온 뒤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던 황의조에게 단비와 같은 티아고의 도움이었다.

티아고의 결정력은 황 감독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다. 서울 데뷔전 승리를 약속했지만 그저 그랬던 옛 제자의 발전된 모습에 제대로 당한 황 감독이다. 팀 수비의 부실한 면까지 확인하면서 머리 아픈 경기를 한 끝에 서울은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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