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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고별사 최용수 감독 "청춘 바친 서울 떠나 슬퍼"


FA컵 16강전 안산에 2-1 승리로 유종의 미, 중국 슈퍼리그 장쑤 지휘

[이성필기자] "슈퍼매치 패하고 1시간 40분 동안 버스에 갇혀 있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고별전을 치르고 팀을 떠나면서도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 기억이 가장 크게 남았던 모양이다.

최 감독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16강 안산 무궁화전을 2-1 승리로 마친 뒤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경기를 끝으로 최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떠난다. 중국 언론들은 2년 6개월의 계약기간에 총액 105억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별히 눈물이 나지 않았다는 최 감독은 "지난 며칠 동안 상당히 힘들었다. 팬들 때문에 버텼고 만감이 교차했다. 이런 자리에 눈물을 흘리고 그랬던 기억이 없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상당히 슬펐다"라고 말했다.

1994년 FC서울 전신격인 안양 LG를 통해 K리그에 입문해 서울 사령탑까지 오른 최 감독은 "서울에 청춘을 바쳤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구리로 자동적으로 핸들이 움직일 것 같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장쑤에서는 당장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큰 숙제다. 그는 "내 미래는 나도 알 수 없다.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서울 출신 지도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사명감 가지고 일 하겠다"라며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알렉스 테세이라, 조, 하미레스 등 유럽 빅리그를 경험한 브라질 대표팀 출신 자원들과의 관계 설정이 장쑤에서 맞닥뜨리게 될 중요한 일이다. 최 감독은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와 짧은 시간에 신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브라질 선수들은 반듯하고 착한 친구들이다. 선수 때부터 접해왔는데 축구를 즐기고 배려한다. 물론 걱정은 된다. 그렇게 값비싼 선수들 앞에서 내가 해야 될 것은 과감하게 해야 한다"라며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 발휘를 예고했다.

물론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게 마련이다. 그는 "처음 새로운 감독이 새 팀에서 자기 색깔을 내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조급함이 나와서는 안 된다. 약간의 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잘 하고 있는 것은 계승하겠다"라며 천천히 현지 적응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장쑤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얻어 서울과 겨루게 된다면 어떨까, 최 감독은 "그것은 최악이다. 한국 사람이고 그 쪽에서 일을 하게 되지만 서울과 경기를 하게 된다느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라면서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서울에서의 좋았던 기억과 나빴던 기억 모두 수원과의 슈퍼매치였다. 또, 최근 치른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도 포함시켰다. 최 감독은 "슈퍼매치를 이겼을 때 희열을 느꼈다. 표정 관리도 힘들었다, 또, 지난번 우라와와 16강전이 있는데 서로 운싸움이었다"라고 되짚었다. 이어 "(슈퍼매치에서 패한 뒤) 버스 속에 갇혀 1시간 40분이나 있었을 때 앞이 캄캄했다 그런 시간들이 성장의 원동력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추억했다.

후임 황선홍 감독에 대해서는 "신임 감독님은 한국 축구팬들이 인정하는 훌륭한 분이다. 지금보다는 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이 K리그에서 더 뛰어나게 되고, 좋은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좋은 지도자로 팀이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 감독과 질긴 인연이라고 정의한 최 감독은 "내 선배지만 성격이 많이 다르다. 승부 근성은 똑같지만 잘 하리라고 본다. 축구도 그런(빠른 공격) 축구를 선호하시지 않는가. 그런 유형의 선수도 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서울에 막혀 16강에서 멈춰선 안산 이흥실 감독은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 앞으로 최용수 감독이 건승했으면 좋겠다"라며 덕담을 남겼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장으로 오기 전 이례적으로 최 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축하 인사를 전하자 "소주 한 잔 사겠다"라는 답이 왔다고 한다. 이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최 감독이 (장쑤로부터)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에도 해외에서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줬다. 분명 잘 하리라고 생각한다. 이장수 감독처럼 장수하는 감독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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