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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 수업' 한정훈 "배우니 더 어려워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작품, '한 세트 풀로 소화' 목표 세워

[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5-16시즌 V리그에서 팬들에게 가장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팀이다.

선수 은퇴 후 바로 팀 지휘봉을 잡은 최태웅 감독부터가 화제였다. 최 감독이 추구하는 '토털배구'는 시즌 내내 배구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성적도 괜찮았다. 초보 사령탑이 이끄는 팀 답지않게 정규시즌 팀 최다인 18연승 기록을 세웠다.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에게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등 V리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팀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다가오는 2016-17시즌 또 다른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이미 선을 보인 '장신 세터 만들기', 그 주인공인 한정훈이다.

한정훈은 레프트에서 세터로 자리를 바꿨다. 배구는 레프트와 라이트 공격수가 서로 포지션을 변경하거나 센터로 뛰다 양날개 공격수를 맡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다른 자리에서 뛰다 세터로 이동하는 일은 드물다.

한정훈이 시도하고 있는 세터 도전이 주목 받는 이유다. 그가 최 감독에게 세터로 '찜'을 당한 이유는 토스 속도와 손모양 때문이다. 최 감독은 "팀 연습 때 눈에 쏙 들어왔다"며 "노재욱, 이승원 등 기존 세터와 견줘 그 부분은 결코 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레프트 한정훈은 그렇게 세터로 포지션을 변경하기 위해 첫 발을 뗐다. 그는 "지난 시즌 중에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코트에 나갔다"며 "막연히 세터로 뛰는 게 재미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다르다. 한정훈은 "이제 본격적으로 세터 연습을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났는데 한두 가지 알아가다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힘이 더 든다"고 말했다.

현역 선수 시절 V리그와 국가대표팀에서 명세터로 이름을 떨친 최 감독은 한정훈에게 '무게중심과 스텝' 두 가지를 강조한다. 한정훈 지도를 전담하고 있는 세터 출신 송병일 코치도 같은 생각이다.

레프트 자리가 아무래도 더 익숙한 한정훈은 코트에서 밟는 스텝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몸에 익혀야 한다. 그는 "레프트로 뛸 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부담은 당연히 따른다. 한정훈은 "송 코치와 1대1 연습 때는 마음이 편한데 팀 단체 연습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나 때문에 훈련 리듬이 흐트러지고 깨질까 걱정"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팀 동료들도 한정훈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는다. 제주 토평초등학교 시절부터 배구선수로 함께 활동한 친구이자 팀 동료인 이승원은 한정훈에게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한정훈은 "(이)승원이는 세터로서 경험이 더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 말을 해준다"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은 노재욱은 '긴장하지 말고 열심히 연습하라'는 말을 건넸다.

최 감독은 "(한)정훈이는 다른 선수들보다 운동을 더 한다"고 했다. 개인연습 시간을 따로 뒀기 때문이다. 팀 훈련 일정이 끝난 뒤 그는 송 코치와 함께 선수단 전용 숙소인 충남 천안시 소재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 있는 체육관에 다시 나온다.

스텝 훈련은 배구공 없이 진행된다. 세터가 되기 위한 기본이라 몸에 익숙해질 때가지 동작을 반복 해야 한다. 한정훈은 "힘들지만 즐겁다"고 했다. 세터로 성장하는데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

한정훈은 현역 V리거 중 가장 키가 큰 세터다. 196cm의 장신은 매력적인 부분이다. 그가 코트에 나와 전위에 서면 블로킹 포메이션을 따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이점이 생긴다.

한정훈은 "다가올 새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견줘 좀더 많은 시간을 코트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목표는 분명하게 잡았다. 그는 "한 세트만이라도 홀로 책임질 수 있는 세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최 감독이 일단 다음 시즌 한정훈에게 바라고 있는 기대치와 같은 목표다.

조이뉴스24 천안=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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