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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고 뚝심 있었던 지단, 사령탑 반 년만에 유럽 정상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아틀레티코 꺾고 레알 통산 11번째 우승 이끌어

[이성필기자] 그야말로 운 좋은 지네딘 지단 감독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2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기며 통산 11번째 유럽 정상에 올랐다.

역대 두 번째로 같은 연고지 팀끼리 결승전에 '마드리드 더비'였다는 점에서 경기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두 팀은 2013~2014 시즌 결승전에서도 만나 레알이 우승했다. 아틀레티코의 복수가 성공하느냐도 관심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잔인한 승부차기를 택했고 레알의 손을 또 한 번 들어줬다. 질식 수비와 예리한 역습을 앞세워 FC바르셀로나(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등을 꺾고 결승까지 올라왔던 아틀레티코는 레알의 벽에 막혀 또 허망하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레알 사령탑 지단 감독의 기지가 돋보였다. 11년차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을 상대로 지휘봉을 잡은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는 압박감이 큰 무대에서 어떤 지도력을 보여주느냐도 관심을 모았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은 아틀레티코의 수비에 막혀 1무 1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지단 감독은 사실 지도자로서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레알 지휘봉을 잡았다. 레알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을 선임했지만 부진한 성적과 경기력이 계속되자 전격 경질하고 지단을 내세웠다. 1부리그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지단이 과연 팀의 레전드라는 자격 하나만으로 선수단 통솔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까지 나왔다.

선수로서 누구보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지단은 역시 달랐다. 지단은 현역 시절인 2001~2002 시즌 처음으로 유럽 정상을 경험했다. 2013~2014 시즌에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옆에서 레알의 10번째 우승을 함께 했다.

감독 자리에 오른 지단은 선수단을 빠르게 장악하며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잘 활용해 균열 조짐이 보였던 BBC라인(가레스 베일-카림 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만들었다.

결승전에서는 시메오네 감독의 수비까지 모방했다. 전반 15분 세르히오 라모스의 선제골이 터진 뒤 전체 전형을 뒤로 내리고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 위주로 나서, 시메오네의 허를 찔렀다. 후반 1-1 동점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지단 감독에게는 운도 따랐다. 후반 1분 만에 레알은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앙투안 그리즈만의 실축으로 위기를 모면했고 연장전에서는 아틀레티코 수비의 체력이 떨어진 것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레알은 자신들의 경기 스타일과 아틀레티코 스타일을 혼합해 보여줬다.

지단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지쳐서 다리 근육 경련까지 생겼던 베일을 승부차기 세 번째 키커로 배치하는 뚝심을 과시했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호날두를 승부를 결정짓는 다섯 번째 키커로 내세웠다. 초보 감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쉬운 선택이 아니었지만 그는 강하게 밀고 나갔고 성공이라는 도장을 찍었다.

시즌이 끝나면 새 감독 선임도 고민하고 있는 레알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지단 체제로 갈 수 있는 명분도 생긴 셈이다. 그야말로 실력과 운이 모두 따른 지단 감독의 이유 있는 우승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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