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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어화' 유연석, 나쁜 남자를 넘어서(인터뷰)


"새로운 꿈을 꿔야 할 것 같다"

[권혜림기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서도 만족하지 않았다. 안전한 길보단 모험을 택했다. 거칠거나 뻔뻔했던 '나쁜 남자'들은 물론, 세상의 모든 온화함을 품은 것 같은 착한 청년까지, 모두가 그의 얼굴이었다. 이번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다.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하지만 예술적 교감에서 비롯된 또 다른 감정 역시 받아들여야만 했던 천재 작곡가. 영화 '해어화'는 유연석이 택한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지난 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 제작 더 램프㈜)의 개봉을 앞둔 배우 유연석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가수를 꿈꿨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효주는 '해어화'에서 정가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소율 역을 맡았다. 유연석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 역을, 천우희는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연희 역을 연기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윤우는 기생의 아들로 태어나 예명으로 작곡 활동을 하는 인물이다. 소율의 연인이자 당대 최고의 대중 가수 이난영의 히트곡을 만들어내기도 한 캐릭터로, 진정한 예술이란 지친 민중들의 가슴을 달래는 일이라 생각한다.

윤우는 '조선의 마음'을 부르고 싶어했던 소율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유행가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연희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에게 노래를 맡긴다. 연희와 달리 전통적인 장르의 정가에 소질이 있었던 소율은 가수와 작곡가로서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연희와 윤우의 사이에서 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결국 둘도 없는 친구인 연희와 연인 윤우의 관계를 알게 된 소율은 배신감과 복수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유연석은 '해어화'를 가리켜 "질투, 혹은 회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라면 질투에만 포커스가 맞춰질 수 있는데 감독님은 이 영화를 '모차르트와 모차르트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며 "(소율은) 자신의 재능을 믿지 못해 (연희를 향해)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 아닐까 싶다. 스스로의 재능을 믿지 못하는 사람의 회한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우 역에 대해 감독님은 '건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요. 하지만 결국 변심을 해버린 캐릭터이니 고민이 있었죠. 윤우는 본인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사람이에요. 작곡가로서 본질적 소신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죠. '조선의 마음'이나 '사랑 거짓말이' 같은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그 솔직함과 소신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일본군들 앞에서 '아리랑'을 연주했다는 점도 그렇고요."

영화 '올드보이'속 배우 유지태의 아역으로 시작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빛을 보기까지, 유연석의 도전은 쭉 이어져왔다. 스타덤에 오른 후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과 드라마를 통해 부지런히 활동했다. 영화 '늑대소년'와 '건축학개론'에서 보여줬던 이미지 탓에 '나쁜 남자'의 색깔을 기억하는 관객이 많지만, 사실 유연석의 스펙트럼은 선악으로만 구분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넓은 편이다. 영화 '제보자'와 '은밀한 유혹' '그날의 분위기' 등 비교적 최근에 작업한 영화들만 살펴봐도 그렇다.

"사실 저라는 배우를 계속 시험해보고 있는 것 같아요. 유연석이라는 배우가 어떤 배우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어떤 하나의 이미지를 두고 그에 맞게끔 편하게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출연 기준에 두진 않았던 것 같아요. 도전적일 수 있지만 다른 시도들을 해보게 됐죠. 조금은 저에게서 보이지 않았던, 경험해보지 않았던 질감의 캐릭터들을 계속 만나보려 노력했어요. 그런 인물들을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고요."

'해어화'가 언론 배급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뒤 윤우 역을 향해 '나쁜 남자'라는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유연석에게 또 한 번 '나쁜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자신이 배역에 몰입하며 느낀 감정과는 조금은 다른 감상이었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로 또 돌아왔다'는 글을 봤는데, 촬영할 때는 정말 윤우가 나쁜 남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아티스트로서 굉장히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이 사람이 악인이라 느끼진 않았죠. 그런데 아무래도, 시나리오 단계에서보다는 영화에서 윤우와 연희의 감정이 조금 편집되다보니 윤우가 급히 변심한 것으로 보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애초 윤우는 연희를 보고 그간 찾던 뮤즈였다고 느낀 것이지 또 다른 사랑이라는 생각에 접근한 것은 아니거든요. 본인의 감정이 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스스로 혼란에 빠지게 되듯이요."

유연석은 과감한 스텝을 밟아왔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 위험 부담이 적은 배역을 택하는 대신 자신을 자극하는 작품과 캐릭터에 끌렸다. 그는 "그런 면에서 부담감이 없다면 안될 것 같다"며 "물론 같은 이미지나 같은 연기라도 부담이 없지는 않다. 해왔던 연기라 해도 어떤 환경, 어떤 배우와 만나냐에 따라 늘 다른 호흡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매 작품 부담감을 느끼는 건 같아요. 그런데 그런 부담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지는 않아요. 설렘일 수도, 도전을 앞둔 긴장감일 수도 있죠. 하나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부담도 될 수 있지만 다른 시도들을 과감하게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팬들이 '작품마다 다른 얼굴들을 보게 되는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칠봉 역으로 저를 많이 알게 되시긴 했지만, 저를 좋아해준 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이후에도 계속 다른 인물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신선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면에서 호감을 느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러 편의 작품들을 통해 대중에 또렷한 존재감을 남겨왔지만 "아직은 꿈을 이뤄가는 과정인 것 같다"는 것이 유연석의 이야기다. 꿈을 완전히 이뤘다는 만족감을 느끼기에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단단한 각오다.

"배우가 되는 것이 어릴 때의 꿈이었고 지금도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지금은 정확히 어떤 배우가 됐는지도 모르겠고, 앞으로도 새로운 꿈을 꿔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요. 제가 어떤 배우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서, 시도하는 과정에 있어요. 어릴 때 꿨던 꿈을 더 꿔야할 것 같아요. 지금 배우가 됐다고 생각해버리면 꿈이 다 없어질 것 같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꿈을 꿔야할 것 같아요."

'해어화'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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