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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1분]전반 13분, '수원 정신' 끝까지 보여준 염기훈


이른 시간 부상에도 뛰겠다는 의지, 병원 다녀와 벤치 끝까지 지켜

[이성필기자] 승패와 상관없이 '왼발의 달인' 염기훈(32, 수원 삼성)의 정신력은 수원 선수단을 하나로 묶기에 충분했다.

수원은 26일 일본 가시와시 히타치 스타디움에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벼랑끝 경기를 치렀다. 홈 1차전에서 2-3으로 패해 2차전에서 2-0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하는 위기 속에 나선 경기였다.

공격적으로 선수 구성을 한 수원은 득점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연히 공격 선봉에는 염기훈이 있었다. 염기훈은 왼쪽 날개로 출전해 김창수가 포진한 가시와의 오른쪽 측면을 거칠게 흔들었다.

전반 4분 염기훈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슈팅을 하는 등 상대의 예상을 역이용하는 재치를 보여줬다. 오른발 가로지르기도 시도해 허를 찔렀다.

하지만, 전반 6분 수원이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 나왔다. 김창수와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염기훈이 쓰러지며 왼쪽 갈비뼈 부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염기훈은 고통을 호소하며 가슴을 부여잡고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서정원 감독의 표정도 굳어졌다.

염기훈은 5분이 지난 뒤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투혼을 발휘했던 것. 그러나 더 이상 뛰기 힘들었던 그는 13분 서정진과 교체돼 물러났다. 수원에는 큰 악재였다. 염기훈은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올 시즌 염기훈 없는 수원은 상상하기 어렵다. 세트피스, 패스, 슈팅 등으로 모든 공격을 만들다시피 한 그였다. 16강으로 오는 과정에서 염기훈은 계속된 공격포인트로 수원을 이끌었다.

염기훈이 부상 당한 것이 수원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다. 선수들은 치열하게 몸을 날렸다. 26분, 염기훈이 평소 해주던 역할을 왼쪽 풀백으로 나선 양상민이 해냈다.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가로지르기를 했고 이를 정대세가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가시와 골망을 흔들었다. 다득점이 필요한 수원에 귀중한 선제골이었다.

후반에는 서정진이 세트피스의 키커로 나서고 좋은 패스를 찔러넣으며 활력소 역할을 했다. 선수들이 염기훈의 몫을 나눠 해내는 듯한 모습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이런 수원의 투지는 후반 9분 구자룡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페널티지역 안에서 혼전 중 집중해 몸을 던지며 왼발로 슈팅해 골로 연결했다. 집념의 결과였다.

하지만 수원은 아쉽게 두 골 차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후반 21분 실점하면서 2-1 추격을 허용했다. 그래도 선수들은 또 골을 넣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추가골을 위해 쉼없이 공격을 시도하며 투혼을 불태웠다. 그 사이 염기훈은 병원에서 돌아와 벤치에 앉았다. 수원 정신을 벤치에서라도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야속하게도 수원은 더 이상 골을 넣지 못한 채 2-1 승리로 경기를 끝냈다. 원정 경기에서 이기고도 수원은 1차전 2-3 패배로 인해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염기훈의 투혼을 모든 선수들이 함께 했다는 의미는 있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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