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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 형을 보내야 하는 마음 때문에…무겁게 뛴 손흥민


골 넣기 위해 의욕 보였지만 PK 실축하는 등 아쉬움 남겨

[이성필기자]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까, 정확도 높은 손흥민(레버쿠젠)의 슈팅이 이상하게도 골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손흥민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27일 우즈베키스탄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선발 출전이었다.

한국 대표팀이 믿고 쓰는 손흥민은 이날 특별한 축구화를 착용하고 나왔다. 대표팀 맏형 차두리(FC서울)의 국가대표 은퇴경기였다. 누구보다 차두리를 믿고 따르는 손흥민 입장에서는 그냥 보낼 수 없었고, 축구화에 태극기와 함께 '두리형 고마워'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손흥민은 개인 용품 후원사에 특별한 축구화를 제작해 달라고 요청해 이날 착용하고 나왔다. 대표 소집을 두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소속팀 레버쿠젠 간 차출에 이견이 있었지만 손흔민은 "휴식이 없어 많이 피곤하지만 내가 구단을 설득했다. (차)두리 형의 은퇴식이라는 중요한 행사가 있어 꼭 가겠다고 했다"라며 차두리 은퇴경기에 특별한 마음을 보였다.

축구화는 차두리를 향한 손흥민의 예우이자 애정 표현이었다. 때문에 뉴질랜드전은 그에게 특히 각별했다. 형을 위해서 골을 넣고 싶었다. "내 은퇴식은 신경 쓰지 말고 이기는 경기를 해달라"라는 차두리의 당부도 있었다.

손흥민 스스로도 경쾌한 플레이가 필요했다. 앞선 우즈벡전에서는 후반 15분 남태희(레퀴야)와 교체됐다. 누적된 피로 탓에 몸이 무거워 드리블이 중간 차단되는 등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뉴질랜드전에서 해결사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세트피스의 키커로 활약하던 손흥민에게 38분 결정적인 골 기회가 왔다. 한교원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상대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관중석에서는 차두리를 연호했지만,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경기장은 골을 열망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손흥민은 부담을 안고 나선 채 오른발로 슈팅을 했고, 안타깝게도 골키퍼에게 방향을 읽히며 선방에 막혔다. 골을 놓친 손흥민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차두리에게 골 선물을 해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차두리는 예정대로 전반 43분까지만 뛰고 김창수(가시와 레이솔)와 교체됐다. 손흥민은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떠나는 차두리를 바라봤고, 차두리가 다가와 안아주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에 패하며 울먹거리던 손흥민을 달래주던 차두리였다. 둘은 또 한 번 짠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프타임, 은퇴식에 등장한 차두리는 동료 선수 한 명씩 악수를 해주다 손흥민을 꼭 안았다. 이미 차두리가 선수 대기실에서 나오자 울먹거렸던 손흥민이었다. 무거운 감정을 안고 전반을 뛴 손흥민에게는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심기일전한 손흥민은 후반 오른쪽 측면으로 자리를 옮기며 계속해서 한 방을 노렸다. 승부처에 강한 결정력만 나와주면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차두리에게 멋진 선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점을 찍지 못하고, 18분 이재성(전북 현대)과 교체돼 물러났다. 손흥민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뉴질랜드전이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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