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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 오픈트레이닝에서 본 '명과 암'


대표팀에 환호하는 팬들, 이를 씁쓸히 지켜보는 대전 시티즌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가 A대표팀과 팬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오픈트레이닝 데이'를 갖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팬들이 대표팀의 훈련장을 찾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한국은 익숙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벗어나 늘 가까이 있는 대표팀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대표팀 소집 기간 중 팬 공개 훈련을 하고 있다.

24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소집된 대표팀은 25일 대전으로 옮겨 여장을 풀었다. 오는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A대표팀이 대전을 찾은 것은 2005년 7월 동아시안컵 중국전 이후 10년 만이다.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질랜드와도 평가전을 치르는 대표팀은 25일과 29일 팬 공개 훈련을 한다.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의 대표팀 오픈트레이닝에는 500여 축구팬들이 찾았다.

경기장에 오기 힘든 평일 오후 5시였지만 열성 팬들이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몰려왔다. 교복을 입은 여중, 고생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들은 선수 이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소리를 지르는 등 대표선수들의 몸짓 하나에 열광했다.

A매치의 서울 중심주의를 버린 대한축구협회의 정책 전환과 적극적인 마케팅이 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낸 결과다. 여기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K리그 클래식, 챌린지(2부리그) 경기를 자주 찾아 이정협(상주 상무) 등 새로운 얼굴들을 발탁하고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면서 팬들의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커졌다.

이날 팬 공개 훈련에서는 재미난 장면도 있었다. 축구협회 관계자가 직접 슈틸리케 감독과 대전 출신인 박건하 감독에게 마이크를 쥐여주고 인사말을 전하게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적극적으로 대표팀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2002 한일월드컵 때 대전에 온 적이 있다며 15년 만에 다시 찾은 대전과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건하 코치는 대전에 가족과 친지들이 산다며 대표팀에 대한 응원을 부탁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단 21명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 두 벌을 들고 응원을 열심히 한 팬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응원 경쟁을 유도했다. 일순간 관중석은 콘서트장으로 변모했다. 너무나 응원 소리가 크다 보니 슈틸리케 감독이 통역관을 통해 관계자의 멘트를 자제시킬 정도였다.

경품 유니폼 한 벌은 김현경(15, 문화여중) 양에게 돌아갔다. 김 양은 손흥민의 영문명인 'SON'을 도화지에 만들어 친구 두 명과 함께 흔들다가 행운을 얻었다. 김 양은 손흥민을 보기 전 지하철 대전월드컵경기장 화장실에서 옷매무새를 재점검하는 등 나름대로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학생회장으로 활동한다는 김 양의 말은 걸작이었다. 그는 "어젯밤 꿈이 너무나 예사롭지 않았다. 샤워하는 꿈을 꿨는데 이런 행운이 올 줄은 몰랐다. 원래는 수업 종료 후 방과 후 활동을 해야 했는데 선생님이 사정이 생기셔서 훈련을 보러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따랐다. (27일 경기) 1등석 티켓 구매를 위해 아침부터 은행에 가서 가장 먼저 구입했다. 손흥민은 미래의 내 남편이다"라며 재치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 온 축구팬들을 씁쓸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있었다.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대전 시티즌 구단 직원들이었다. 대전은 올 시즌 챌린지에서 클래식 승격 후 개막전부터 3경기에서 3연패를 기록 중이다. 광주FC와의 개막전에는 1만1천857명의 관중이 찾아줬고 대전은 0-2로 패했다. 한 직원은 "이렇게 팬들이 많이 오다니 반성해야 될 것 같다"라며 대표팀과 대전 시티즌에 대한 팬들의 열기 차이에 씁쓸한 심정을 전했다. 유니폼을 받아간 김 양도 이날 처음 경기장에 왔다고 한다.

오죽하면 손흥민(레버쿠젠)이 K리그와 대전 시티즌을 위한 응원의 말을 해줄 정도였다. 손흥민은 "대전이 아직 클래식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좋은 팀이고 클래식에 잔류할 수 있다"라며 대전을 응원하면서 팬들의 많은 성원을 바랐다.

조이뉴스24 대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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