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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1분]전반 43분, 풀라디의 퇴장이 부른 '나비효과'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벌여 이라크 승리, 한국이 원하는 상황 됐네

[이성필기자] 23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이란-이라크의 8강전. 경기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친 최고의 1분은 전반 43분 이란 메드라드 풀라디(알 샤하니야)의 퇴장 장면이었다.

이란-이라크전은 양 팀뿐만 아니라 이미 4강에 올라 있는 한국에도 중요한 경기였다. 전쟁까지 벌였던 이란과 이라크의 역사적 배경은 두 팀의 맞대결 때면 늘 긴장감을 불러왔다. 지난 2011 카타르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맞붙어 무려 44개(이라크 25개, 이란 19개)의 파울이 나오며 이란이 2-1로 승리한 바 있다. 지난 4일 아시안컵 대비 평가전에서도 이란이 1-0으로 승리해 이라크 입장에서는 설욕의 의지가 강했다.

한국은 두 팀 경기의 승자와 26일 4강전에서 만나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멜버른에서 시드니로 이동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신태용 코치와 함께 다시 캔버라로 이동해 관전했을 정도로 한국에겐 다음 상대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였다.

이란이 먼저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24분 보랴 가푸리(나프트 테헤란)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바로 가로지르기를 했고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이 헤딩골을 넣었다. 여유 넘친 이란은 수비라인을 내려서서 볼 점유율을 이라크에 내주면서도 역습 위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하지만 이날 양 팀을 지치게 만든 장면이 나왔다. 전반 43분 이란의 메르다르 풀라디(알 샤하니야)가 이라크 골키퍼 잘랄 하산(아르빌)이 잡은 볼을 발로 쳤다. 격분한 하산이 풀라디의 가슴을 밀쳤다. 풀라디는 큰 고통이라도 받은양 쓰러져 아픔을 호소했다. 한국만 만나면 발휘되던 침대축구의 전형이었다.

누가 봐도 비신사적인 행위에 헐리우드 액션이 섞인 동작이었다. 벤자민 윌리엄스 주심은 이미 경고를 받고 있던 풀라디에게 노란 카드를 내밀었다. 경고 두 장이 돼 곧장 빨간 카드까지 꺼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번 대회 실제 경기 시간 60분을 넘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침대축구, 헐리우드 액션은 철퇴를 맞았다. 풀라디는 잠시 경기장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이란은 풀라디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로 몰렸고 당연히 고전으로 이어졌다. 왼쪽 풀백 풀라디가 빈자리는 고스란히 이라크의 공격 루트가 됐고 골로 이어졌다. 후반 11분 아메드 야신(외레브로)이 동점골을 넣은 곳도 풀라디가 방어하던 자리였다.

이란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쉼 없이 뛰었다. 거친 플레이로 경고도 속출했다. 이라크가 이후 풀라디의 빈자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90분 내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1-1로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연장전에서도 양 팀은 혈전을 벌였다. 무려 두 골씩을 주고받았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희비가 갈렸다. 이라크가 힘겹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라크는 앙숙을 꺾고 4강에 올랐지만 출혈이 너무 심했다. 선수들이 심하게 체력을 소모해 회복이 절실해졌다. 역으로, 두 팀의 연장 승부를 기대한다던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입장에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침대축구가 일으킨 나비효과는 그 파장이 너무나 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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