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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4강 빅매치'라는 그 위험한 상상


두 팀 모두 8강 넘어야 4강 진출

[최용재기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A조 조별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 올라섰다.

한국은 오는 22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B조 2위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그런데 현재 8강 상대보다 한국의 다음 상대, 즉 4강에서 맞붙을 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이 4강에 올라갈 경우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이 바로 '숙적' 이란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C조 1위를 차지하며 8강에 올라섰다. 이란은 D조 2위와 8강전을 치르는데, 일본, 이라크, 요르단 가운데 한 팀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8강전 상대는 20일 D조 조별예선 최종전이 끝난 후 결정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복잡하고 질긴 '악연'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란 두 팀의 4강 대결 성사에 관심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 이란의 '빅매치'에 대한 기대감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란은 일본 다음으로 감정이 있는 팀이다. 생각만 해도 분노하게 되는 팀, 반드시 넘어야 하는 팀이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란을 만난다면 반드시 설욕해 그동안 당했던 아쉬움과 절망을 만회하려 한다. 이란도 한국에는 질 수 없다는 '독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 축구 강자임을 자부하는 자존심 싸움도 포함돼 있다.

한국과 이란의 4강 빅매치, 물론 성사되면 좋은 일이다. 흥행과 이슈 면에서 최고의 4강 빅매치가 펼쳐지는 것이다. 한국이 이란을 4강전에서 만나 설욕하는 짜릿한 상상도 할 수 있다. 한국이 이란과의 악연을 시원하게 끊어내는 장면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설욕 의지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 타이밍에서는 이란을 만나 설욕할 의지보다, 4강에서 만날 상대를 바라보는 것보다, 먼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 집중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한국이 이겨내야 하는 최대의 적은 우즈베키스탄이다. 당장은 한국-우즈베키스탄전이 빅매치다.

한국-이란 4강 빅매치라는 말 속에는 한국과 이란이 당연히 4강에 올라설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위험한 상상'이다.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8강에 오른 상대는 8강에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다. 만만하게 봐서도 안 되고, 방심하거나 여유를 부려서도 안 된다. 최선을 다해 8강 상대와 싸우고 승리를 쟁취해 다음 무대인 4강에 올라가야 한다.

4강 상대는 그 다음이다. 4강 빅매치도 그 다음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최선을 다해 무너뜨려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우즈베키스탄을 쉽게 이길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언제든지 한국을 잡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진 팀이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가까스로 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월드컵 본선 티켓을 얻었다. 거의 잡힐 뻔했다.

이런 상대와 8강전을 앞두고 4강 상대 이란을 거론한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을 잡은 다음에야 이란을 만날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을 넘지 못한다면 이란전도 없다.

이란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만약 한국이 4강에 올라간다고 해도 이란이 8강에서 탈락하면 한국과의 4강 빅매치는 성사될 수 없다. 이란은 C조 1위로 8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후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이란은 아주 힘겹게 8강까지 왔다. 이란이 8강전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란 4강 빅매치를 상상하는 것은 공허하다. 지금은 8강 상대를 면밀히 분석하고, 8강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방심과 자만은 상대가 약체라 하더라도 의외의 결과를 낳을 위험성을 안고 있다.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과 D조 2위가 만나는, 파란의 4강 대진표가 짜여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축구다.

조이뉴스24 멜버른(호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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