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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 피에, '풀린' 소사…이별에 정답은 없다


한화, 피에 임의탈퇴로 타구단 이적 봉쇄…소사는 넥센 나와 LG 이적

[정명의기자] 재계약 협상에서 비슷한 자세를 보였던 두 외국인 선수의 처지가 극명히 갈렸다. 한 명은 이전 소속팀에서 풀려나와 다른 구단으로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다른 한 명은 한국 내 타구단 이적이 2년 간 불가능해졌다.

피에와 소사의 상반된 처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외야수 피에는 올 시즌 한화 이글스에서 공수에 걸친 좋은 활약을 펼쳤고, 투수 소사는 넥센 히어로즈에서 승률왕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선발진의 한 축을 확실히 담당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원 소속 구단과의 재계약이 불발됐다.

피에와 소사 모두 에이전트가 개입해 다년계약 등 무리한 조건을 요구한 것이 재계약 결렬의 이유로 알려졌다. 한화와 넥센은 각각 피에, 소사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선수의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줄 수 없다고 판단해 결별을 선택했다. 두 선수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일차적인 이유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피에가 임의탈퇴로 묶여 타구단 이적이 봉쇄된 반면 소사는 넥센의 배려(?)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같은 이유로 재계약이 불발된 두 선수지만 그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 셈이다.

한화로서도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 선수를 임의탈퇴시키면 해당 구단은 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2년 동안 가질 수 있다. 국내 타구단 이적이 2년 동안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5년이었던 기간이 지난해부터 2년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에 대한 임의탈퇴 규정은 구단에 악용된 측면도 컸다. 재계약하기엔 성에 차지 않고 타구단에 내주기는 아까운 선수를 임의탈퇴로 묶어 국내 재취업 기회를 막아버렸던 것. 하지만 임의탈퇴의 본래 목적은 외국인 선수가 원 소속구단의 재계약 조건을 거부하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쉽게 떠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만약 피에를 필요로 하는 구단이 한화 외에도 있고, 그 구단이 한화보다 좋은 조건에 피에를 영입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임의탈퇴 규정이 없다면 한화는 어쩔 수 없이 자금력에서 앞서는 구단에 피에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한화의 선택은 임의탈퇴 규정의 본래 목적을 잘 살린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렇다면 왜 넥센은 소사를 임의탈퇴로 묶지 않았느냐다. 넥센도 한화와 마찬가지로 소사의 무리한 요구에 재계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넥센은 소사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줘 결과적으로 LG에 입단할 수 있도록 해줬다. 넥센 역시 소사를 임의탈퇴로 묶는다고 해서 비난 받을 상황은 아니었다.

넥센이 한화와 조금 다른 상황이었던 것은 소사의 대체자로 점찍어둔 선수가 분명히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넥센은 소사와의 재계약 결렬을 선언한 다음날 곧바로 새 외국인 피어밴드와의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피어밴드는 넥센이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던 선수. 한화 역시 피에를 대신할 후보들은 많지만 아직 결정과 계약, 발표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넥센은 구단 차원에서 한 시즌 팀을 위해 노력한 소사를 조건 없이 풀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지만, 소사를 타구단에 내준다해도 넥센이 크게 손해보는 일이 없을 것이란 판단도 저변에 깔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소사는 KIA에서 뛰었던 2012년(3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10.13), 2013년(2경기 1승 평균자책점 9.90) 넥센을 상대로는 약세를 면치 못한 바 있다.

외국인 선수와의 이별에는 정답이 없다. 단순히 남 좋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임의탈퇴 규정을 악용하는 '꼼수'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한화처럼 규정의 순기능을 이용할 수도, 넥센처럼 배려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수의 앞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다만,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두 구단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피에, 소사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쳐주는 것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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