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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감독 "눈물 많은 강동원, 휴먼 다큐도 못봐"(인터뷰)


"원로 배우 김인태, 파킨슨병 투병에도 연기 열정"

[권혜림기자] 강동원이 철부지 아빠로, 송혜교가 화장기 하나 없는 엄마로 변신했다. 압도적인 비주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두 배우가 이전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어색함은 없었다.

청춘 스타의 색채를 벗어던지고 배우의 옷을 입어가던 강동원과 송혜교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제작 영화사 집)을 통해 연기의 폭을 확실히 넓혔다. 간질간질한 로맨스도, 치명적인 멜로도 없지만 두 배우가 지닌 의외의 매력이 스크린을 수놓았다.

영화를 연출한 이재용 감독은 이들의 변신을 가장 가까이서 도운 인물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정사'(1998)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로 대표되던 그의 필모그라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작품. 강동원과 송혜교의 밀도있는 연기는 이 감독의 도전과 더해져 잔잔하고 따뜻한 가족 영화를 완성했다. 이제껏 쓰인 적 없는, 배우의 신선한 얼굴을 발굴해 낸 감독의 역량이 놀랍다.

영화의 개봉과 맞물려 조이뉴스24와 만난 이재용 감독은 "'인생은 아름다워'나 '시네마 천국'처럼 슬프지만 아름답게, 의연하게 인생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들에 늘 관심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스스로 '아니다'라고 느껴지는 작업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런 장르 역시 몰랐던 나의 한 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열일곱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열일곱을 앞두고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가족 관객을 비롯해 넓은 연령층 관객들의 호평을 얻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강동원과 송혜교는 각각 철없는 아빠 대수와 걸그룹을 꿈꾸던 엄마 미라로 분했다. 감독은 이들의 출연에 대해 "의외의 캐스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적역이다' 싶은 캐스팅이 있고 '의외다' 싶은 캐스팅이 있다"고 말을 이어 간 감독은 "전자의 경우 즐겁게 작업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 조금 더 긴장하며 자극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단점을 알렸다.

전작인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에서 소름 돋는 악역을 연기했던 강동원은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 마냥 맑고 순한 인물을 연기했다. 선악을 떠나 신비로운 이미지를 지켜 온 강동원이 큰 폭의 변신을 선보인 셈이다. 배우에게도 감독에게도 단순하진 않았을 도전이지만, 이재용 감독은 배우 강동원이 지닌 진짜 얼굴에서 대수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스스로도 배우들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다"며 "내 판단이 맞았는지는 영화가 나와봐야 아는 것인데, 그럴 때 조금 더 긴장되고 흥분된다. 만드는 재미가 있다"고 알렸다. "이번 영화의 경우 그런 케이스였다"는 이 감독은 "강동원은 최근 몇 년 간 신비로운,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이미지만 보여줬는데 내가 아는 강동원은 순진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눈물도 많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강동원은 슬퍼서 휴먼 다큐멘터리도 잘 보지 못한다더라"며 "그런 면에서 내 직관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이재용 감독은 "제일 기뻤던 건 강동원이란 배우가 시나리오를 읽고 '그간 연기한 인물들 중 (대수가) 나와 가장 비슷하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알렸다.

한편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강동원과 송혜교 뿐 아니라 배우 이성민과 백일섭, 아역 배우 조성목 등이 출연한다. 이성민이 아름을 아끼는 의사로, 백일섭이 아름의 유일한 친구 장씨 역을 연기했다. 조성목은 선천성 조로병에 걸린 대수와 미라의 아들 아름으로 분했다. 지난 3일 개봉해 흥행 중이다.

이하 일문일답

-감독의 필모그라피를 떠올릴 때 가족 영화 연출은 의외의 행보로 다가온다.

"대중적인 영화에 대해 양면이 존재하는 것 같다. 대중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 본연의 창작자로서 과감한 시도를 하는 영화를 만들 것인가. 두 가지가 늘 공존하는 것 같다. 대중적으로 조금 어필했던 영화도 있는 것이고. 이번 영화는 그 지점에서 만나는 것 같다. 인생을 다루는 영화는 늘 해보고 싶었다. 자칫 슬프기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쾌하고 의연하게 자연스러운 감동을 주는 지점이 원작의 미덕과 제가 만나는 코드였던 것 같다. 언젠가 인생을 다루는 영화를 할 때 억지스럽지 않게, 웃고 울고 다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다."

-원작을 읽은 시기도 궁금하다. 감독들은 베스트셀러를 대할 때 늘 영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둘 법 한데.

"출간 당시 화제작이라 읽었다. 재밌었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들 중 (먼저 출간된 단편들보다) 장편인 '두근두근 내 인생'을 먼저 봤는데 코드가 맞는 것이 꽤 있었다. 문장이 좋았지만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제작사(영화사 집)에서 원작을 샀다는 제안이 왔고 다시 한번 영화화 가능성을 생각했다.

처음엔 조로증 소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공감을 이끌 수 있을지 자문했다.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꿈을 현실로,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게 영화 아닌가. 분장에 대한 계획을 듣고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상업적으로 명성이 있는 회사가 원작을 샀으니 대중성에 대한 확신도 있을 것이라 봤다."

-코드가 맞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원작이 좋았던 것은 힘든 상황들을 굉장히 밝고 유쾌하게 의연하게 이겨내는 가족의 이야기가 역설적이었다는 점이었다. 굉장히 감동받았다. 그 지점에서 원작과 개인적 취향이 만났다. 슬픔을 슬픔으로, 코미디를 코미디로 푸는 것보다 다른 감정들이 충돌하며 역설적인 감정을 만드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영화는 아름이라는 소년의 이야기인데 그를 통해서 본 부모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기 나이대에 자기를 낳은 부모를 생각하는 소년.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는 청춘이었을까 생각하는 소년의 모습에 역설과 울림이 있다. 이 이야기는 아파서 꺼져가는 아이의 자기 탄생 설화이기도 하다. 그 아름다운 청춘이 부모가 되고 결국 자식을 키우고 어른이 돼 가는 것을 보는, 그 지점이 뭉클했다. 오히려 과거가 빛날수록 현재가 더 가슴 아픈, 밝고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기 때문에 조금 더 슬플 수 있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강동원 뿐 아니라 송혜교의 연기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엄격히 들여다보면 송혜교가 적절하게 감정을 잘 조절하며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유명 감독과 배우들이 송혜교의 연기를 두고 '그간 연기 중 가장 잘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동료들의 평가 중 '배우들이 잘했다'는 반응이 개인적으로 기쁘다. 결국 호흡이 맞은 거고 내가 그들을 캐스팅해 연기를 뽑아낸 것이지 않나. 연출을 잘 했다는 것보다 배우가 잘했다고 할 때 기쁘다."

-아름의 친구 장씨 역을 맡은 백일섭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역할을 충분히 이해한 연기를 해줬다. 장씨 할아버지로서 느끼는 이야기들이 다 들어가 있는 연기다. '젊은 것들은 젊음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는 대사가 있지 않나. 극 중 장씨의 아버지로 등장한 김인태는 원래 연기를 진짜 잘했던 배우다. 파킨슨 병으로 투병 중이라 5분 이상 연기를 하기 힘드신데 열정을 보이며 연기하셨다. (극 중 대수 아버지를 연기한) 김갑수는 그 나이대에 맞는 아버지의 감정을 연기했다. 각자 자기 세대에 맞는 연기를 했다."

-원로 배우 김인태와 함께 작업한 배경도 궁금하다.

"원래 좋아했던 배우다.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편찮으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셨다. 그 분이 현장에서 쓰러지시는 줄 알고 정말 걱정했다. 몸의 에너지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본인 의지로 연기하셨다. 초반 첫 장면에서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연기하지 않나. 그 장면에서 그냥 그 분이 보이니까 찍는 동안 굉장히 감동스러웠다.

여든 넷의 연세에 당신이 편찮으신데도 배우로서 그렇게 의지를 보이는 자체가 감동스러웠다. '내가 누구지?' 하는 대사가 웃기기도 한데, 의미를 생각해보면 아주 슬펐다. 노배우가 당신 연세의 인물을 연기하셨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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