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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NC 윤형배 '잊지 못할 1군 데뷔전'


1군 2경기서 8피안타 3홈런…성장 위한 밑거름 돼야

[류한준기자] 바라던 1군 첫 무대. 프로 데뷔전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타자라면 데뷔 첫 타석 안타를 치거나 홈런 등 장타를 날려 타점을 기록할 경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팬들도 처음부터 뚜렷한 인상을 남긴 선수를 기억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프로 데뷔전을 잊지 못한다. 첫 상대한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면 그 기억은 오래 간다.

그런데 첫 1군 데뷔전에서 투수가 홈런을 두들겨 맞았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것도 하나가 아닌 3개를 맞았다. 이런 씁쓸한 기억을 안게 된 선수가 있다. 천안 북일고 재학시절 '초고교급 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지난해 신생팀 우선 지명으로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윤형배다.

윤형배는 지난 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제대로 혼쭐이 났다. 그는 이날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3이닝을 던졌는데 탈삼진 3개를 잡았지만 7피안타 5실점했다. 7안타 중 넥센 4번타자 박병호에게만 홈런 2방을 내줬다. 이성열에게도 홈런 한 개를 맞았다.

박병호는 이날 개인 첫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냈고, 박병호의 홈런 퍼레이드에 제물이 된 윤형배는 그 장면을 씁쓸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윤형배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열심히 던졌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박병호와 첫 상대에서 윤형배는 오직 직구만 던졌다. 변화구로 도망가지 않고 리그 최고의 타자와 정면승부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윤형배는 박병호를 비롯한 넥센 타자를 상대하면서 결코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타자들도 타석에서 투수들에게 삼진을 당하지 않느냐"며 "홈런은 언제든 내줄 수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윤형배는 1군 무대에 지각 데뷔했다. 지난해 NC 입단 후 어깨 통증이 발생해 재활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설상가상 퓨처스(2군)리그에서 경기 도중 왼쪽 손목에 타구를 맞아 골절이 됐다. 부상 때문에 그는 1군에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못하고 2013시즌을 마감했다.

부상은 계속 그를 괴롭혔다. 역시나 퓨처스리그였다. 경기 도중 발을 잘못 디뎌 발목을 다쳤다. 윤형배가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에 나와 21.3이닝을 던지고 2패 평균자책점 8.31이라는 좋지 않은 성적을 낸 이유다.

그는 지난 1일 확대 엔트리로 바라던 1군에 포함됐다. 그리고 3일 뒤 데뷔전을 가졌다. 윤형배는 "정말로 1군에서 한 번 부딪혀 보고 싶었다"며 "상대 타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물러서기보다는 정면 승부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결과를 떠나 1군 첫 등판에서 후회되지 않을 만큼 던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윤형배를 1군에 올린 이유에 대해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고 퓨처스리그 일정도 끝났다"며 "부담 없이 1군에 와서 공을 던지는 것도 괜찮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윤형배를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교육리그에도 파견할 계획이다.

윤형배의 성장은 NC 마운드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팀은 내년부터 신생팀 특혜가 없어진다. 외국인투수 엔트리가 한 명 줄어든다. 10구단 kt 위즈를 빼고 기존 8개 구단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윤형배는 1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1군 두 번째 등판 기회를 얻었다. 팀의 5번째 투수로 등판해 두 타자를 상대했는데 안타 하나를 맞았다. 첫 등판 때와 비교해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지만 역시 썩 만족스런 구위는 아니었다.

하지만 윤형배는 이제 출발선상에 섰을 뿐이고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당장 투구내용이 좋지 않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급하게 생각할 이유도 없다. 김 감독은 "(윤)형배는 편하게 마음먹고 던지면 된다"고 격려했다. 윤형배도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2학년 때가 가장 컨디션이 좋았다"며 "지금은 그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아서 몸은 가볍다"고 했다. 알을 깨고 나온 아기공룡처럼 앞으로 무럭무럭 성장할 일만 남았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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