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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송혜교의 인생 연기가 궁금하다면(인터뷰)


"작품에 예쁘게 나오려는 생각, 한 번도 안 해봤다"

[권혜림기자] 배우 송혜교가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제작 영화사집)을 통해 엄마가 됐다. 세련된 패션도, 보송한 화장기도 없는 송혜교에게선 기대치 못한 모성의 향취가 배어나왔다. 선천성 조로증을 앓는 아들을 키우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엄마 미라의 모습이 송혜교라는 가녀린 여배우의 몸으로 재현됐다.

툭 하면 울 일 투성이지만 결코 현실의 고단함에 무릎 꿇지 않으려는 강단. 송혜교 특유의 사슴같은 눈망울에 이런 색채가 투영될 줄은 몰랐다.

실험은 통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연예계 데뷔 20년을 바라보는 송혜교의 '인생 연기'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연기한 엄마 미라는 아직은 철 없는 엄마의 얼굴, 아직은 아들을 보낼 수 없는 애절한 모성애가 두루 버무려져 완성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개봉을 앞둔 배우 송혜교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는 김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17세의 나이에 자식을 낳은 어린 부모와 17세를 앞두고 80세의 신체 나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 아름의 이야기를 그린다.

톱배우 송혜교가 17세에 아이를 가진 젊은 엄마로 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객들의 기대도 일찍이 높아졌다. 다양한 시도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가 이번엔 모성 연기에 도전했다. 송혜교는 "많은 분들이 엄마 역을 할 때 큰 마음을 먹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안 했다"며 "캐릭터 자체가 제 나이 또래였고 정말 큰 모성애를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고 미라 역에 임한 소회를 알렸다.

그는 "지금 현재 저 같은, 친구 같은 엄마의 편안함이었다"며 "철 없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어서 큰 부담은 없었다"고 돌이켰다. 어느덧 30대에 들어선 만큼 엄마 연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고 알리며 "다시 엄마 역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극 중 미라는 장난스럽고 유쾌한 내면을 종종 드러내지만 생활의 고단함에 젖어 있는 인물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현실감을 두려 애썼다. 송혜교는 "화장을 거의 안했다"며 "머리도 퍼머를 해 두고 일어나서 말리고 묶기만 했다. 배우들끼리 톤이 맞아야 한다고 해서 톤만 맞추는 화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다 깨서 현장에 가면 부은 게 그대로 나와 감독님이 좋아하셨다"고도 당시를 떠올렸다.

미모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배우 송혜교가 마냥 소탈한 엄마 역을 소화하기까지 갈등은 없었을까. 그는 "CF나 화보에선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지만 작품에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 작품 자체는 미라와 대수 캐릭터 자체가 외적으로 보여야 할 캐릭터가 아니라 되려 더 편안했고 모니터도 잘 안했다"고 알렸다.

그는 "촬영 후 느낌으로 '이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면 감독님을 믿고 다른 신을 준비했다"며 "강동원과 어쩌다 모니터를 보면 둘 다 부어있어서 서로 '진상 같다'고 했었다. 강동원도 그 당시 살을 찌웠기 때문"이라고 답한 뒤 "되려 그렇게 나온 게 캐릭터에 맞는 것 같더라. 감독님도 좋아하셨다. 예쁘게 보일 곳은 다른 데도 많다. 충분히 꾸밀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 출연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재용 감독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 이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는 송혜교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가장 컸고 꼭 한 번 작업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시나리오를 받아봤는데 남들 다 아는 신파가 아니라, 슬픈 이야기지만 중간 중간 웃음이 나는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며 조로증에 걸린 아이라는 소재 자체도 신선했다.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소재의 영화였기 때문에 그런 면이 마음 아프면서도 많은 관객들이 좋아하시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감독님이 연출하시기 때문에 뻔히 알 수 있는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워낙 디테일하신 분이니 고급스러운 신파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고도 말했다.

극 중 미라와 대수의 아들 아름 역을 연기한 아역 배우 조성목은 '현장의 애어른'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른스러운 배우였다. 매 촬영마다 5시간의 특수 분장을 묵묵히 견뎠다. 송혜교는 "현장에서 (조성목은) 말수도 많지 않았다"며 "우리가 마냥 앞에서 떠들었다. 애교 부리면 아이가 웃어 줬다"고 알려 웃음을 안겼다.

송혜교는 물론 강동원 역시 아이를 향한 감정을 이토록 직접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처음이다. 영화는 너무 일찍 늙어 청춘을 모르는 아들과 아들을 키우느라 청춘을 보내버린 부모의 이야기. 세 식구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때문에 이재용 감독과 세 배우는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기 전 자주 만나 친분을 다졌다.

"원작과는 다르게 감독님이 생각하는 대수와 미라, 아름의 그림이 있다"고 말을 이어 간 송혜교는 "제가 생각하는 미라도 있으니 그것들을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해 많이 만났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래서 많이 친해졌다. 현장에 갔을 때는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의 말미 송혜교는 "오랜만에 따뜻한 가족 영화가 나온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 팬으로서 최근 만나보지 못했는데, 좋은 감독님과 좋은 팀이 만나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그는 "가족들이 볼 수 있는 추석에 개봉하니 영화를 핑계로 가족들이 뭉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바랐다.

한편 '두근두근 내 인생'에는 송혜교와 강동원, 조성목 외에도 이성민이 아름을 아끼는 의사로, 백일섭이 아름의 유일한 친구 장씨 역으로 출연했다.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9월3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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