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능동적으로 제 역할 찾은 기술위원회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끌려다니지 않아, 빠른 대처로 호평

[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들이 있다. '거수기'라든지 '밀실행정', '무능력' 등이다. 대표팀 감독 선임이나 해임, 선수 선발에 있어 어떤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곤 했다.

이는 그동안 기술위원회가 힘이 없는 조직임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협회 수뇌부의 독단적 리더십에 기술위 자체가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보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용수 신임 위원장 체제에서는 기술위가 얼마든지 능동적인 조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회장 직속 기구가 아니라는 여전한 한계에도 이 위원장의 능력과 기술위원들의 의지가 기술위의 위상을 살리고 있다.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62) 전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기 위해 협상을 가졌던 과정을 지켜보면 기술위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위원장은 판 마르베이크 감독으로부터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 원한 연봉 세금 문제와 계약 기간, 주 활동 지역에서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대표팀은 당장 9월 5일 베네수엘라, 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A매치 이전 어떻게든 대표팀 사령탑을 확정한다는 명분에 집착했다면 얼마든지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 원한 조건을 받아들이고 급한 불부터 끄려고 했을 것이다. 그동안 축구협회가 보여준 사례들이 그랬다.

하지만, 이 위원장과 기술위는 침착했다. 감독 선임 조건으로 내건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자 긴급 회의를 빠르게 소집해 판 마르베이크와의 협상 결렬을 확정짓고, 차기 감독 후보군을 넓혀 다발적 협상을 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과거 같았으면 기술위 소집에서부터 시간이 걸렸거나 서로 의견이 달라 기준 확립에 아까운 시간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기술위원 경험이 있는 한 지도자는 "이번 기술위를 보면서 참 놀랍고 부럽다는 생각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니 결론이 빠르게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상근 기술위원을 둔 것이 특히 효과를 보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기술위는 판 마르베이크와 협상에 있어서 드러난 문제점을 냉철하게 시인했다. 거창하게 내세웠던 감독 선임의 까다로운 기준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후보자가 난립하는 등 문제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저 외국인 감독, 내국인 감독 등 광의의 범위로 후보자를 놓고 저인망식으로 찾았던 예전 방식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다. 투명한 일처리로 신뢰성을 높인 것이다.

국내에서 지도자 경험이 많은 신태용 전 성남 감독을 공격 부문 코치로 미리 선임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미리 대비하지 않았다면 9월 A매치 2연전을 아무런 효과 없이 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철저한 준비로 공석인 사령탑에 대한 우려를 일부 잠재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팀 감독 협상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 전직 축구협회 고위 임원은 사견을 전제로 "과거에도 기술 부문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한 적이 있었는데 공염불에 그쳤다. 이제는 체계적으로 순항하는 것 같다. 이 위원장이 그만두고 다른 위원장이 같은 자리에 앉아도 똑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문화 확립이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현재의 위기 탈출용 기술위 강화가 아니라 확실한 독립성 보장과 권한 강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능동적으로 제 역할 찾은 기술위원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