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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과 정상호, 공존할 수는 없을까


"정상호 벤치 멤버 전락, 대단한 전력 손실"

[한상숙기자] "정상호를 살려야 팀이 강해진다."

모 야구해설위원의 말이다. 이재원에게 편중된 이만수 SK 감독의 시선을 돌릴 때가 왔다는 것이다.

이재원은 올해 SK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다. SK의 79경기 중 75경기에 포수로 출장했다. 정상호는 59경기에 나섰다.

1년 만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해에는 조인성이 88경기를 책임졌고, 정상호가 82경기에 출전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재원은 포수로서는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급이다.

이재원은 경험에 비해 안정적인 리드로 SK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블로킹은 이재원이 가장 좋다"면서 그의 능력을 인정했다. 포수로 뛰면서 4할을 넘나드는 고타율로 타격랭킹 1위를 놓치지 않는 것도 놀랍다. 이재원은 11일 현재 타율 3할9푼3리를 기록,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성적은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5월 4할4리였던 월간 타율이 6월 들어 3할3푼3리로 하락했다. 이재원은 "6월 말에는 너무 힘들었다. 고비를 맞았는데, 다행히 곧 회복됐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포수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재원은 타격과 포수 포지션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몇 곱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감독의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상호가 '열쇠'다. 2001년 SK에 입단한 정상호는 올 시즌까지 70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6리를 기록했다. SK 투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베테랑 포수다. 당장 어느 팀에서라도 주전 포수로 활약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그러나 발군의 타격 실력을 앞세운 이재원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이 해설위원은 "타격에서 정상호가 밀렸다. 경기 출전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상호의 최근 포수 선발 출장은 지난 10일 문학 KIA전이었다. 정상호는 이날 선발 투수 채병용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이만수 감독은 "이재원이 (포수를) 계속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대구(삼성전)에서도 (포수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정상호가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재원의 체력 안배 관련 질문에 "이재원이 풀(full)로 뛴 적은 없다. 일주일에 한 경기 정도는 대타로 계속 써왔다"고 답했다. 이어 "(이재원이) 타격을 잘 유지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그런데 체력이 참 안타깝다. 풀로 못 나가나?"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보다, 감독이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맞다. 이 해설위원은 "이재원이 잘하고 있지만, 정상호를 살려야 팀이 강해진다. 이재원을 지명타자로 더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국인 타자 스캇이 부상으로 제외된 상황이라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타격은 뒤지지만 포수로서의 능력이나 경험은 정상호가 이재원보다 앞선다.

또 다른 해설위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해설위원은 "선수의 몸 관리를 하는 이유는 보호 차원이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해서 끌어쓰기 위함이다. 시즌을 길게 봐야 한다. 포수는 여름이 되면 방망이를 들 힘이 없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다. 이재원을 포수로 계속 기용하는 것은 타격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를 적절하게 안배하는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눈에 띄었다. SK는 선발 고효준 등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4회까지 10점이나 내줬다. 이날 선발 포수였던 이재원은 두 번째 타석이었던 4회초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리며 안타를 추가했다.

이미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 무더운 대구 날씨를 고려해 일찌감치 포수를 정상호로 교체했다면 어땠을까. 이재원의 타율과 체력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었던 방법이다. 정상호의 경기 감각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은 8회말에야 정상호를 교체 투입했다. 모든 가능성과 타이밍을 놓친, 의미 없는 교체였다.

이 해설위원은 "주전 포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투수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추면서 서서히 팀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세대교체다. 정상호같은 수준급 선수를 벤치에만 앉혀두는 것은 대단한 전력 손실"이라고 꼬집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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