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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잘못됐나]①'재앙'은 그리스전 박주영 골에서 시작됐다


박주영에 섣부른 믿음 가진 계기, 본선 2경기 출전에 슛 1개로 끝나

[최용재기자] 2013년 월드컵 대표팀 홍명보호가 출항을 알리고 박주영(아스널)은 합류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소속팀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고, 박주영은 이로 인해 한 번도 홍명보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런데 2014 브라질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반전이 생겼다. 지난 3월6일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홍 감독은 박주영을 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다.

아스널에서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임대로 떠돌다 2부 리그 왓포드로 가서도 후보로 밀린 박주영이었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은 "이번이 아니면 박주영을 시험해볼 시간이 없다"며 당당하게 그의 손을 잡았다. 거센 비난 여론이 일어났다. 홍 감독이 박주영만을 위해 원칙을 깼기 때문이다. '의리 논란'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소속팀에 출전하지 못해 몸상태, 컨디션, 경기 감각 등에서 수많은 우려가 있었음에도 박주영은 그리스전에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절묘한 왼발 슈팅으로 그리스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박주영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홍 감독의 승부수는 100% 적중했다.

박주영이 터뜨린 이 1골. 결국은 '재앙의 시작'었다. 박주영의 골로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다. 홍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에 찬사를 보내는 목소리가 커졌다. 박주영이 월드컵 대표팀에 꼭 필요한 인재라며 치켜세웠다. 홍 감독과 박주영의 시너지 효과는 큰 힘을 낸다는 믿음을 줬다. 박주영의 골로 홍 감독 역시 박주영의 손을 잡은 당위성을 인정 받았다.

그리스전 이전 A매치가 미국 전지훈련에서의 참패였다. 국내파 공격수들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로 상승해 있을 때였다. 박주영의 1골은 단번에 박주영을 한국 대표팀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게 만들었다. 팬들도 국내파보다는 역시 관록 있는 박주영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그리스전 단 1골로, 박주영의 월드컵행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박주영의 골을 만들어냈던 그리스전 선발 멤버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선발 멤버로 굳혀졌다. 뜨거운 감자 박주영을 살려냈던 멤버였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월드컵 직전 낙마한 김진수를 대신해 윤석영이 나선 것을 제외하면,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 알제리전에 출전했던 멤버는 그리스전과 100% 일치한다.

박주영은 그리스전 골 이후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봉와직염으로 팀에서 이탈해 홍 감독의 보호 아래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개인 훈련을 실시했다.

박주영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만들어낸 '과오'였다. 전술적으로 팀을 강화시키기보다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은 박주영의 경기 감각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박주영 원톱의 플랜A만 주구장창 훈련하고 실전 점검했다. 박주영이 빠진 플랜B는 한 번도 시험하지 않았다.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주영을 고집하겠다는 의중이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박주영이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당연히 포함된 이후 벌어진 튀니지, 가나전 등 평가전에서 박주영은 모두 선발 출전했다. 튀니지, 가나전에서 연이어 부진했지만 박주영은 월드컵 본선 1차전 러시아전에도 선발로 나섰다. 부진은 이어졌지만 2차전 알제리전까지도 박주영은 선발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3차전 벨기에전에서 박주영은 출전하지 못했다. 비록 벨기에에 0-1로 지기는 했지만 박주영이 빠진 한국은 조별예선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주영에 대한 절대 신뢰가 상대적으로 안타까웠던 부분이다.

끝내 홍 감독의 박주영 카드는 처절한 실패로 돌아왔다. 박주영은 2경기에서 슈팅 단 한 개로 월드컵을 마무리 지었다. 한국은 1무2패, H조 꼴찌로 16강에서 탈락했다. 박주영을 향한 비난, 또 박주영의 손을 잡은 홍 감독에 대한 비난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만약, 그리스전에서 박주영이 골을 넣지 못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홍 감독이 박주영의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손을 잡았다고 해도 월드컵 본선에 자신있게 선발로 내세울 수 있었을까.

확실한 것은 그리스전 박주영 1골에 섣불리 한국 축구의 월드컵 운명을 걸었다는 것이다. 그 1골에 눈이 가려져 다른 것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박주영만 바라봤다는 것이다. 박주영의 1골에 환호만 하지 말고 조금 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했다면, 이런 재앙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미련이 자꾸 생긴다. 대한민국에, 홍명보 감독에게, 박주영에게, 안타까운 월드컵이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브라질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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