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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정원' 엄현경 "내 안의 악녀 본능 깨웠죠"(인터뷰)


청순 배우 엄현경, 악녀 수진 역으로 연기 변신

[이미영기자] 선한 눈망울과 긴머리, 여리여리한 몸매. 청순하고 여성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여배우. 데뷔 이후 줄곧 엄현경의 이미지는 그랬다. 그랬던 그가 웃음기를 싹 지웠다. 독해졌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 변신에 도전해 존재감을 부각 시켰다.

MBC 일일기획드라마 '엄마의 정원'이 아줌마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인기 견인의 중심에는 악녀 엄현경이 있다. 미운 짓을 할수록 갈등 관계는 심화되고, 시청률은 오른다. 악역의 활약과 시청률의 상관관계를 어김 없이 증명한 것. 엄현경은 "숨겨둔 악역 본능이 나오고 있다"고 웃었다.

"악녀 연기로 욕먹고 있어요. 욕먹을 각오는 했는데 막상 유쾌하지는 않더라고요. 인터넷 댓글 중에 '굿닥터 때는 예뻤는데 엄마의 정원에서는 못 생겼다'고 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연기적인 것을 욕하면 받아들일 텐데, 제 모든 것이 싫은가봐요. 그래도 그만큼 잘해내고 있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엄현경이 맡은 김수진은 '미운' 역할이다. 극중 자매인 서윤주(정유미 분)와 차성준(고세원 분)의 사이를 교묘하게 이간질 하고, 부잣집 맏며느리가 되기 위해 차성준의 아이를 임신했다. 유산한 사실도 숨기고 결혼까지 성공한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악독한 표정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주인공의 행복을 방해하는 단순한 악역이지만, 김수진은 마냥 미워할 수 만도 없다. 시어머니로부터 모진 시댁살이를 당하고 있고,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도 얻지 못한다. 가끔 엄현경 스스로도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악역인데도 불구하고 가끔 수진이가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해요. 맨날 울고 있고, 당하기도 하고, 사건을 펼치려고 하다보면 들키고. 2% 부족한 악녀죠. 악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이라 공감을 얻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역을 맡기 전에는 걱정도 많이 됐어요. 박근형 선생님께서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 캐릭터를 대하라'고 하셨어요. 진심으로 수진이를 대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주문을 걸면 제 캐릭터가 나쁘다고 생각이 안들어요. 수진이도 남편을 사랑해서 시집온 건데, 사랑 받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들죠."

데뷔 이후 이렇게 감정의 진폭이 깊은 캐릭터는 처음이다. 도도하고 차갑지만 남편과 시댁 앞에서는 여성스럽고 헌신적인 캐릭터로 바뀐다. 조근조근한 말투지만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애교 많은 며느리지만 이기적이고 못된 딸이기도 하다. 눈물을 훌쩍이고, 오열하는 신도 많다.

"3가지 종류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찍고 있는 느낌이예요. 엄마한테 소리 지르는 독한 딸이 됐다가, 결혼 후에는 시댁 눈치 보면서 우는 며느리도 되고, 시아버지와 남편 앞에서는 애교 떨고. 가끔 제가 다중인격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라 힘들 때도 있어요. 소리를 지르고 울고 나면 온몸에 힘이 쫙 빠질 때도 있어요."

가장 힘든 신으로는 의외로 눈물신이 아닌, 애교신을 꼽았다. 평소 워낙 애교가 없다는 엄현경은 "유독 애교 장면에서 감독님이 '더 해야 한다'고 코멘트를 많이 한다. 저는 담백한 애교를 애교라고 생각하는데, 콕소리나 간드러지는 애교 장면이 많아서 너무 힘들다"고 웃었다.

캐릭터에 몰입을 하지만, 가끔 웃음을 참지 못할 때도 있다. 특히 팽팽한 대립을 보여야 하는 정유미 앞에서 무너질 만큼 사이가 좋다. 상대방인 정유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착한 본성을 지닌 악녀다.

"정유미에게 못되게 소리를 질러야 하는 신이 있는데 웃으면서 하다가 카메라 감독님이 '캐릭터가 언제 바뀌었냐'고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어요. 한 번은 모니터를 하는데 진짜 제가 너무 못되게 굴더라고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미안해, 내가 사과할게'라고 한 적도 있어요. 수진이 시점으로 연기할 때는 잘 모르겠더니, 방송을 볼 때는 제3자 시점이 되니까 미안한 마음이 확 들더라고요. 반대로 고세원 씨도 제게 '이건 연기야. 내가 아닌 성민이가 그런거야' 라는 이야기를 해요."

엄현경에게 '엄마의 정원'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게 한 작품이다. 악역도 처음이지만, 유부녀 역할도, 혹독한 시댁살이 연기도 처음이다. 데뷔 후 줄곧 고수해오던 긴 머리도 싹둑 자르고 귀티나는 청담동 며느리로 변신했다.

'시집살이가 고되지 않냐'는 질문에 "생각보다 시집살이를 호되게 당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야망을 갖고 부잣집에 시집 오면서 나름 각오를 했다. 시누이인 추소영 언니도 저를 괴롭혀야 하는데 편들어주는 측면도 있고, 박근형 선생님의 며느리 사랑이 대단하다.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드라마를 보는 엄마가 몰입을 한다. 제가 시집살이를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슬퍼서 운다. 안쓰럽게 느낀다. '엄마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에게 당한다고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결혼관이 조금은 바뀌었을까. 꿈꾸는 결혼 생활에 대해 엄현경은 "23살 때부터 결혼이 하고 싶었다. 아직까지 못해서인지 결혼에 대한 환상이 크다. 현모양처가 꿈이다. 드라마 속 최성준 같은 남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드라마는 반환점을 돌았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엄현경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엄현경 본인도 궁금하고 기대가 크다.

엄현경은 "개인적으로는 성준이의 사랑을 받고 싶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로맨스도 기대하고 있다. 수진이가 어떠한 악역 본능을 발산할 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막장으로 갈 것 같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개인의 캐릭터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제는 악녀 연기에 대한 '감'이 생겼다는 엄현경, 그녀의 연기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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