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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 "김성배·김승회 등판 필요했었다"


1일 두산전 큰 점수 차 리드에도 9회 투수교체 '이유는 있다'

[류한준기자] 야구계에는 정해진 규칙과 규정 외에 불문율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종목도 비슷하지만 유독 야구에서는 서로 불문율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이런 불문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상대는 감정이 상하고 보복성 플레이가 나오기도 한다.

야구에서 대표적인 불문율은 '타자가 홈런을 친 뒤 과도한 세리머니로 상대 투수에게 모욕감을 주면 안된다' 또는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는 팀은 공격시 보내기 번트나 도루를 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크게 앞선 상황에서 자주 투수 교체를 하는 부분도 해당될 수 있다. 지고 있는 팀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는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7회까지 10-3으로 크게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롯데 벤치는 8회말 수비에서 투수 교체를 했다.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에 이어 마운드에 있던 두 번째 투수 이명우를 내리고 김성배를 올렸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4-5로 점수 차가 더 벌어진 다음인 9회말 두산 공격에서 롯데가 두 명의 투수를 잇따라 바꾼 부분이 두산 벤치의 심기를 건드렸다.

롯데는 9회말 수비에 들어가면서 김성배를 대신해 좌완 강영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강영식이 투 아웃을 잡아냈고 경기 종료까지 아웃 카운트는 하나만 남았다. 이 때 롯데는 다시 강영식을 내리고 최근 마무리를 맡고 있는 김승회로 마운드를 바꿨다. 김승회는 호르헤 칸투에게 안타를 맞긴 했지만 후속타자 오재일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지난 3일 문학 SK전에 앞서 덕아웃을 찾은 취재진에게 1일 경기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송 감독은 "승부가 이미 기울어진 9회 투아웃 상황에서 투수 교체는 아닌 것 같다"면서 "야구의 품격을 위해서라도 이런 장면은 앞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롯데의 9회 투수교체로 마음이 상했음을 알렸다.

김시진 감독이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천 취소된 4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서였다. 김 감독은 "상대팀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는 간다"며 "그러나 (김)성배나 (김)승회가 투구를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는 두산과 지난 주말 3연전에 앞서 4일 동안 경기가 없었다. 이 때문에 두 투수는 등판 간격이 길어졌다. 김성배와 김승회는 5월 25일 울산 KIA 타이거즈전에 나선 것이 1일 두산전 이전 마지막 등판이었다.

김 감독은 "1일 경기에 나오지 않았을 경우 2일 이동일까지 따지면 일주일을 쉬게 된다"며 "(불펜투수가) 너무 오래 실전 투구를 하지 못했다. 그 점을 고려해 등판 지시를 내렸다. 불펜 투구보다는 실제 경기에서 한 타자라도 상대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투수교체 사인을 낸 뒤 두산 벤치를 향해 모자를 벗어 예의를 표했다. 그리고 매니저를 통해 미리 양해의 뜻을 전달했다.

그렇다고 해도 두산이나 송 감독 입장에선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다. 4월 18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는 9회말 13-7로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2사 1루 상황에서 강영식을 대신해 당시 마무리를 맡고 있던 김성배를 마운드에 내보냈다.

김성배는 고영민과 김재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정수빈을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그런데 김성배는 앞서 3일 전 사직 NC전에서 블론세이브를 했다. 에릭 테임즈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김 감독은 김성배의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큰 점수 차에도 등판을 지시했던 것이다.

김 감독은 "팀마다 처한 상황이 모두 같을 순 없지 않겠나"라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의사는 충분히 전달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두산은 롯데와 3연전 첫 날 6-1로 이겼지만 이후 이틀 동안 롯데 타선에게 무려 47안타를 맞으며 37실점을 허용하면서 마운드가 크게 흔들렸다.

한편 롯데와 두산의 다음 맞대결은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 오는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롯데의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3연전이 예정돼 있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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