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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의 대가' 이란, 원정 와서 요구사항도 많네


훈련장 제공 잔디 상태에 불만, 테헤란에서 푸대접 하고도 신경전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일찌감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이란의 트집은 어디 가지 않았다.

이란은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한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9차전을 앞두고 이전과 달리 조기 입국했다.

한국과 이란의 사이는 해가 갈수록 강력한 라이벌로 굳어지고 있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의 관계보다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란의 기록은 깔끔하다. 8경기 6승 2무, 8득점 무실점으로 순항하고 있다. 한국전만 실점 없이 넘긴다면 마지막 상대가 홈에서 시리아다. 무실점 최종예선 통과라는 대기록 작성이 가능하다. 4승 1무 3패(13점) 11득점, 10실점의 한국 입장에서는 부러운 기록이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본선 진출을 위해 꼭 이겨야 한다. 동시에 갚아야 할 부채도 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10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테헤란 원정에서 자동차 공장 구석에 있는 터무니 없는 훈련장을 배정받았다. 고르지 않은 잔디에 그물망 없는 골대를 제공했다.

훈련장 이동 중에는 선수단을 교통체증의 한가운데 있도록 방치했다. 매일 훈련장이 달라지고 그마저도 훈련이 임박해서 통보했다. 한국 기자단이 먼저 예약한 호텔을 자국 선수단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강제 해약하게 했다.

이에 분노한 최강희 당시 대표팀 감독은 "한국이 원정팀에 너무 잘해주는 경향이 있다. 이란이 온다면 한강 고수부지(시민공원)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원정에서도 이란은 조명탑 없는 훈련장을 내주고 20분이면 이동하는 거리를 40~50분 거리에 내줬다. 경기 당일에는 종교 행사를 이유로 한국 취재진 등 관계자들에게 모두 검은 띠를 두르도록 강제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부드러웠다. 2013년 6월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홈경기에서는 나무숲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강동구장을 내줬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성적이 좋았던 스페인과 터키가 훈련장으로 활용했다. 다른 일반인들의 사용 시간을 줄여주는 등 적극적으로 배려했다.

이번에는 장소가 서울로 달라졌다. 이란은 서울이 익숙한 편이다. 2009년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경험했던 장소다. 이번에는 김포국제공항 인근의 특급 호텔을 숙소로 사용한다.

웃프게도 서울시 내에서는 훈련할 수 없다. 변변한 훈련장이 없다는 것을 지난 24일 이란 대표팀 선발대가 먼저 들어와 확인했다고 한다. 서울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유치 도시에서도 탈락했는데 제대로 훈련을 할 장소가 없었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나마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은 일반 대관 예약이 밀려 있는 데다 잔디 상태도 좋지 않다. 이란 실사단은 이를 이미 파악해 보조구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축구협회는 이란 선발대의 성화에 장소 섭외를 통해 27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 28~29일 파주공설운동장을 내줬다. 30일은 경기 하루 전이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할 수 있다. 이란 숙소에서 아시아드주경기장은 막히지 않으면 30분, 파주는 4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시설도 이란은 만족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한동안 폭염과 폭우가 반복, 잔디 관리가 어려웠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불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구장 등 다른 후보 훈련장도 제시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주말에 휴식을 취해야 하는 대한축구협회 직원들도 안테나를 세웠다. 얼마든지 장소가 변경 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보고를 받은 뒤 달라질 여지도 있다.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이란이 우리 축구협회 직원의 파견을 거부했다는 점이다. 조금 더 편한 원정 편의 제공을 위함인데 오히려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원정팀은 축구협회 직원을 순수하게 받은 바 있다. 대신 이란은 축구협회 직원이 아닌 통역이 가능한 프리랜서 연락관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요구할 것이 있으면 축구협회에 곧바로 연락하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이란은 이미 최종예선을 통과했지만,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똑같다. 완벽한 무실점 본선 진출을 꿈꾸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과거에 당했던 것들을 다 갚아주고 싶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란은 27, 28일 해외파가 순차적으로 합류한다. 최상의 훈련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지원스태프의 임무지만 과도한 요구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란은 또다시 진상의 늪 앞에 서게 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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