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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내국인? 감독 선임 기준은 있나


홍명보 감독 사퇴 후 우왕좌왕, 행정 난맥상 드러내는 축구협회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가 돼버렸다.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가 뜨거운 여름을 달구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어떤 감독이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축구대표팀을 맡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홍 감독은 지난해 6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맺었지만 월드컵 성적 부진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 자체도 실망 수준을 넘어선데다 부차적인 문제들까지 크게 부각되면서 당초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에도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또 다시 계약 기간을 메우지 못하고 떠나는 한국대표팀 감독이 나와 버렸다.

새 감독을 물색해야 하는 축구협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여론은 학연, 지연, 인맥 등 한국적인 문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인 감독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확보하고 있는지부터가 의문으로 꼽힌다.

한국대표팀은 지난 2007년 핌 베어벡 감독 사퇴 이후 허정무-조광래-최강희-홍명보 등 국내 감독 체제로 운영해왔다. 오랫동안 외국인 감독과의 인연이 끊어진 것이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것처럼 냄새를 피우다가 국내 감독 선임으로 돌아서곤 했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이는 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과 맞닿아 있다. 과거의 축구협회는 특정 에이전시에 의존해 외국인 감독을 물색하면서 스스로 접근 통로를 좁히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실제 국내 사정에 밝은 에이전시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매력을 느껴서 비공식적인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르다. 아시아 축구가 성장하면서 갈 곳이 많아졌기 때문에 (외국 감독 찾기가) 쉽지 않다. 소위 일류 지도자들의 문의가 줄어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월드컵 종료 후 자유로운 신분이 되는 감독들이 쏟아지고는 있으나 이미 다른 국가대표팀이나 유명 클럽팀의 선점 경쟁에서 밀려 버렸다. 홍 감독을 연임시킨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특별한 준비나 움직임도 없었다. 홍 감독 사퇴로 뒤늦게 적임자를 찾기 위해 움직인다고 해도 능력 있는 감독들이 올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당장 축구협회는 급하게 움직여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데이가 9월 초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10, 11월 각각 두 차례 A매치가 더 기다리고 있고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도 치러야 한다.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팀 조직력을 가다듬고 자신의 스타일을 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홍 감독이 잘 보여줬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국내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반대 여론이 절대 우세다. 급한 대로 선임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다 좌절을 맛본 홍 감독의 사례처럼 또 다른 인재를 잃을 수도 있다.

당장 새 감독 후보군에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황 감독은 2008년 부산 아이파크를 시작으로 2011년 포항 스틸러스로 자리를 옮겨 지휘봉을 휘두르면서 탄탄하게 경력을 쌓고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 감독에 대한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스스로 "우리팀 챙기기도 바쁘다"라며 손사래를 칠 정도다.

K리그에서 감독 빼가기라는 모양새가 되풀이될 경우 축구협회는 해묵은 비난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전임 집행부였던 조중연 회장 체제에서 잘 나가던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을 무리해서 대표팀 감독 자리에 앉혔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이 대표팀으로 간 뒤 전북은 팀의 균형을 잃고 말았으며, 최 감독도 월드컵 최종예선 통과라는 성과를 냈음에도 적잖은 상처를 안고 전북으로 복귀했다.

축구협회는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올지, 다시 국내 감독에게 맡길지도 분명하지 않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일단 정 회장님의 생각을 기다리고 있다. 기술위원회 재구성 안이 나오면 그 때 움직일 수밖에 없어서 시간이 조금은 걸릴 것 같다"라고 답답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이번에도 회장님의 생각과 결단을 기다려야 하는 축구협회 집행부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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