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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허슬&플로우]김민 승리, 더욱 값진 이유


혼자 아닌 감독과 포수, 타선 지원 등 팀이 만든 승리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2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김민(19, KT 위즈)의 데뷔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불과 며칠전까지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던 고졸 신인 투수는 1회초부터 147㎞에 이르는 강력한 속구를 연신 뿌렸다. 빠른 와인드업과 공을 던진 이후의 역동적인 모션은 다이나믹했다. 내용에도 두둑한 배짱이 느껴졌다. 경기 전 "1회에 속구만 던지겠다"고 선언한 그는 실제로 1회에 패스트볼만으로 LG 타선을 요리했다. 보통 담력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20살도 되지 않은 투수가 해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흔들리는 장면도 있었다. 그때마다 운이 따랐다. 중전 안타가 될 뻔한 타구는 유격수 심우준이 환상적인 수비로 잡아냈다. 중견수 사이로 빠질 뻔한 타구는 멜 로하스 주니어가 잡아내면서 기여했다. 여기에 타선은 그가 내려가기 전까지만 8점을 지원했다. 신인 투수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김민은 정확히 5회까지만 66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다. 이후 불펜의 난조가 있었지만, 승부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김민은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소 적은 이닝이었지만 어쨌든 좋은 내용과 결과였다. 고졸 신인이 데뷔전에서 선발 승리를 따낸 것은 KBO 역사에서도 7번째다. KBO 연감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이다. 김민은 KT의 1차지명 선수이니, 강백호와는 동기다. 강백호보다 1군에서의 출발은 늦었지만, 이날 경기는 김민 스스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경기가 됐다.

물론 혼자 만든 승리는 아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타선의 넉넉한 지원과 수비에서의 좋은 장면도 마찬가지지만 그를 마운드에 세운 김진욱 감독의 믿음과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6회 김민을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2군에서 (김민의 투구수가) 50~60개 정도가 넘어가면 컨트롤이 흔들린다는 보고를 받았다. 로케이션에서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면서 "6회에 올려도 되지만 만약 주자를 쌓아놓고 내리게 되면 김민에게도 좋지 않다"는 말을 덧붙였다.

만약 6회에 김민이 마운드에 섰다면 70개를 훌쩍 넘겼을 것이다. 물론 2군에서 완투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 위험한 숫자다. 흔들릴 가능성도 적잖았다. 그리고 만약 흔들렸다면 향후 팀의 선발 대들보로 육성해야할 김민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는 위험 부담도 있었다. 김 감독은 이를 꿰뚫어봤다.

이날 배터리를 함께 꾸려 5회까지 김민의 공을 온몸으로 받아낸 이해창도 마찬가지다. 이해창은 이날의 김민을 위해 몇가지 묘안을 짜냈다. 둘이 호흡을 맞추게 되자마자 2군에 있는 포수 그리고 김동영 2군 전력분석관에게 연락했다. "김민이 선발로 나올때 좋았던 모습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이해창은 "배터리를 꾸려서는 아니고 아무래도 벤치에 많이 앉아있다보니까 김민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눙치면서도 "경기 전부터 좋은 이야기, 최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2군에서 모습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제3자가 더 잘 알 거라 생각해서 (김동영) 전력분석관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성격이나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까지 모두 물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해창은 "김민의 데뷔전을 허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살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깔린 것이다. 그는 "김민은 아직 어리고 앞으로 기회도 많은 선수다. 선발승을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인의 공이 아니라 이상한 공만 던지다가 내려가는 것보다 본인의 공을 100% 던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2군에서 좋았던 때의 패턴도 있을 것이다. 그걸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면서 "그렇게 1군에서 똑같이 던지고 나면 후회도 남지 않는다. 또 본인도 스스로 어떤 공이 부족한지, 좋은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세진이나 류희운 같은 KT의 신인급 선수들이 처음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호흡을 맞췄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시행착오, 이를테면 미안함을 느끼며 얻은 해답이었다. 그는 "그 선수들도 2군에서 좋았던 모습, 강점들이 있었을텐데 같이 한 적이 없다보니 어떤 부분이 좋은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면서 "팀이 (신인급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때) 나에게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다. 다음에 만약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그때도 똑같이 물어볼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한창 이해창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 김민이 지나갔다. 김민은 "경기 전에 긴장했는데 해창이 형이 긴장을 다 풀어줬다"면서 "경기 중에도 해창이 형 미트를 크게 벌려줬다. 그것 밖에 안 보여서 정말 미트만 보고 던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 승리의 80%는 해창이 형이 만든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옆에 있던 이해창은 곧바로 손사래를 쳤지만 어쨌든 그의 섬세함과 김 감독의 배려가 없었다면 승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타선의 지원과 수비의 도움까지 함께 했다. 수원 출신 신인의 선발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였다.

조이뉴스24 수원=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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