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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추신수, 코리언 빅리거 2.0시대 '활짝'


[창간11년]류현진 부상 속 야수들 주도…후반기 대폭발…향후 전망 '쾌청'

[김형태기자] 푸르디 푸른 잔디 위에 하얀 공이 총알처럼 날아간다. 미국 중부에서 강정호(피츠버그)가 호쾌한 홈런포로 '스리리버시티'를 열광시키자 남부의 추신수(텍사스)는 우중간을 빨랫줄처럼 가르는 2루타로 '론스타 주민'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메이저리그에 '코리언 빅리거' 열풍이 다시 불었다. '괴물' 류현진(LA 다저스)이 불의의 어깨부상으로 올 시즌을 건너 뛴 가운데 2명의 한국인 타자가 내셔널리그(강정호)와 아메리칸리그(추신수)를 각각 휘저었다. 그간 투수들이 미국 진출의 주류였다면 이제는 포지션 플레이어들이 한국인 빅리거 사의 새 장을 활짝 열고 있다.

◆'최고의 선택' 강정호

지난해 12월 메이저리그를 노크한 강정호 영입전의 주인공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드러나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포스팅시스템 비용 500만2천15달러. 4년 보장금액 1천100만달러, 5년째 구단옵션 550만달러, 합계 5년 2천150만달러의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구단이 '가난한 구단' 피츠버그였다는 사실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곧바로 '무모한 투자가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KBO리그 출신 첫 빅리그 직행 야수. 상위 레벨에선 검증이 되지 않은 유격수를 위해 수천만 달러를 선뜻 안긴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스프링캠프서 강정호가 크게 부진하자 우려는 커져만 갔다. 일각에선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왼 다리를 크게 들어올리는 강정호 특유의 타격폼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모든 게 뒤바뀌었다. 강정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호쾌한 타격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여름 들어 그의 질주는 눈부셨다. 7월 한 달간 타율 3할8푼9리 출루율 4할4푼3리 장타율 6할2푼1리로 대폭발했다.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될 만큼 손색없는 활약이었다. 전반기서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한 강정호는 후반기 들어 무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만 54경기서 타율 3할1푼 11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안정적인 수비도 선보였다. 리그 최고의 내야수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혔다. 시즌 126경기서 타율 2할8푼7리 15홈런 58타점. OPS 0.816으로 승승장구했다. 비록 9월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병살타 처리 도중 상대 1루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살인태클에 왼 무릎 골절상을 입고 시즌을 일찍 마감했지만 KBO리그 출신 야수들의 메이저리그 개척자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시즌이었다.

처음 강정호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미국 언론들은 "미래를 내다본 투자" "알고보니 헐값 계약"이라며 피츠버그의 강정호 영입을 호평했다. 비룩 불의의 부상으로 팀의 포스트시즌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2015년은 강정호에게 절대 잊지 못할 해로 남게 됐다.

◆다시 질주하는 '추추트레인'

지옥에서 빠져나와 천당으로 승천한 시즌이었다. 전반기 내내 부진해 '먹튀'의 오명을 썼던 기억도 잠시, 후반기 들어 추신수는 전혀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후반기 69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 11홈런 44타점, OPS 1.016의 특급 성적을 올렸다. 80경기에 나선 전반기 기록(OPS 0.689)과 상전벽해 만큼 차이가 컸다.

한 미국 매체는 "텍사스가 배리 본즈와 계약한 줄 알았다"고 추신수의 전혀 달라진 후반기를 평가했다. 후반기만 떼어놓고 보면 '타격의 신' 본즈가 연상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장기인 출루능력이 살아나면서 지난해부터 봉인됐던 장타도 터졌다. 시즌 마지막 두 달인 9∼10월 32경기서 타율 3할8푼7리 6홈런 OPS 1.113을 기록하며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재작년 겨울 7년 1억3천만달러 'FA 대박'을 터뜨린 그의 진가가 드디어 나타난 셈이다. "텍사스가 월드시리즈서 우승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란 찬사 속에 레인저스 유니폼을 추신수는 그러나 끝없는 부진으로 새 팀에서의 2014 데뷔시즌을 망쳤다. 123경기에서 타율 2할4푼2리 13홈런 40타점에 그쳤다. 출루율 3할4푼은 2009년 클리블랜드에서 풀타임 주전을 차지한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발목수술로 9월 시즌을 조기 마감한 뒤 절치부심했지만 올 시즌 전반기에도 슬럼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잃어버린 타격감을 되찾으면서 명예회복에 성공한 것이다.

추신수는 지역 언론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으로부터 시즌 결산 평점 A를 받았다. 전반기까지 그를 시큰둥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지역언론의 논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추신수가 아직 안주하기에는 한참 이르다. 계약기간은 아직도 5년이 남아 있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성적의 완만한 하락은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추신수는 아직 죽지 않았음을 증명한 것. 아직도 보여줄 게 많이 남았음을 확인한 점에서 여러모로 고무적인 2015년이었다. '추추트레인'의 질주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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