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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 다음 세대 준비하나


삼성·SK하이닉스 "ASML 지분 인수…결정된 바 없다"

[박계현기자] 반도체 업계가 300mm 웨이퍼에서 450mm 웨이퍼로 넘어가기 위한 핵심투자의 기로에 서 있다.

네덜란드 노광장비 개발업체인 ASML은 지난 9일 인텔·삼성전자·TSMC 등 주요 고객사들에 450mm 웨이퍼용 극자외선(EUV) 노광기 개발과 자사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

ASML이 생산하는 EUV 노광기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장비로 반도체 설비 중 가장 고가에 해당된다. 극자외선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만드는 EUV 노광기는 30나노 이하 미세공정을 실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ASML사의 EUV 장비 도입을 확정한 상태이다. ASML은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양산용 300mm용 EUV를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박성욱 부사장은 "20나노미터 후반대 D램 생산에 EUV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양산용 EUV를 단계적으로 구입하기 위해 현재 ASML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김명호 상무는 "2013년 말이나 2014년 EUV 장비를 이용해 20나노 초반 제품과 10나노급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SML은 이번 공동 투자프로그램을 통해 300mm EUV를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450mm 웨이퍼용 EUV를 개발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각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EUV 장비를 도입하고 개발하는 시기를 알면 각 사가 나노 공정을 혁신하는 일정표를 그려볼 수 있다.

ASML의 일정표에 따르면, 2014년에는 18nm(나노미터) 공정이 가능해지며 2019년에는 7nm 미만 공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ASML 측은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41억9천만유로(한화 약 5조8천억원)에 25%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의 공동 투자프로그램을 제안했다"며 "다음 세대 기술 도입을 앞당기고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재정적인 허들을 장비 공급업체와 고객사가 함께 넘어갈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가장 먼저 이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하고 최대 5년간 총 41억달러(한화 약 4조7천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ASML 지분의 9.99%를 인수할 예정이며, ASML 임시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추가로 5%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이밖에 인텔은 향후 5년동안 ASML에 8억2천900만유로(한화 1조1천523억원)의 R&D 비용을 지원하며, 이 중 3억유로는 EUV 장비 개발에, 5억유로는 450mm 공정용 장비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ASML과 인텔은 이번 공동 개발프로그램을 전자업계의 대표적인 법칙인 무어의 법칙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메모리의 용량이나 CPU의 속도가 약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인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수석 부사장은 "실리콘 웨이퍼 크기가 커지고 EUV를 통한 노광 기술이 발전하면 무어의 법칙을 실현해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웨이퍼 사이즈가 다음 세대로 전환될 경우 약 30~40%의 다이 코스트(웨이퍼 한 장당 생산비용)가 절감되며 300mm 웨이퍼에서 450mm 웨이퍼로 전환될 경우에도 비슷한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음 세대 웨이퍼 사이즈 전환이 빨리 이뤄져 생산성 향상이 이뤄질수록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에 엄청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8월 중순 답변할 것"…SK하이닉스 "제안은 왔지만…"

인텔이 15% 지분 취득을 결정하면서 삼성 등 다른 고객사들 몫으로 10%의 투자 대상 지분이 남았다. 삼성이 ASML 지분 투자를 결정할 경우 최소 2조원 이상의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ASML은 고객사들에 이 달 초 45일 이내 답변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결정시기는 늦어도 8월 중순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김명호 상무는 지난 2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ASML사가 제안한 450mm 웨이퍼용 EUV 공동 개발과 투자 제안은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예정된 25조원의 설비투자액 중 56%에 해당하는 약 14조원을 상반기 집행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에는 9조7천억원,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에는 2조6천억원이 집행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 할당된 설비투자액은 11조원 정도로, ASML 투자를 결정할 경우 연간 투자금액 내에서 집행되는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ASML은 SK하이닉스에도 투자 관련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우리도 ASML로부터 안내가 왔지만 현재로선 결정된 바가 없다"며 "ASML 측에서 이번 공동 투자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장비를 공급받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반도체 설비가 300mm 웨이퍼용으로 전환되기까지 14년간 약 120억달러가 투자됐으며, 450mm 웨이퍼용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선 새롭게 150억달러(한화 약 17조원)~200억달러(한화 약 22조7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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