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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시장 '심폐소생술' 검토… 22일 당정협의


DTI·LTV 규제 완화 '날 선 공방'

정부가 다시 한 번 부동산 시장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장 살리기를 요구하는 정치권 안팎의 기류가 그 만큼 거세다.

관건은 핵심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여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5천만원을 넘으면 서울은 50%, 인천·경기 지역은 60%가 적용된다. 강남 3구는 종전과 같이 40∼50%를 유지하고 있다. LTV는 강남 3구가 40%, 수도권 나머지 지역이 50%다.

정부는 7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대출 규제를 건드릴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상을 점치고 있어서다.

그러나 시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3월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기간을 늘리기로 했을 때도, 연초 고용증대 세액공제 제도를 되살릴 때에도 정부는 외풍을 맞고 '반대'에서 '찬성'으로 급하게 입장을 돌렸다. 당정과 업계의 포화를 동시에 받고 있는 정부의 처지가 꼭 그 때와 같다.

◆거래 '뚝'… 얼어붙은 시장

시장 상황을 보면 부동산 경기를 살릴 묘안이 필요하다는 '민원'도 나올 법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가 뿐 아니라 실거래가가 급강하 중이다.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로 보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77㎡(23평) 거래가는 두 달 새 1억 2천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거래 가격은 8억 6천700만원에서 8억 9천만원 사이였다. 이 아파트가 9억원 아래에서 팔린 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거래가에 큰 차이가 있지만, 이런 현상은 강남권 밖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호가 2억 8천만원, 실거래가 2억 5천만원 수준이던 관악구 서원동의 77㎡(23평) 재건축 아파트는 현재 2억 2천~3천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나마 거래 건수는 한 달 두 세건에 불과하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 조사 결과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 5월 중 신고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3만 2천141건으로 4월보다 26.9% 줄었다. 서울은 30.3%, 수도권은 24.2% 거래가 위축됐다. 최근 4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거래 건수는 66.7%, 59.6% 급감했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靑 "실수요자 불편 없게"

지방선거에 참패한 청와대는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주문한 배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은 이달 초부터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5일 싱가포르에서 기업인들과 만나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분야도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시장에선 이 말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도록 애쓰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읽었다.

17일 부동산 대책을 주요 안건으로 삼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아 불편을 겪는 선의의 실수요자들을 살필 수 있도록 주거안정 측면에서 정책을 검토해 달라"고 했다.

한 주 전 11일 회의에서도 그는 "지방에 가면 건설 경기가 부진해 바닥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라며 "정부가 지방 건설경기 부진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을 내놓으라는 의미였다.

다만 17일 회의에 동석한 전문가들이 DTI와 LTV 규제 완화에는 회의론을 편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지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與 "DTI·LTV 규제 풀어라"

지방선거 참패 요인이 지지층 분열에 있었다고 보는 여당은 보다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 의장은 15일 "DTI와 LTV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분양이 속출해 규제를 좀 풀어도 자산 시장이 과열될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 뒤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도 여당 의원들은 잇따라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40대가 돌아선 건 부동산 금융 규제와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집 값이 떨어지고 거래가 안 되기때문"이라며 "당분간 LTV나 DTI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더불어 보금자리 주택이 부동산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보고 "분양분을 없애고 임대형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당 배영식, 신영수 의원도 각각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건설사의 자금줄을 압박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말을 보탰다.

여당은 22일 당정협의를 통해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정부와 담판을 짓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 '고심'… 또 뒤집나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간다.

국토해양부가 건설업계와 간담회를 열었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도 각각 15일과 16일 주택시장 점검회의, 전문가 대담을 진행했지만 규제를 풀 때가 아니라는 결론에 닿았다.

16일 대정부 질의에서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4.23 미분양 대책이 나온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추가 대책은 이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모두다 내놨다"며 "지금은 기존 대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부족한 점을 파악할 때"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가계부채가 700조원이 넘는데 이 중 절반이 주택담보대출"이라며 "DTI와 LTV 규제를 풀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루 앞서 임종룡 재정부 1차관도 "LTV와 DTI 한도를 당분간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일정 조정,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규모 확대, 흑자부도 가능성이 있는 중견 건설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등도 적극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과거 정부가 입장을 급선회하면서 말을 바꿨던 사례를 고려하면, 당장 금융규제를 건드리지 않더라도 우회로를 찾을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건설업계의 자구책과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손보거나 종전에 발표한 대책의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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