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혼돈의 주택시장"…엇갈리는 통계수치의 심리학


부동산원-KB부동산 조사 방식 차이로 수치 간극 벌어져
내집마련 수요자 "어느 기관 수치 믿는게 좋을지 고민"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집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횡보장세로 돌입한 가운데, 시세를 집계·제공하는 기관간 통계치 간극이 벌어지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은 향후 어떤 흐름을 이어갈지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어느 기관의 통계수치에 무게를 두는 것이 좋을지를 두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공식 집값 통계수치 제공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 시세와 KB국민은행의 시세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강남, 송파 등 서울 동남권 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강남, 송파 등 서울 동남권 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02% 하락했다. 같은 기준으로 KB부동산은 0.05%하락했다. 일주일 전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이 0.03%, 0.01% 떨어졌다고 집계했던 것을 고려하면 각각 0.01%포인트(p)씩 하락 폭이 벌어졌다.

수도권으로 지역을 좁히면 한국부동원은 15일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 주 대비 보합이라고 집계했다. 지난 1일까지 마이너스였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 8일에는 0.01%오르며 플러스 전환한 것을 감안하면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비해 KB부동산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이번 주와 지난 주 모두 각각 0.02%씩 하락했다고 공표했다.

서울 지역에 국한하면 KB부동산은 아파트값이 전 주(0.02%)에 이어 15일 기준으로 0.01%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은 0.03% 상승해 지난달 25일부터 4주 연속 상승했다고 공표했다.

KB부동산 시세와 한국부동산원 시세
KB부동산 시세와 한국부동산원 시세

◇엇갈린 시세에 시장 혼란

주간 통계는 변동 폭이 적지만, 주간 통계를 바탕으로 월간 통계가 집계되기에 중요하다. 52주가 누적되면 연간 시세에도 영향을 준다. 더욱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우리나라 주택 가격 통계의 기준인 국가 승인 통계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 시 쓰인다. KB부동산이 집계하는 시세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기준이 되는 시세다.

통계 차이가 벌어질수록 시장을 보는 판단 기준에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서울 중구에 사는 A씨(42)는 "한국부동산원 시세는 실제 거래 가격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변에서도 그렇게 체감하는 사람들도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주간 시세가 기준이 돼 월간 시세, 연간 시세가 나올텐데 시장의 가격의 상승, 하락대로 현실에 제대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 방식에 약보합 집값에 양상 달라져

이처럼 두 곳의 통계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통계 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시군구 기준으로 213개 조사지역을 표본으로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직접 적정 가격을 입력해 매주 시세를 집계한다. KB부동산은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호가가 아닌 거래 가능한 가격을 전수 조사하는 매매 사례 비교법으로 집계한다.

최근 주택시장의 혼란을 겪는 시기란 점도 영향을 끼쳤다. 집값이 오를 때는 두 곳 모두 우상향 하는 집값 통계의 방향성이 달라지긴 힘들다. 현재는 2022년 고점 대비 집값이 낮아진 보합세 수준을 유지해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체적으로 하향 안정 또는 약보합세의 집값의 영향이 있다"며 "최근 집값은 보합을 유지하면서 미세하게 하락 또는 상승 가격에 거래되는 지역이 있어 이를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시세 통계가 실제와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 통계와 관련한 조작 의혹이 일어 현재 재판 중이다.

황관석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전망팀장은 지난해 세미나를 통해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는 실거래지수에 1개월 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확장기보다 수축기에서 상관성이 낮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간 통계는 잠정치로 공표하고 월간 자료가 생성되는 시점에 주간 통계 자료를 확정치로 보정하는 방안이나 비공개 전환 후 참고자료로 활용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혼돈의 주택시장"…엇갈리는 통계수치의 심리학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