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손목시계, 기네스북에 오른 초소형 로봇, 단종된 디지털카메라, 우주선에 실린 프린터, 4K 프로젝터.'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에 있는 세이코엡손(엡손) 본사에는 1942년부터 2023년까지 엡손의 80여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노즈쿠리 박물관이 있다. 23일 찾은 이곳에서는 엡손의 도전, 성공과 실패를 모두 볼 수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1940년대 엡손의 전신인 다이와코교 사업장의 미니어처가 가장 눈에 띄었다. 개보수 되긴 했지만 일부 건물은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엡손 본사가 80년간 지역사회와 공존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었다.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메달에도 엡손의 시계 외장기술이 적용됐을 정도로 엡손과 나가노는 불가분의 관계다.
엡손 관계자는 "엡손은 창립 당시부터 스와시와 협력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며 "지역경제는 물론 환경 캠페인 등 다양한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계회사에 출발한 엡손은 정밀하고 작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제품력을 발판으로 프린터, PC, 카메라, 로봇, 프로젝터 등등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린터나 프로젝터처럼 기업의 캐시카우가 된 제품도 있지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품도 있었다.
1993년 개발된 높이 1cm짜리 초소형 로봇은 엡손, 당시 일본 IT 기업의 도전의식을 볼 수 있는 단면이었다. 이 로봇은 빛을 따라가는 엔터테인먼트용 정도로 개발됐지만 1995년 세계 최소형 로봇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단종됐지만 디지털카메라도 박물관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디카'는 스마트폰 앞에 존재감을 잃었고 엡손은 이를 접었지만 필름을 갈아끼우지 않아도 된다는 자체만으로 당시 혁신인 제품이었다. 엡손은 이 시간도 보존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주선에 세계 최초로 실린 프린터는 엡손의 자부심이었다. 엡손의 프린터는 1998년 우주선에 실려 기록 장치로 활용됐다
엡손 관계자는 "우주선에 프린터가 실리려면 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했던 게 엡손 제품이었다"며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했다.
엡손의 미래도 과거처럼 '고효율', '초소형', '초정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여기에 친환경 요소가 강화되는 점이 핵심이다.
엡손 관계자는 "향후 개발될 프린터나 프로젝터도 전시된 제품처럼 고효율, 초소형, 초정밀에 바탕을 둔 제품이 될 것"이라며 "2050년까지 석유와 금속 등 유한 지하 자원 사용을 중단해 탄소 배출을 없애는 등 가치 실현해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나가노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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