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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오일머니'에 맞선 尹…이재용 카드로 '엑스포 유치' 반전 이끌까


이재용, '부산 엑스포' 유치 특사로 임명…5대 그룹 글로벌 네트워크로 주도권 잡기 나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특사로 앞세워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번 일로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의 왕족 일가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5대 그룹 오너들이 유치전 전면에 나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16일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이사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달 16일 만난 이재용 부회장과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이사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대통령실은 1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 부회장이 조만간 영국에 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과 관련한 질문에 "이 부회장이 추석에 임박해서 구라파(유럽) 쪽에 출장을 가서 몇 나라를 돌면서 그런(유치 지원) 작업을 해주실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따른 발언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영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오는 5일 총리로 취임한 뒤 면담을 갖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를 맞아 3일부터 12일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일정이 없다는 점에서 해외 출장에 대한 부담도 덜한 상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월에도 대통령이 우리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필요하면 특사 파견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특사 파견을 결정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기업 대표들과 관련해서는 알릴 수 있을 때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언제 영국으로 출장을 갈 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해외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출국 일정도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윤 대통령이 이처럼 나선 것은 부산이 현재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부산 엑스포 지지를 표명한 국가는 10여 개 국가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엑스포를 공개 지지한 곳은 50개 국에 달한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밑바탕이 됐다. 사우디는 최근 사우디 왕족과 각료들이 지지국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중동의 개발도상국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일간 알 자지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요르단, 세네갈, 중앙아프리카경제통화공동체(CEMAC),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최근 몇 달 새 지지를 이끌어낸 국가만 30개국에 가깝고, 지지를 표명한 경제공동체 소속 국가까지 포함하면 70개국 이상"이라며 "유치 활동은 특히 2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즈음해 올 5~6월 들어 두드러졌는데 특히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외무장관) 등 왕족들이 ‘올인’하듯 각국을 돌며 유치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반면 부산에 엑스포를 유치하려고 나선 우리나라의 행보는 상대적으로 더딘 모습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앞장서서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왕족이 홍보전에 합류한 사우디에 비해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아직까지 나서지 않았던 데다 각 기업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진구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기원 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진구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기원 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이에 재계에선 다급해진 윤 대통령이 최근 이 부회장을 포함한 5대 그룹 총수들에게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봤다.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이 부회장에게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수시로 해외를 오가며 국가 수반과 정치인은 물론, 구글·모더나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과 교류를 이어왔다.

실제 이 부회장은 2019년 일본 이동통신 경영진, 팀 회트게스 독일 도이치텔레콤 최고경영자(CEO) 등과의 만남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전 업계 주요 임원진과 만남을 진행한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겔 싱어 인텔 CEO, 지난달에는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와의 미팅도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의 오일머니에 대응하기 위해 윤 대통령도 이 부회장을 포함한 5대 그룹 오너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앞세워 총력전에 나선 분위기"라며 "각 오너들이 이끌고 있는 기업들도 기업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홍보에 더 적극 나설 듯 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부회장 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다른 5대 그룹 오너들에게도 글로벌 인맥을 활용한 유치전에 함께 나서줄 것을 바라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역시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이달 중 일본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달 일본을 방문해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엑스포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 지역도 방문할 예정이다. 다만 최 회장은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부산엑스포 유치 공동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 특사 자격이 아닌 민간 위원장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 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각국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직접 조코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지지를 요청했던 정의선 회장은 조만간 유럽과 미국에서 유치 지원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폴란드를 둘러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고, 신 회장은 베트남으로 출국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 첫번째)이 엑스포 박람회 부지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 첫번째)이 엑스포 박람회 부지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각 기업들도 '부산 엑스포' 홍보 활동에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회는 기업별로 전담 마크 국가들을 할당한 상태다. 삼성 31개국, SK 24개, 현대차 20개, LG 10개, 롯데 3개, 포스코 7개, 한화 3개, 현대중공업 2개, 신세계 2개국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이에 맞춰 각국 대사 등 정상들을 만나 교섭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국가는 내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170개국이 참가해 비밀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출석 회원국의 3분의 2이상을 득표하는 나라가 개최지로 결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 오너들은 각국 정상이 미국 뉴욕에서 한 자리에 모이는 18~20일 유엔 총회 기간 전후를 기점으로 유치전에 최대 총력을 기울일 듯 하다"며 "이번 일을 기점으로 '엑스포 유치전'에서 사우디에 뒤처져 있는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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