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최근 정부는 임차인 보증금 보호책 등이 포함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을 비롯해 종부세 완화, 중과세 폐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세 부담 적정화와 정상화를 도모한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선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세제개편안에서는 실제 실수요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이 돌아갈지, 직장인과 서민층이 아닌 대기업과 자산가 등에 더 유리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의견이 첨예한 상황이다.

다만, '세제개편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은 부동산 시장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임차인들에게 그간 꼭 필요했던 실효성 높은 대책들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일 정부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을 통해 일부 지방 시·군·구에서 전세가율 상승 등 '깡통전세'로 인해 임차인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자체 등에 '주의 지역'으로 통보하고 특별관리한다고 밝혔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구체적으로 정부는 위험 우려가 커지는 지역을 위주로 지자체 합동 위험매물 점검, 중개사 교육(중개사가 인근 주택 시세 수준과 주택 부채비율 등을 의뢰인에게 고지), 이상 거래 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안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해 전세피해도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사회배려 계층 보증료를 추가 할인하고, 보증가입 가능한 보증금 기준도 현행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법 개정을 통해 보증금 상습 미반환 임대인의 명단을 공개하고, 등록 임대사업자의 보증가입 의무 준수 여부도 점검한다. 내년 상반기 시세 정보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 정보 비대칭성 해소에도 앞장선다.

실제 올해 초 취재를 위해 만났던 한 임차인 A씨는 이 같은 전세피해를 당해 무려 2년 동안 직접 변호인을 선임해 15회가 넘는 재판에 출석했다. 임차인 A씨가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보증금 1억원을 이사 당일 돌려주지 않아 A씨는 당장 들어가야 할 집의 보증금을 구하지 못해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다.

특히, 집주인 B씨는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버티다가, A씨 측이 B씨의 계좌를 동결하자 그 즉시 보증금 1억원을 A씨에게 송금했다. 알고 보니 임대인 B씨는 서대문구 일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을 대상으로 약 17채에 달하는 임대사업을 하던 임대사업자였다.

또한, A씨의 사례처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례가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의 변호인은 "B씨의 집에 세입자로 살았던 일부 순진한 대학생들은 법적 대응도 고려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피해만 봤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A씨의 사례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전세자금 긴급대출 등 주거 안정을 조속히 지원하고, 신속한 피해 지원을 위해 오는 9월 지원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원센터는 법률상담 알선, 긴급 금융지원 서비스 매칭 등을 제공한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더군다나 우린 소가 아니라 사람이다"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故박완서 소설가는 한 에세이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을 비롯해 이미 임대시장에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전세 세입자들은 많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같은 피해는 꾸준히 발생할 수 있으며, 정부의 말처럼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이 피해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응책과 피해 발생 이후 막연한 상황에서 지원책에 대한 필요성은 매우 큰 상황이었다.

정부가 일부 상습 악성 임대인들이 시장 질서를 해하고, 세입자들이 무차별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강력한 방안을 들고나온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한 주거지원 울타리를 만들어 세입자의 의무를 다한 죄 없는 임차인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길 기대한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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