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별사] 분명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에곤: 인페르나 벨룸'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한국형 MMORPG'를 표방하는 신작 모바일 게임 '에곤: 인페르나 벨룸(이하 에곤)'이 출시됐다. 흔히 신작을 보면 '사활을 걸고'라는 수식어가 붙곤 하는데 에곤을 둘러싼 상황이 딱 그렇다.

이 게임은 아이톡시가 퍼블리싱하고 과거 '카이저'를 만들었던 패스파인더에이트를 전신으로 하는 라운드플래닛이 개발한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에곤이 의미있는 흥행을 거둬야 아이톡시의 거래 재개에 '청신호'가 켜지고 개발사인 라운드플래닛 역시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던 카이저를 대체할 간판작을 얻게 되는 셈이다.

에곤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한국형 MMO=리니지 라이크'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는데 에곤 역시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정도의 차이가 약간 있을 뿐 그간 출시된 게임들을 해본 엄지족이라면 튜토리얼 없이도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다만 변신 뽑기는 없으며 펫 개념인 '마리온'을 뽑는 요소는 있다. 도감을 채워 스탯을 얻는 시스템 등도 낯설지 않다.

퀵슬롯에 아이템을 지정 후 밑으로 끌어내리면 자동으로 사용하거나 주변 적들을 탐색해 타게팅하는 시스템 등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라면 빠져서는 안 될 요소들도 두루 갖췄다. 초반부터 상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PK가 가능해 이를 통한 분쟁과 과금을 유도하는 이른바 '증오' 유발 설계까지 닮아 있다.

에곤이 답습한 리니지 라이크 게임은 분명 장단점을 지닌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향에 온듯한 편안함과 익숙함을 선사한다는 게 장점이 될테고 반대로 이를 불호하는 게이머들은 절대로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 된다. 또 하나 아쉬운 건 그간 출시된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특색이라도 있었는데 에곤의 경우 이 게임만의 개성을 얼른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리니지 라이크를 지향하는, 지향할 수 밖에 없는 중소 개발사들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이 새롭기만 게임 기획을 내세운 게임의 흥행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실패하면 회사가 휘청일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나름 흥행이 검증된 리니지 라이크라는 길은 '왕도'처럼 보일 수 있다. 무작정 비난할 수만도 없는 이유다.

다만 문제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너무도 많이 쏟아진 탓에 엄지족들의 피로도 또한 적잖이 누적됐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오픈 효과에 힘입어 높은 매출 순위에 일단 찍은 이후 하락곡선을 그렸다면 이제는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반짝' 흥행도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2022년에 출시된 리니지 라이크 게임은 어떨까. 에곤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줄 게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 라이크가 아닌, 보다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도 흥행을 자신할 수 있는 환경이 국내 시장에 뿌리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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