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보자" SAP-한전, SW저작권 '분쟁'


싱가포르 국제상업회의소에 중재 요청 '이례적'

[김국배기자] 독일 소프트웨어(SW) 기업 SAP와 국내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간 소프트웨어(SW) 저작권 관련 분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16일 SAP코리아는 SAP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가 지난 5월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한전을 대상으로 SW 저작권 관련 분쟁 중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SAP가 한국 기업 고객을 상대로 SW 저작권과 관련한 국제 분쟁 중재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경우로 알려진다. SAP는 이번 일로 국내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한전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SAP가 요청한 중재의 내용은 자사 SW 제품에 대한 감사를 하게 해달라는 것. 감사는 기업이 계약에 따라 올바르게 SW를 사용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전은 지난 2005년 SAP의 회사자원관리(ERP) SW를 처음 도입한 이후 10년간 한 차례도 감사를 받지 않았다. SAP는 한전이 계약 외 추가적인 라이선스를 무단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감사를 거부할 이유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2009년 유지보수 계약을 기존 LG CNS가 아닌 한전KDN와 맺은 바 있다. 당시 계약 조항에 '적어도 연 1회 SAP의 표준절차에 따라 감사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SAP코리아 관계자는 "(한전 IT자회사인) 한전KDN의 자체 감사 결과에서도 계약된 라이선스의 10배 규모에 달하는 불법적인 사용 정황이 있었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정확한 감사 자료를 제출하면 될 일인데 한전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사는 31만 개의 전 세계 SAP 고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전은 SAP가 무리한 감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전은 최초 계약 당시 3년간 감사를 실시하지 않으며, 이후 감사할 경우에도 증가된 인원에 대해서만 감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확약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앞서 SAP는 이 건과 관련해 한국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2009년 계약 주체가 한전이 아닌 한전KDN이라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근거를 댔다.

현재 한전은 법무법인 광장을 대리인으로 지정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외국계 SW 기업들의 수익 확대를 위한 사례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 동안 SW 업계에서는 외국계 기업들이 이런 방법을 통해 SW 추가 구매를 유도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관계자는 "글로벌 SW 기업의 권리 남용인지, 국내 기업의 SW 저작권 침해인지가 현재 사실관계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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