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삼성, 동지인가 경쟁자인가


삼성전자와 구글의 관계가 묘하다. 지난 1월 10년 간 포괄적 특허공유 협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해빙무드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뒤이어 삼성이 구글 요구로 SW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제기되면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양대 축인 삼성과 구글. 과연 이들은 혈맹인가? 아니면 경쟁자인가?

글| 김현주 기자 @hannie120 사진| 각사 제공

설 연휴 직전이던 지난 1월 27일. 삼성과 구글이 포괄적인 특허 공유(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 뿐 아니라 앞으로 10년간 출원되는 모든 특허를 공유하겠다는 것. 기술 공유 목적도 있지만 서로 특허 문제를 따지지 않기로 약속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특허 침해 논란이나 특허 괴물 등의 공격에도 공동 대응하자는 게 골자다.

물론 두 회사 모두 세부적인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상태.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업계에서는 특허 문제 뿐 아니라 양사가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 사업의 미래를 위해 결속을 강화한 것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안드로이드 사령부 역할을 하는 구글과 야전 사령관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삼성이 혈맹 관계를 맺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두 회사 역시 공식적으론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 불필요한 경쟁과 소송을 줄이고 혁신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한 것. 뒤이어 구글이 모토로라를 중국 업체 레노버에 매각하면서 하드웨어 쪽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분명 ‘해피엔딩’을 기대함직한 스토리. 하지만 기대도 잠시. 연이어 불길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구글측 요구로 삼성이 자사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 태블릿PC에 삼성 콘텐츠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줄여가기로 결정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삼성이 콘텐츠, 소프트웨어를 포기하고 구글로부터 어떤 것을 얻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삼성 팔목 꺾은 구글?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미디어솔루션센터(MSC)는 최근 구글의 사업과 중복되는 각종 콘텐츠 및 안드로이드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을 점차 줄여가기로 했다. MSC는 삼성전자가 전통적인 제조기반 사업에서 탈피, 통합플랫폼 및 콘텐츠 개발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및 관련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난 2008년 야심차게 탄생한 조직. 이재용 부회장 역시 MSC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관련 인력과 조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최근엔 타이젠 등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왔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연초 신년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등 미래 성장 동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겠다"며 재차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의 행보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MSC가 최근 진행 중인 콘텐츠, 소프트웨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구글과의 협력 대가로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전략이 전면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구글 요청으로 MSC에서 진행하던 콘텐츠, 소프트웨어 과제를 축소하고 있다"며 "기존에도 정부 정책이나 임원 의지에 따라 진행하던 사업을 갑자기 없애거나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강력한 요구를 삼성전자가 수용한 데 따른 변화라는 얘기다.

그는 또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수준급으로 높아지다 보니 구글과 한 단말기 안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면 경쟁하게 됐다"며 "삼성이 단순히 UX 뿐 아니라 음악, e북, 러닝 등과 같은 구글의 핵심사업까지 진출하면서 구글측이 이를 자제시키고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 MSC는 내부에서 각각 운영하던 e북과 러닝사업 부서를 하나로 합친 것으로 나타났다. 별도 운영하며 글로벌 사업으로 키우려던 것을 규모를 대폭 축소, 통합 운영하기로 한 것. 아울러 '글로벌 뮤직 앱'을 목표로 야심차게 시작한 '삼성 뮤직'도 향후 서비스 국가를 크게 늘리지 않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는 우리나라를 포함 유럽, 중동 등 32개 국가에서 론칭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같은 MSC의 관련 사업 재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확인을 거부했다. 또 구글측과의 구체적인 협상 내용 등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바일 기기들에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서비스 및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관련 분야에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차세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제조업만 가지곤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등 관련사업을 축소한다는 건 그간의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는 의미다. 뒤집어 얘기하면 그만큼 구글이 제시한 조건이 매력적이었다는 의미도 된다.

◆크로스라이선스로 어떤 것 주고 받았나

현재로선 삼성과 구글이 어떤 것을 주고 받았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작 가능한 부분은 있다. 두 회사가 포괄적 협력을 선언하면서 경쟁 여지가 있는 사업을 조율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외신들도 두 회사가 사업 부문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IT매체 '리/코드(re/code)'는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매거진 UX'와 관련, 구글측이 삼성과 협의에 착수했으며, 삼성전자가 매거진UX의 변경 혹은 없애는 것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삼성이 자사 소프트웨어를 버리고 구글 앱을 이용해 영화, 음악 등 기타 콘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매거진 UX는 플립보드 및 윈도우 폰의 매트로-모던 UI과 유사한 형태의 사용자환경. 연초 열린 세계최대 가전전시회 CES2014에서 갤럭시노트 프로 12.2 등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에도 수준 높은 기술과 사용자 경험으로 관심을 끈 바 있다.

삼성과 구글간 이번 동맹이 양측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 지원 속에 하드웨어 시장 독점력을 높이고, 구글은 제조업을 포기하는 대신 OS 등 플랫폼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이와 관련, IT전문매체 BGR은 "삼성전자와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미래를 정의하는 파트너가 된다"며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는 안드로이드의 신화는 없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측 협상 내용을 두고 미국 지디넷은 "구글이 삼성의 팔을 비틀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구글, ‘안드로이드 올인’ 약속했나

삼성전자와 구글이 어떤 조건과 약속을 주고 받았는지도 관심사다. 우선 구글이 최근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재매각, 하드웨어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은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와의 신뢰관계 회복을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 제조업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자체 OS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탈 구글'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협상으로 구글이 SW에 집중하는 대신, 삼성전자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반 하드웨어에 보다 집중키로 양측이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장 삼성전자가 앞으로 나올 구글 레퍼런스폰인 넥서스를 먼저 만들도록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향후 출시될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 버전에 타 제조사보다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을 것이라는 것. 또 삼성전자가 타이젠OS를 개발하면서 위협이 됐던 구글 특허 침해 요소를 일시에 해결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집중해 왔던 삼성전자가 타이젠OS를 개발하면서 많은 특허 침해 요소가 발생했을 것"이라며 "크로스라이선스 협약에 따라 이 같은 문제는 일시에 해소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이번 구글과의 협상으로 오히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에 집중, 타이젠OS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타이젠 진영에 균열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 NTT도코모는 타이젠폰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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