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종]한국에선 왜 '스카이프'가 태어나지 못했나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VoIP) 사업자인 스카이프의 해외 사업 부사장인 제프리 프렌티스(Geoffrey Prentice)는 지난 2월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한국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올해 사업 가운데 가장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하다.

스카이프의 한국 가입자가 4월 들어 4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회사는 불과 한 달 전에 1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상반기에 100만명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스카이프의 성장세는 세계적으로 볼 때 더욱 놀랍다. 스카이프의 총 가입자는 9천500만명으로, 곧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루에 22만명씩 새로 가입한다고 한다. 스카이프는 2003년 8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카이프가 국내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키자 국내 포털 사이트들도 부랴부랴 인터넷전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가 1월에 '네이버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다음, 네이트닷컴, 야후 등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그야말로 '격전'이 예상된다. 인터넷전화 시장도 몇 년을 기다린 끝에 올해 본격적으로 꽃을 필 조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돌이켜보면 스카이프보다 훨씬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인터넷전화를 제공하던 기업들이 있었다. 새롬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니유저넷, 큰사람컴퓨터, 무한넷코리아 등이 그들이다. 스카이프와 유사한 소프트폰 제공 업체로는 아이엠텔이란 곳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스카이프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그동안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볼 따름이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기술력이 없어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도 인터넷전화 서비스간 통화 품질의 차이는 거의 없다.

국내에서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전화 업체가 탄생하지 못했던 것은 인터넷전화에 대한 정부 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는 그동안 인터넷전화 시장이 성장하면 기존 유선(PSTN) 시장이 붕괴돼 통신 시장이 혼란스러워 질 것을 우려해 '연착륙'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인터넷전화에서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 경우 오히려 시내전화(3분당39원)보다 비싼 요금(3분당 45원)이 나오게 만들었다. 또한 '망 사용대가'라는 명목으로 영세 인터넷전화 사업자들로 하여금 가입자당 1천500원을 초고속인터넷 기간통신사업자(ISP)에게 내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인터넷전화를 활성화한다고 070이라는 착신 번호를 만들어 놓고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도무지 인터넷전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엿보기 어렵다. 스카이프가 지난 2년간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국내 인터넷전화 업체들은 정통부와 기간통신사업자를 상대로 입씨름을 벌이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하지만 얻은 소득은 별로 없었다.

반면, 지난 2월 국내 진출한 스카이프는 국내 기업들보다 오히려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보란 듯이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넓혀 나가고 있다. 스카이프로 일반전화에 전화를 걸 때는 시내, 시외를 불문하고 분당 21원으로 국내 기업들보다 저렴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국내 인터넷전화 시장을 외국기업에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스카이프는 전세계 1억명 가입자를 무기로 제조사들과 제휴를 통해 다양한 단말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요금뿐만 아니라 단말기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국내 기업들이 경쟁하기에 더욱 버거울 뿐이다.

정보통신부와 기간통신사업자들은 유선전화 시장을 지키기 위해 '연착륙'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때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