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반도체 기업 분사…넘어야 할 산 많네


자금 문제·직원과 주주의 반발 거세…DB하이텍은 물적 분할 추진 철회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운영 자금, 주주와 직원들의 반발 때문에 성사되기 어려운 아이디어라는 얘기다. 실제로 DB하이텍은 분사를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이를 철회해야 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이 주력인 DB하이텍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문 분사를 검토했다가 이를 중단했다.

DB하이텍은 팹리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팹리스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을 추진했다. 그러나 '분사'로 존속회사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5만원대 후반에서 6만원대를 오가던 DB하이텍 주가는 4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분사 검토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7월12일에는 주가가 하루 만에 15.7% 급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화성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

주주들은 존속회사의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이에 크게 반발했다. 소액주주들은 연대를 만든 뒤 물적분할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에도 나섰다.

이들은 비영리 법인을 설립한 뒤 공식 대응을 위해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사측에 요구했다. 사측이 전자가 아닌 책자 형태로 명부를 제공하자 연대 측은 전자명부 열람과 등사를 허용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DB하이텍도 분사를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같이 반발이 크면 주주총회에서 분사안이 통과할지도 장담하기 어렵고 주주들과 법정 공방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DB하이텍처럼 파운드리 분사를 공식적으로 추진한 적은 없지만 '설'에는 시달려 왔다. 삼성전자가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사들이 기밀 유출을 우려해 삼성이 아닌 TSMC라는 선택지를 많이 택하고 있으니 파운드리 사업을 떼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를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본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사업 매출은 94조1천600억원이다. 이중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메모리에서 번 돈으로 파운드리 등에도 투자되는 방식인데 파운드리가 독립하게 되면 이를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부는 화성·평택 캠퍼스에서 동일한 부지를 활용하는 건 물론 건물 내 라인만 달리한 공장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종합회사(IDM)들이 분사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투자, 공장 운영, 직원 반발 등 현실적인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낸드플래시 솔루션 사업부를 분사해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사업)과 합병한다는 소문에 휩싸였지만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당시 노조는 분사로 직원들의 처우가 나빠질 수 있다며 사측에 정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사 시 직원들의 경우 자회사로 간다는 데 불만이 크고 주주들은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내려갈 수 있다며 반발이 많다"며 "내부 구성원부터 주주까지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반도체 기업 분사…넘어야 할 산 많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