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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1400원시대] '환율 리스크 비상'…기업들 수익성 적신호


항공·철강·석유화학 등 피해 우려…환 헤지 등 리스크 관리 총력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천400원을 넘어섰다. 특히 원자재 수입이 많은 기업과 환율 변동에 민감한 항공 등 업종의 피해가 우려된다.

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비해 '환 헤지(hedge)' 금융상품 등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지만,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여파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을 돌파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은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사진=한진 ]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을 돌파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은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사진=한진 ]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천394.2원)보다 15.5원 오른 1찬409.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천40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31일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산업계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환율 변동성에 실적이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항공업계가 대표적으로 환율 리스크가 큰 업종으로 꼽힌다. 항공기는 리스료와 유류비 등 대부분의 고정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높아지면 비용이 커지는 구조다.

항공사의 재무구조도 환율 변동성에 취약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순외화부채가 약 35억 달러(약 4조7천200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변동된다고 가정할 때 약 35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환율이 1천300원에서 1천400원으로 오르면 장부상 3천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284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이 발생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해외여행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확대와 매출 개선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환율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원화 고정금리 차입 확대를 추진하고, 원화와 엔화 등으로의 차입 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달러화 차입금 비중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원자재 수입이 많은 철강업계도 환율 상승은 부담이다. 철강업체들은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통상 제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원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의 '내추럴 헤지'로 환율 변동에 대응한다. 아울러 환헤지 금융상품도 운용한다.

다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가 위축되면서 환율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홀딩스,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승한 원자재 가격을 철강 제품 가격 인상에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여파가 크다.

석유화학업계도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내 석화업체들은 기초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의 수입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린다.

국내 석유화학업체 대부분 나프타 수입 비중이 커 환율 상승은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세도 이어지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조선 등의 업종은 환율 상승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완성차 업계는 환율 상승이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고, 조선업계도 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는 만큼 선박 대금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2분기 환율 상승 효과로 각각 6천410억원, 5천9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증대 효과를 봤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은 환율이 10% 오르면 마진 3.3%포인트(p)가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효과는 해당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수출과 수입 비중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맞을 수 있다"며 "자동차 조선 등 운송장비 산업은 환율 상승으로 마진 개선이 예상되지만, 석탄과 석유제품은 마진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더해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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