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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15년 만의 폭우는 빈자에게 더 가혹했다


[아이뉴스24 유지희 기자]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후 11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내린 비가 한꺼번에 집중되면서 수도권 교통대란뿐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도 발생했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이날 오전 기준 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으며 57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하철 일부 구간은 운행을 중단하고 주요 고속도로는 통제됐다. 11일까지 수도권에 최대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록적인 재난은 취약 계층에 더 가혹했다. 기습적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일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목숨을 잃었다. 인근 주민들이 이들을 구하려 애썼으나 순식간에 집안에 물이 차 참변을 당했다. 이어 1시간 동안 무려 141.5㎜의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에 살던 여성이 집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 여성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있었다.

이번 집중호우는 대비가 쉽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많은 피해를 낳는 게릴라성 호우로, 예측하기 쉽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재난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재난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의 침수 예방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더 큰 피해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침수 피해는 서울 전역에 발생했지만 특히 강남 일대는 이번에도 속수무책으로 물바다가 됐다. 주변 지역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의 지형인 데다가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 부족 탓에 강남은 대표적 침수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총 1조4천억원 규모로 강남 등에 배수구역 경계조정 등의 계획이 담긴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6년 마무리 예정이었던 공사는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의 올해 수방 및 치수 분야 예산은 지난해 대비 약 9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이 같은 폭우가 언제든 예기치 않게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피해가 계속되지 않도록 취약 계층과 상습 침수지역 등을 중심으로 한층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컨트롤타워로써 총제적인 재난 대비책을 내놓아야 한다. 매번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게 아니라 체계적 재난 대비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유지희 기자(yj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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