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스텝] 보험사, 자본확충 등 선제 대응…재무건전성 이상無


RBC 완화 조치에 개선 효과↑…새 회계기준 대응 집중

[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 대책의 일환으로 40년 만에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우려됐던 한·미 금리 역전이 지난 2020년 2월 이후 2년 반 만에 현실화됐다. 이에 한국은행이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은 하반기에도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재무건전성 관리에 분주할 전망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지난 2분기부터 지급여력(RBC) 비율 완화 조치로 숨통이 트이면서 내년 새 회계기준에 대비한 자본확충 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보험사들이 금리 상승기에도 RBC 비율 완화 조치로 숨통 트이면서 내년 적용될 회계기준에 대비한 자본확충에 나선다. 사진은 회계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금융당국, 건전성 리스크 경고…하나손보는 지주서 자금 수혈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지난 27일 1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에 나섰다. 이번 증자에선 하나금융지주가 자회사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약 3천만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앞서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한 대책으로 유상증자를 우선 고려하라고 언급한 이후 처음 증자가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물가, 고환율 등 악조건에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관리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RBC 비율 제도 개선에도 금리 인상 속도가 유지될 경우 자본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위기 시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전사적 자본 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우선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나손보는 지주의 수혈로 향후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손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RBC 비율(잠정)은 1분기와 같은 188.9%를 유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번 1천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한 자본금이 반영될 경우 338.1%로 대폭 향상될 것으로 봤다.

지난 1분기 하나손보 RBC 비율은 188.9%로 지난해 말(203.5%)과 비교해 14.6%p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보다는 웃도는 수준이지만 금리 상승기 등인 점을 고려하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치다.

RBC 비율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사에 일시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 평가 지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양호한 수준이라는 걸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치는 150%,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은 100%로 규정하고 있다.

하나손보 외에도 대부분 지난 1분기 당국의 권고치(150%)를 넘기며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올해 들어 큰 폭의 금리 상승이 이어지며 리스크 우려가 커졌다.

지난 1분기 국내 보험사의 RBC 비율은 209.4%로 지난해 말(246.2%)보다 36.8%p 줄었다. 같은 기간 생보사는 208.5%로 45.6%p 하락했으며, 손보사는 20.9%p 감소한 210.5%로 집계됐다.

보험사 중 당국의 RBC 권고 수준(150%) 이하인 곳은 흥국화재(146.7%), 뮌헨리 손해보험(146.3%), DB생명(139.1%), NH농협생명(131.5%), 한화손해보험(122.8%) 등 5개사다. DGB생명과 MG손해보험은 각각 84.5%, 69.3%로 최소 기준인 100%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들어 RBC 비율이 하락한 건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으로 매도가능증권 평가익이 20조7천억원 감소했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020년 말 1.71%에서 지난해 말 2.25%로, 지난 1분기에는 2.97%로 상승했다.

RBC 비율은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장기국고채금리가 0.1%p 상승할 경우 1~5%p 감소한다. 금리가 오르면 매도가능증권 평가익이 하락해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 금리 인상에 RBC 완화 '숨통'…새 회계기준 선제 대응 '자본확충'

금융당국은 지난 2분기 회계부터 금리 인상기 RBC 비율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LAT(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 잉여액의 40%를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으로 가산하도록 했다. 기존 RBC가 보험사의 부채(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금)를 원가 평가한 것과 달리 LAT는 부채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차액을 통해 자본 부족을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이 완화 조치 이후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생명은 상반기 기준 RBC 비율이 지난 1분기(131.5%)와 비교해 48.8%p 늘어난 180.3%를 기록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에 선제 대응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 대부분은 이미 새 회계기준에 맞춰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계량영향평가)를 시행하며 건전성 관리를 하고 있다.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통해 대비하는 곳도 있다. 하나손보는 이번 증자 추진에 대해 새 회계제도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KB손해보험도 상반기 건전성 강화를 위해 후순위 공모사채 2천860억원을 발행했다. 연내 이사회에서 최대 7천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추가 발행한다고 결의했다. 다만 하반기 RBC 권고치(150%)를 밑돌 경우 검토할 방침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RBC 비율은 198.7%다.

KB손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RBC 완화 조치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금리 인상기에) 오히려 신규 투자 수익률 상승 등 장기적인 자산운용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도 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부터 금리 급등 여파로 앞다퉈 자본확충에 나선 가운데 RBC 완화 조치로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내년 새 회계기준 대비한 자본확충에 나서는 곳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며 "킥스로 바뀔 경우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올해만 넘기자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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