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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힘] 사람이 떠난 자리, 문화로 채우다


낡은 건물에서 찾은 해답, 논산 연산문화창고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사람이 떠나면 상권이 몰락하고 건물은 노후되기 시작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장소는 쇠퇴하고 잊혀지는 곳이 된다. 어느 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인구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지금 다수 지방에서는 벌써 시작됐고, 곧 시작될 이야기다.

사회문제로 대두 된 도심쇠퇴를 마냥 두고 볼 수 만은 없어 시작된 것이 도시재생사업이다. 건물을 새롭게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다시 사람이 모여들게 하자는 취지다. 전국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다양한 지원을 갖추고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이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고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사람의 발길을 잡기엔 부족하다.

다양한 문화체험과 관림을 할 수 있는 논산 연산문화창고 [사진=이숙종 기자]
다양한 문화체험과 관림을 할 수 있는 논산 연산문화창고 [사진=이숙종 기자]

◆ 쌀 가마 가득했던 창고, 이제 문화의 곳간으로

사람이 떠나 죽은 도시 같았던 충청남도 논산시 작은 시골 마을 연산면에 최근 몇 달 사이 다시 사람의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달 문을 연 문화시설이 관심을 모으면서다. '연산문화창고' 라고 이름 붙인 이 곳도 다수의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논산시는 문화공간을 조성하면서 새롭게 건물을 지어 올리지 않았다. 농촌의 유휴시설을 철거·정비 대신 지역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낡은 건물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시는 과거 농민들이 쌀 수매를 위해 지어졌던 연산 미곡창고 5개를 그대로 활용해 각기 다른 매력을 갖춘 문화체험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한때 수확한 쌀로 풍요로움이 가득했을 이곳은 이제 풍성한 문화가 영글어 쌓이는 창고가 됐다.

폐 미곡창고 5개동을 개조해 복합문화시설로 만든 연산문화창고 [사진=이숙종 기자]
폐 미곡창고 5개동을 개조해 복합문화시설로 만든 연산문화창고 [사진=이숙종 기자]

◆ 지역 공동체와 관광객 모두 발길 머무는 곳

연산문화창고는 5개동으로 이뤄졌다. 1동 담쟁이예술학교는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2동 커뮤니티홀에서는 수제 맥주 공방, 공유 주방 등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문화공간을 지속 발전시키고 지역의 관광자원을 가꿔나가려면 지역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고 판단했다. 이미 개관에 앞서 운영한 ‘수제 맥주 학교’, ‘몸의 학교’, ‘커뮤니티 판화 공방’등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성을 엿봤다.

3동·4동은 각각 카페와 다목적홀이며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쉬면서 예술 작품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5동은 기찻길 옆 예술놀이터로 현재 2차 사업이 추진 중이다.

4관 다목적홀에서는 박경종, 찰스장 낸시랭 등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4관 다목적홀에서는 박경종, 찰스장 낸시랭 등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 '다시 봄, 다시:봄' 전시회, 예술 작품 한자리에

연산문화창고 개관 기념으로 오는 30일까지 ‘다시 봄, 다시:봄’을 주제로 다양한 예술 전시가 진행 중이다. 동양화, 사진, 설치, 팝아트, 퍼포먼스, 키네틱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 예술인과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강용면의 설치 작품을 비롯해 김창겸, 낸시랭, 민병헌, 박경종, 사일로랩(SILOLab) 등 11명(팀) 작가가 참여했다.

샤일로랩 키네틱아트 작품 '풍화, 아세안의빛' [사진=이숙종 기자]
샤일로랩 키네틱아트 작품 '풍화, 아세안의빛' [사진=이숙종 기자]

특히 창고 안에서 펼쳐지는 사일로랩의 작품인 움직이는 매체예술(키네틱 미디어아트) ‘풍화, 아세안의 빛’은 보는 이들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옛 창고 골조 그대로인 천장 아래로 무리지어 떠 있는 붉은 풍등이 음악에 맞춰 위아래로 움직이며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바닥 수면 위로 반사 된 풍등은 물결에 아른거리는 불빛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10분 남짓의 관람시간 동안 관람객들은 풍등의 움직임에 단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낡은 창고에 문화를 채우니 사람들이 온다"며 환하게 웃던 지역 주민의 말이 깊이 와 닿는다. 도시재생사업의 바른길을 보여주고 있는 논산시는 창고 안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연산문화창고는 지역주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와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역의 유휴자원을 특색 있는 관광자원으로 전환해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며 “언제든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다시 찾고 싶은 논산, 머물고 싶은 논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논산=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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