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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뱅에 밀리고 핀테크에 쫓기고…은행권 디지털금융化 '비상'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은행 서비스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다"

1994년 빌게이츠의 경고가 현실화되며 시중은행에 위기가 닥쳤다. 뱅킹 서비스는 반드시 은행을 통해야만 제공받을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깨졌기 때문이다. 은행이 아닌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에서도 '네이버통장' '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유사수신 기능이 제공되면서 입출금거래와 송금조차도 은행을 통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을 위협하는 건 유사수신 기능을 내세운 핀테크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시중은행의 자리를 속속 대체하고 있다. 입출금 거래부터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대출까지 100%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시중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업대출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이 넘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시중은행의 지점도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은행 점포는 311개가 없어졌다. 2018년 23개가 줄었지만 2019년에는 57개 줄고 2020년에는 304개가 줄었다. 반대로 지난해 신설 점포는 20개에 그쳤다. 이 중 시중은행이 전체 감소의 74%(230개)를 차지했다. 은행 지점의 역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 온라인거래를 통한 입출금, 자금이체서비스 이용비중은 74.7%에 달한다. 반면 창구 이용률은 5.8%, CD·ATM기 이용률은 3.5%에 그쳤다.

인터넷뱅킹을 통해 자금이체 및 대출신청서비스를 이용한 건수 및 금액도 1천732만건, 70조6천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8%, 19.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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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중은행의 모바일 점유율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월간 앱 이용자 수(MAU)는 1천523만명이며, 토스의 경우 1천400만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경우 모바일인덱스 기준 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이 1천36만명, 신한은행 '쏠 뱅킹'이 948만명, 농협은행 'NH스마트뱅킹'이 884만명, 우리은행 '우리 원 뱅킹'은 597만명, '하나 원큐'는 529만명 수준이다.

은행을 방문해야만 은행거래를 볼 수 있던 시대는 과거에 갇혔다. 은행 지점을 통하던 서비스는 핀테크와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서도 대체가 가능하고, 앱 서비스와 속도 면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소비자는 "은행앱에서 송금부터 증권까지 다 되는 유일한 앱은 인터넷은행뿐"이라며 "다른 금융사 앱은 일일이 접속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9월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금융앱 인기순위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1,2위는 토스와 카카오뱅크가 차지했다. 40대도 2,3위는 토스와 카카오뱅크를 선호했고 50대이상에서도 토스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은 디지털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모바일점유율과 편의성에서 이들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은행업을 넘어선 새로운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존의 은행서비스만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은행에서도 이를 인식하듯 이종산업을 넘나들며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배달플랫폼 '땡겨요'를,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을 통해 은행업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 은행업을 넘는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서비스의 혁신 뿐 아니라 내부 혁신도 따라와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의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데 반해 시중은행은 수직적인 문화를 갖고 있어 혁신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은 내부 보고체계와 같은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핀테크에서 3개월이 걸릴 일이 1년가량 소모돼 개발자들이 기피한다"면서 "은행이 핀테크처럼 변화하는 건, 이 때문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이 인터넷은행 혹은 핀테크처럼 성공하기 위해선 조직을 기존 은행과 철저히 분리해, 그들과 같은 조직문화를 구성해야 하는데 수직적인 문화 탓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은행이 필요한 건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의 참신함을 따라잡을 은행업 이상의 서비스와 이를 실현가능하게 할 내부문화다. 은행스스로 디지털 전환을 외치면서도 이를 막는 내부구조라면 혁신과 고객 모두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에 내어주는 위기를 막을 수 없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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