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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in]"대출 받으려다 P2P 대출업체 차려"


렌딧 김성준 대표 "5% 은행 대출과 20% 저축은행 대출의 틈새"

[김다운기자] P2P 대출업체 중 개인신용대출 부문에서 1위를 기록중인 렌딧의 역사(?)는 의외로 짧다. 지난해 3월 설립됐고 서비스를 론칭한 지는 이제 약 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짧은 기간에 높은 성장을 기록하며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매달 렌딧의 대출·투자 규모는 20~30%씩 증가 추세. 현재까지 대출 규모는 150억원을 넘어섰다.

렌딧 김성준 대표는 서울과학고등학교와 카이스트를 나온 '공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NHN과 올라웍스, 삼성전자 등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IT 전문가인 그가 낯선 분야인 금융, 그것도 이제 막 국내에서 태동하는 단계인 P2P 대출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석사를 하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1년 만에 중퇴하고 온라인 커머스 관련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3년 정도 운영하다 자금이 필요해서 금융권 대출을 받으려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한국 은행들을 돌며 대출을 받으려고 했으나 미국 생활이 길었기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고. 그래서 저축은행을 찾아가니 대출 금리를 22%로 제시했다.

"금리가 5~6%대 수준의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은 저축은행밖에 없는데, 그러면 금리가 확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 대부업체를 찾아가면 20% 후반대까지 나오고요."

본인이 직접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기관을 돌다보니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김 대표는 처음으로 한국 대출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즈음인 2014년 12월 미국에서는 렌딩클럽이라는 P2P 대출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하며 화제가 되던 상황이었다.

김 대표가 시험 삼아 모바일을 통해 대출 신청을 하자, 렌딩클럽은 7.7% 대출 금리를 제시했다. 한국의 저축은행에서 제시한 금리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수준이었다.

그는 "한국에는 왜 중금리 금융기관이 없는지 알아보다 놀랐던 사실은 한국의 신용대출 시장이 미국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라며 "전세제도 영향과 카드론 확대로 1년에 192조원이 신용대출로 신규지급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신용대출 시장이 5%대 아니면 20%대의 극과 극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신용등급 4~6 등급 사이의 중등급 대출자들을 위한 시장은 거의 없었다.

중금리 대출 시장을 노려볼 만하겠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2015년 1월 아예 한국에 자리잡고 렌딩클럽과 같은 P2P 대출업체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스탠포드에서 같이 수학했으며 삼성화재에서 보험계리 업무를 담당하던 박성용 렌딧 운용이사와 삼성화재에서 자산운용과 대출상품개발을 맡고 있던 김유구 상품설계이사와 의기투합해 같은 해 3월 렌딧을 설립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하기 전인 2015년 4월에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업계의 기대를 안고 지난해 5월 렌딧은 정식으로 서비스를 런칭하게 된다.

◆국내 최초 포트폴리오 투자 선보여

최근까지 렌딧을 통해 나간 대출 규모는 150억원, 투자 규모는 110억원 정도다. 지난해 10월 이후 P2P 개인신용대출 부분에서 국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출과 투자 규모가 다른 것은 대출 신청 건에 대해 먼저 렌딧의 자체 자금으로 대출을 집행하기 때문. 미리 대출을 해준 뒤 이를 묶어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다음달에 투자자를 모집하는 형식이다. 대출자들은 투자자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P2P 개인신용대출의 '포트폴리오 투자'는 렌딧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투자 방식이다. 100건 이상의 대출을 한번에 묶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이 포트폴리오 상품을 역시 수십 명의 투자자들에게 나눠서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P2P 대출은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원금보장을 해줄 수가 없으므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산투자"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 포트폴리오에 100만원을 투자하게 되면 100건 이상의 대출에 분산투자하게 되는 셈이므로 한건당 투자자의 투자금액은 몇천원씩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에 연체가 1~2건 발생하더라도 전체 수익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바로 대출심사

한달에 렌딧을 통해 들어오는 대출 신청 건수는 몇백건이지만 이 중 10% 미만만이 대출심사를 통과한다.

김 대표는 "신용등급 1~10등급 중 일반적으로 1~5등급 정도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이며 7~9등급은 대부업체를 이용한다"며 "렌딧의 주 고객층은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 4~6등급 대출자들"이라고 전했다.

대출의 45%는 대환대출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카드론을 받거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20%대의 금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렌딧을 통해 대출을 받은 뒤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케이스다. 렌딧 대출자들의 평균 대출 금리는 9% 수준으로 은행에 비하면 높지만 저축은행보다는 훨씬 낮다.

렌딧을 통해 대출을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온라인에서 신청서 작성을 하는 데에는 2분이 채 안 걸린다. 대출을 원하는 금액, 기간 등을 입력하면 렌딧이 보유한 자체 신용평가 심사모델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바로 금리와 대출조건을 볼 수 있다. 그 후 본인인증용 주민등록증 사본과 소득증빙자료 등을 제출하면 당일날 대출금 지급까지 완료된다.

"대출과 투자 물량을 맞추면서 성장하는 것에 특별히 많이 신경쓰고 있습니다. 대출 나간 물량에 대해 완판할 수 있어야 P2P 회사로서 자산매칭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김 대표는 매달 20~30% 정도씩 대출과 투자 규모를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평균적으로 30% 정도씩 꾸준히 성장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말까지 대출 목표는 월 400억~5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P2P 대출이 이미 약 10년 전부터 발달해온 미국의 경우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8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18%는 소상공인대출, 2%는 부동산대출인 것을 감안해볼 때 국내에서도 P2P 개인신용대출 시장의 성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시장 규모가 크다 보니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리스크가 높은 대신 수익률도 높은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도 있으니까요. 아직 한국은 그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한달에 500~600건 이상 대출건을 다룰 수 있게 되면 렌딧에서도 리스크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렌딧의 연체율은 현재까지 0.33% 정도다. 은행의 부실률이 1% 이하, 저축은행이 6~7%인 것에 비하면 매우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직 만기를 맞은 포트폴리오가 없고 데이터 축적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P2P 대출의 부도율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앞으로 1년은 더 있어야 실질적인 부도율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사들도 P2P 대출에 대한 신용평가 검증은 데이터가 더 쌓인 이후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올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중금리 대출 시장이 더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쟁자가 아니라 같이 시장을 키워나가는 협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 이슈화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우리 같은 P2P 대출업체들도 일종의 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파이를 나눠 먹을 단계가 아니라 파이를 함께 키워나가는 단계라고 봅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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