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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방 IT산업 -4] '개점휴업' 창업보육센터


 

지방 IT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각 대학과 연구소의 창업보육센터(TBI)들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5월 현재 전국 291개 창업보육센터의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은 13.3%.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11%였지만 지방인 비수도권은 14.5%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 IT산업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그 여파가 창업보육센터의 공실률로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 대학교, 노동부, 정통부, 중소기업청 등이 운영 혹은 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는 전국적으로 350~400개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곳이 80~90%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창업보육센터에 대한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 썩은 상처를 가리고만 있을 게 아니라 과감히 드러내 놓고 수술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창업보육센터는 창업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시설과 장비를 지원,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창업자나 스타트업 기업에게 시급한 것은 시설과 장비지원이 아니라 컨설팅과 펀딩이다.

‘고기를 잡아 입에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썰렁한 창업보육센터, 앞이 안보인다

중기청 창업지원과 김위정사무관은 “지방의 창업보육센터의 경우 수도권 지역보다 입주기업을 모집하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보통 지방의 창업보육센터 공실률이 수도권 지역보다 4~5% 더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업보육센터와 목원대 창업보육센터 등 대덕밸리 각 보육기관의 공실률은 10~20%에 이르는 등 썰렁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정보통신연구진흥원내 위치한 ETRI 창업보육센터. 한때 이곳 창업보육센터에는 벤처기업들이 100개를 육박하기도 했다. 지금은 단 18개가 입주해 있다. 예전의 활기가 사라진지 오래됐다.

이는 지난해 ETRI에서 창업한 연구원이 단 1명에 불과하는 등 창업열기 저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보육기업의 감소는 그동안 ETRI 창업보육센터가 빌려쓰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건물을 돌려준 것도 한몫했다.

ETRI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예전에는 서로 입주하려고 로비를 벌이는 등 치열했지만 요즘에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며 썰렁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입주경쟁이 치열했던 옛날은 심사에서 탈락한 기업들이 불만의 목소리가 곧잘 터져 나왔다.

◆ 민간기업 보육센터 '개점휴업'

민간기업 창업보육센터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SK 대덕창업보육센터, 한화석유화학 벤처인큐베이터 등은 현재 입주해 있는 2~5개 기업들의 보육계약 기간이 끝나면 창업보육사업을 전면 중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민간기업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벤처붐이 일었던 지난 2000년경에는 벤처보육투자를 통해 많은 이윤을 얻을 것으로 판단, 보육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애물단지”라고 단정하고 “다른 민간기업 보육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지난 6월 국내외 보육센터협회, 중소기업지원기관과 보육센터간 창업지원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보육기업을 이전하고 공동협력을 추진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창업보육센터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북대 이장우교수(서울벤처인큐베이팅센터장)은 “수도권기업보다 지방IT기업에 현재보다 더 많은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며 “이같은 프리미엄을 통해 지방IT기업이 지역 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송학현 기업지원팀장은 “지방IT기업 활성화는 참여정부의 지방균형발전과 맥을 같이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단기적 처방보다 장기적인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이석봉 부회장은 “대덕밸리의 경우 정부출연연구소와 각 IT벤처기업간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조건이 뛰어나다”며 “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한편 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 "선택과 집중이 필요"

인하대 벤처창업센터는 최근 컨설팅과 해외분원 설립 등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오는 10월 중국 심양시에 센터 분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해외시장 개척만이 대안이라는 판단아래 중국 현지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목적이다.

분원은 중국 현지에서 건축자재 납품을 하고 있는 웨스턴테크닉스와 공동으로 심양 4층건물의 ‘한국it센터'를 설립하게 된다. 이 사업은 정통부, 인천시, 인하대 등의 지원으로 설립, 운영된다. 정부-지자체-대학의 연결고리속에서 설립되는 센터이다.

인하대는 현재 정보학술관을 건립중에 있다. 또 내년초 하이테크관를 짓고 나면 벤처창업관 전체를 IT 창업이나 동아리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와 대학이 손을 잡고 한 분야에 대한 장기적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인하대 김재현 행정실장은 "전국적으로 구성돼 있는 센터를 10분의 1로 줄이고 대신 센터지원 금액을 10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양 갖추기에 급급한 지역별 창업센터는 부실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경쟁력 있는 보육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11월 호주의 CREEDA(크리다) 창업보육센터 방문한 적이 있는데 "우리보다 나은 것은 '펀드'를 운용하는 단 한가지였다"고 말했다.

크리다는 지자체로부터 약 60억원 가량의 자금을 받아 센터내 입주 기업들에게 투자를 한다. 지분 참여는 50%까지로 한정하고 대신 시간제 CEO(회의 시간 등) 형식으로 경영에 일부 간여하고 있었다.

창업보육센터는 기본적으로 ▲시설과 장비지원 ▲컨설팅 ▲펀딩 등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현재 국내 창업센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컨설팅 기능이며 이를 통해 벤처창업자나 신생 벤처기업에게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인천=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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