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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방 IT산업-2] 지역 IT육성 제역할 못하는 지자체


 

지방 IT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지자체들이 IT업체들의 어려움을 방관하거나 오히려 숨통을 조이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경상남도 지역 IT 업체들의 보호막 역할을 하라고 설립된 '가온'은 스스로의 이익에만 몰두해 오히려 이 지역 IT 기업들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춘천시가 97년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권, 기업들과 함께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한 투자펀드회사 '포테이토'는 지난 6년간 고작 1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들어서는 아예 투자를 중단했다. 지역에 투자할 만한 IT업체가 없다는 것이 핑계.

지난 2001년 각 지역의 IT업체들을 지원하는 중심체인 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지자체로 운영주체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진흥원은 지자체에 운영권을 떠넘겼고 지자체는 아무런 준비없이 이 역할을 떠안아 지방 IT산업에 대한 지원은 거의 방치된 상태다 .

◆ 보호막 역할 저버린 '가온소프트'

경상남도는 지난 2000년 지역 IT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해 ‘가온소프트’를 설립했다. 지역 IT 프로젝트를 휩쓸고 있는 서울의 재벌 SI 기업들과 맞붙어 프로젝트를 따낼 역량있는 IT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출발이었다.

경남도와 창원시, 마산시는 이를 위해 18억원을 출자, 총 자본금 35억원의 제3섹터 사업에 들어간 것. '제3섹터'란 민관(民官)이 공동출자해 민간부문의 우수한 정보·기술과 풍부한 자본을 공공부문에 도입해 공동출자 형식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지역 IT 업체들은 가온이 설립취지나 목표와 달리 정상궤도를 벗어난 운영을 하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남인터넷기업협회 김형열 회장은 “지역 IT 업체의 보호막 역할을 하라고 설립된 가온이 스스로의 이익에만 몰두해 오히려 지역 IT 기업이 죽어나고 있다”고 강변했다.

경남도의 중소 IT 기업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라고 설립된 가온이 오히려 지역 중소 프로젝트를 ‘싹쓸이’를 하거나 대기업의 ‘거간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가온은 지난 2000년 이후 도 내에서 46건, 40억6천만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경남도의 자료에 따르면 이중 28건, 18억8천만원 가량을 지역 업체에 할당했다.

그러나 이 지역 IT 기업들은 지역 업체 할당 건수가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고 실제 지역 업체에 할당한 것은 드물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은 “가온이 1천~2천만원 규모의 중소 프로젝트를 수주해가더니 급기야 450만원짜리 초소형 프로젝트마저 챙긴 사실도 확인됐다"며 "대형 SI업체의 지역사무소를 지역 업체로 둔갑시켜 실적에 포함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가온은 지역의 대형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중개료’만 챙기는 거간꾼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에 가온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면서 기존 대기업과 지역 기업의 2단계 하청구조에서 가온이 끼어든 3단계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 이 때문에 지역 IT 기업들의 수익이 더욱 줄어들었다.

한 기업체 사장은 “가온이 출범한 후 하청 업체들 중 상당수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업 관계자들은 가온이 자체 수익얻기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로 대주주 눈치보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남도가 25.7%, 창원시와 마산시가 각각 5.7%를 보유한 가운데 지역 업체인 태광실업이 가온 지분의 20%, 기타 소액 주주가 42.9%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온이 62%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태광실업 및 기타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우선 매출 늘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

경남인터넷기업협회는 “가온과 지역 업체들의 상생을 위해서는 설립취지에 맞게 가온이 기술연구소나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도 소재 IT 기업들이 가온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가온이 설립 초기 자리를 잡기 위해 소규모 사업도 수주하면서 성장을 도모했지만 앞으로 지역 IT 업체들의 혜택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 서울 SI업체의 하청에 '날샌다'

경남지역 IT업체들은 '메카노21' 사업도 운용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한다. 실제 사업 수행과정을 보면 당초 목표와 달리 기술습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카노21 사업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국비와 지방비, 민간자금 등 총 4천284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3차년도까지 투입금액은 2천579억원. 기술개발사업, 인력양성사업, 벤처기업 창업 및 인프라 구축 등 인프라 구축(정보화) 등 총 15개 세부사업으로 나뉜다.

이중 IT 기업이 주축이 된 정보화 사업에는 총 231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1,2차년도(2000~2001년)에 지역 IT 업체가 9개, 3차년도(2002년)에 2개 업체가 참여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시작 당시 지역업체 30% 할당제, 선 컨소시엄 구성, 저가수주 금지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도 기술이전 등 당초 목표와는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는 것.

이렇게 된 이유는 포스데이타가 저가 수주(예상수주가의 60% 수준)를 받으면서 부실 사업을 수행하게 됐고 결국 저가 하청으로 층층이 이어져 향후 프로젝트 유지관리를 위한 기술이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 지역 IT업체들의 얘기다.

한 업체의 사장은 “기술인력을 파견하는 형태로 메카노 사업에 참여했지만 회사 사장조차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고, 단순 노동 작업만 하기 때문에 신기술 습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펀드에도 '찬밥신세'

춘천시는 지난 97년 지역 중소 벤처기업의 지원을 목적으로 '포테이토'를 설립했다. 지본금 30억원 규모로 춘천시(16.67%), 농협중앙회(16.67%), 두산(10%), KT(6.67%) 등 금융권과 기업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2003년 현재까지 지역 업체에 투자한 금액은 1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금액은 고스란히 주머니에 보관하고 있다.

포테이토 김범주 투자사업팀장은 "투자하고 투자금이 회수되면서 다시 투자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방 IT의 경우 투자회수기간이 상당히 길다"고 토로했다.

포테이토는 올해 3월 서울에 사무소를 열었다. 허용봉 기획전략팀장은 "투자하는 성격에서 판로개척을 위한 곳으로 포테이토의 성격을 바꾸면서 서울에 사무소를 열게 됐다"며 "서울사무소는 지역 벤처업체 상품에 대한 영업과 마케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포테이토는 춘천시 문화관광국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시청 담당국장이 지역벤처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업체의 사장으로 있는 셈이다.

포테이토측은 "단체장의 허락이 있으면 가능하다"며 "포테이토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투자의 객관성에 대해서는 "투자를 할 때 이사회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독단적 결정은 있을 수 없다"며 "또 이사회 이전에 교수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포테이토가 지난 6년간 10억원밖에 투자하지 못한 이유는 ▲투자자금 미회수에 따른 여력투자 상실 ▲주주사인 금융권과 기업체의 투자에 의한 제동 등으로 정리된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지방 IT업체의 경우 지자체가 구성한 투자펀드로부터도 찬밥신세를 당하는 설움을 받고 있다.

◆ 지역 IT육성에서 철수한 SW지원센터

정보통신부의 정책 변화 또한 지방 IT업체의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지난 98년부터 전국 18개 지역에 26개의 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설립초기 운영자금은 물론이고 벤처창업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98년부터 시작된 지원센터는 광역시의 경우 7~8명, 중소도시의 경우 3~4명의 진흥원 인력을 파견했다.

지원센터는 ▲저렴한 임대공간 제공 ▲교육장, 회의장 등 IT인프라 제공 ▲컨설팅과 투자유치 연계 등의 사업을 주관했다. 진흥원이 각 지역에 직접 인력을 파견하고 모든 것을 직접 운영하던 시절이었다.

정통부의 정책이 변화한 것은 2001년초.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직접 운영하던 각 지역센터를 지방자치단체로 운영권을 넘긴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다르다. 전주의 한 업체 사장은 "진흥원이 직접 운영하다 부실해지면서 이를 지자체에 떠 안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흥원측은 "각 지역에 따라 특성이 있는데 진흥원이 일괄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운영주체를 각 지자체로 일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 IT업체들은 또 한번 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운영주체가 진흥원에서 지자체로 넘어오면서 중간 단계의 혼란이 가중된 탓이다. 진흥원측 관계자도 "2001년 지자체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운영에 대한 의견교류가 잘 안돼 한동안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로 지원센터의 운영주체가 바뀌면서 각 지자체들은 센터의 운영을 둘러싸고 1년여 동안 '준비기간'이란 명목으로 고유 업무를 방기했다.

2001년 지자체로 일임됐지만 IT전담 진흥조직을 만들고 운영에 나선 것은 2002년부터이다. 약 1년동안 소프트웨어 지원센터의 역할이 사라져 버린 셈이다.

춘천,전주=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창원=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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