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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의 연속…쉴틈 없던 2015 게임세상


넥슨·엔씨 충돌부터 e스포츠 승부조작까지…다사다난했던 2015년

[문영수기자]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도 게임업계는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기 시작한 게임사들간 양극화 현상은 올해도 심화됐다. 중국 등 외산 게임의 시장 압박 또한 본격화됐다. 이러한 시장 위축의 우려 속에 그동안 '게임 죽이기' 모습을 보이던 정치권이 '살리기'로 돌아서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게임업계 '빅이슈'가 연이어 이어진 시기였다. 한국 게임시장의 두 '공룡'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다툼을 벌였고, 게임사들이 자발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을 시행하기도 했다.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이 만방에 퍼지는가 하면, 승부조작으로 e스포츠가 얼룩지기도 했다. 2015년 게임업계를 달군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결별'로 끝난 엔씨소프트·넥슨의 파워게임

2015년의 시작과 동시에 게임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벌어졌다.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두고 넥슨과 엔씨소프트간의 분쟁이 일어난 것.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였던 넥슨이 올해 1월 엔씨소프트에 경영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촉발된 분쟁은 수많은 이슈를 양산하며 게임 시장을 뒤흔들었다. 넥슨은 올해 2월 엔씨소프트에 주주공문을 보내 넥슨이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할 것과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반발했다.

이번 분쟁은 국내 1, 2위 게임사간 충돌이라는 점을 비롯해 평소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대립이 부각되면서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예고된 분쟁이기도 했다. 양사는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를 위해 2012년 '피'를 나눴으나, 인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분쟁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후 추진한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대화 채널이 단절되는 등 양사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왔다.

양사간 분쟁은 지분 싸움으로 흘렀다.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15.08%)인 넥슨과 이를 방어하려는 엔씨소프트간의 대립이 두달 가까이 이어졌다. 급기야 엔씨소프트가 설 연휴 직전인 2월 초 자사주 8.93%를 넷마블게임즈에 3천800억원에 매각, 우호지분을 확보하면서 비로소 분쟁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 연합의 지분이 넥슨 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넥슨의 경영 참여 시도가 무력화된 것.

결국 넥슨이 지난 10월 엔씨소프트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양사간 분쟁과 관계는 비로소 종결됐다. 두 회사의 관계도 애매한 '협력' 관계에서 '라이벌' 관계로 재편됐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자율규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지분 다툼이 일단락돼가던 3월 초 새로운 이슈가 게임업계를 강타했다. 국회 정무위원장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이 게임사들이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해 파장이 일어났다.

'뽑기 아이템' '캡슐 아이템'으로도 불리우는 확률형 아이템은 구매 시 무작위로 고성능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 비용 대비 고성능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게이머들의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온 상품이기도 하다.

정 의원이 발의한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게임사들이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 습득률 공개를 강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을 줄이자는 취지다.

게임사들은 이같은 입법 시도에 강력 반발했다. 매출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큰 데다, 지난해 11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마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규제 철폐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실제로 게임업계는 유료로 구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올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를 올해 7월부터 시행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10월 말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가 발표한 자율규제 모니터링 발표에 따르면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준수율은 90%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 게임 첫 저작권 소송 벌어져

2015년은 모바일 게임 첫 저작권 소송이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영국 게임사 킹닷컴은 국내 게임사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해 서비스 중인 '포레스트매니아'가 자사 '팜히어로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9월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첫 모바일 게임 저작권 소송이라는 점, 킹닷컴의 승소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저작권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관심은 상당했다.

양사는 올해 1월부터 치열한 법정공방을 주고받았다. 원고인 킹닷컴은 게임의 전개 규칙과 배열에 저작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면 저작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피고 아보카도는 두 게임의 전체적인 느낌이 다르고 원고가 지적한 유사성은 모두 아이디어에 해당돼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 킹닷컴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월말 열린 저작권침해금지 소송 선고공판에서 아보카도에게 11억여원 등을 킹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아보카도의 포레스트매니아가 킹의 팜히어로사가의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았으나, 게임 규칙과 진행방식이 상당히 유사한 점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에 반하며 이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고 봤다. 아보카도는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대세로 부각된 모바일 게임 플랫폼 비즈니스

2015년은 모바일 게임의 시대의 서막이 열린 해로 기록될 할 만하다. 2012년 등장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저변을 팽창시킨 '카카오 게임하기'를 주목한 게임사들은 저마다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에 힘썼다. 이들은 30%에 이르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외부 메신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서비스 역량 확보에 주력했다.

모바일 게임 플랫폼은 일단 시장에 안착시키기만 하면 독자적인 이용자풀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이종 게임을 상호 홍보하는 크로스 프로모션 등 마케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성공 사례도 나왔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은 단연 네이버의 '위드 네이버(with Naver)'가 첫 손에 꼽힌다.

국내 최대 검색포털 네이버에 모바일 게임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킨다는 전략을 앞세운 위드 네이버 플랫폼은 올해 초 모바일 게임 '레이븐 위드 네이버'를 성공시키며 카카오 게임하기의 아성을 무너뜨릴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위드 네이버 외에도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 NHN엔터테인먼트의 '토스트 클라우드', 조이시티의 '조이플', 아이덴티티모바일의 '셰프' 등 각기 다른 성능과 지향점을 가진 모바일 게임 플랫폼들이 올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추억을 되살려라' 지적재산권 활용 봇물

올해에는 과거 인기를 누린 온라인 게임 등을 활용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선보이는 이른바 지적재산권(IP) 비즈니스가 활성화됐다. 모바일 게임의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옛 게임이나 웹툰 등의 콘텐츠를 모바일화하는 것이 한층 유리하다는 점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성공 사례도 연이어 나왔다. 웹젠이 올해 4월 서비스를 시작한 '뮤오리진'은 2000년대 국내와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린 '뮤온라인'의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 한달여 만에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를 석권해 눈길을 끌었다. 뮤온라인의 주요 특징과 그래픽 등을 고스란히 재현, 과거 이 게임을 플레이했던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한 결과다.

중국에서 출시 직후 현지 오픈마켓을 석권한 '열혈전기' 역시 국산 온라인 게임 '미르의전설2'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다. 미르의전설2는 2000년대 초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36만8천명을 기록한 온라인 게임으로 뮤오리진과 더불어 지적재산권을 앞세워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이처럼 지적재산권의 파급력을 주목한 국내 게임사들은 앞다퉈 인기 게임의 모바일화에 뛰어들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준비에 한창이고 엔씨소프트는 간판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2종을 개발 중이다. 넷마블게임즈 역시 '리니지2'의 모바일 버전을 내년 공개할 계획이다.

◆달라진 국감…게임 '죽이기'에서 '살리기'로

매년 게임산업의 부정적 측면과 문제점을 지적하며 '게임 죽이기'의 성토장이 됐던 국정감사의 양상이 180도 달라졌다.

올해 9월 세종 정부청사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경쟁력이 급락한 한국 게임산업의 위상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언급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은 2009년 3만535개였던 국내 게임 사업체 수가 2013년 1만5천78개로 5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을 지적하면서 "각종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인한 게임산업이 위축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당 김학용 의원은 중국 게임사 텐센트가 '크로스파이어' 등 국산게임 유통으로 얻은 수익을 토대로 국내 게임기업들에 투자액을 늘려가며 잠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차이나머니'에 대한 문체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예년 국정감사 때와는 사못 대조를 이뤘다. 그동안 국정감사에서는 웹보드 게임의 사행성 우려 및 게임산업의 부정적 측면 등이 공개적으로 지적돼 게임업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게임업계는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오는 중국 게임들과 더불어 체감될 정도로 위상을 잃은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감을 인식한 정치권이 이를 뒤늦게나마 돌려보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e스포츠의 명암 활약한 한국 선수들 승부조작

2015년은 한국 e스포츠의 명암이 두드러진 한해이기도 했다. 세계 최강의 e스포츠 실력을 전세계에 자랑하는가 하면, e스포츠 승부조작이 5년만에 불거지면서 우려를 낳았다.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e스포츠 종목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분야에서 올해 독보적인 성적을 냈다.

지난 10월 한달간 유럽에서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은 두 한국팀 SK텔레콤T1과 쿠 타이거즈간의 승부로 치뤄져 눈길을 모았다. 강력한 라이벌로 손꼽혔던 유럽과 중국 강팀 등을 따돌리고 두 한국팀이 정상에서 만나 실력을 겨룬 것. 우승은 쿠 타이거즈를 세트스코어 3대1로 꺾은 SK텔레콤T1이 차지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LoL 올스타2015' 역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 무대였다. '페이커' 이상혁 등 한국 선수들은 전세계 각국의 내로라 하는 LoL 선수들이 모인 이번 무대에서 기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한국 e스포츠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10월 창원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스타크래프트2'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박외식 프라임 감독과 같은 팀 최병현 선수를 포함한 전·현직 프로게이머, 브로커 총 12명 중 9명을 구속기소, 2명을 불구속기소, 관련 공범 1명을 지명수배했다. 프로게이머는 물론 감독까지 가담한 승부 조작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 e스포츠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2010년 유명 프로게이머가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벌어진지 5년 만에 또다시 승부조작이 벌어지면서 e스포츠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모두 영구제명, 영구자격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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