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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IT 아젠다7 - 1] IT자본시장을 살리자


 

대망의 계미(癸未)년 새해가 밝아옵니다. 새해는 어둠을 밀어제치며 솟구쳐 오르는 저 붉은 태양처럼 밝고 활기찬 일들로 가득 가득 채워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새해에도 우리 앞에는 어김없이 넘어야 할 높은 산들이 놓이게 될 것입니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환경의 변화는 그 속도를 더할 것이고, 의도했던 일들이 예상 외의 변수에 밀려 흔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어려움은 혜안과 용기와 사랑으로 거뜬히 건너 줍시다.

정보통신 분야는 2002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470억달러 정도의 수출실적을 올릴 만큼 우리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우뚝 자리잡았습니다. 올해도 그 위상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심하게 살펴 손보고 고쳐야 할 것도 많습니다. 낡은 제도는 바꾸고 묵은 관습도 고쳐야 합니다. 무엇보다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2003년은 새정부가 출범하는 해입니다. inews24는 2003년 새해에 정부다운 정부, 기업다운 기업, 소비자 다운 소비자가 되기 위해 다듬고 고쳐야 할 것들 중에서 7가지를 추려 'IT 아젠다 7'라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inews24가 IT 분야에서 꼽은 7가지 아젠다는 ▲IT자본시장을 살리자 ▲고사 위기 IT산업기반을 되살리자 ▲벤처에 새 활기를 ▲정부가 바뀌어야 ▲깨끗한 인터넷 ▲한국경제의 IT 재무장 ▲IT로 삶의 질을 높이자 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편집자 주]


'위기에 빠진 IT시장과 기업을 살려내자'

A 게임업체는 올해 문화관광부의 '2002 게임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우수한 게임을 개발하고도 마케팅비용이 없어 이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이 하락하고 IT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면서 벤처투자자금이 말랐고 벤처기업들은 본연의 비즈니스 업무보다 자금을 구하느라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닷컴거품론'이 제기된 지 3년. 세계 IT경기 침체가 시작된 지 3년만에 국내 IT벤처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작금의 현상은 벤처들이 자기 발등을 찍은 결과지만 정부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투자업계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내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코스닥시장이 지수 50선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 바닥권을 맴돌고 투자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벤처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생겨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1세기 우리 경제의 비전은 제조업 중심의 첨단기술 개발과 올해 월드컵과 대선에서 보여준 네티즌을 기반으로 지식중심 국가로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정부는 '21세기 한국 기업의 희망'이라는 불씨가 사그러들지 전에 우수한 기술과 능력을 가진 벤처기업들을 선별해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업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정보화촉진자금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또 차기 정부도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비즈니스와 금융 허브라고 육성하기 위한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IT(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기업 육성과 BT(바이오기술), ET(환경기술) 등 21세기형 사업을 중점 육성 과제로 보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도 "새 정부가 금융 및 자금시장을 독려해 유망 IT벤처기업과 기술을 살려 앞으로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실은 고달프다. 2002년의 해가 저물고 있는 지금 IT 기업의 산실이었던 코스닥은 거품론과 함께 투기장으로 전락했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고 자금시장은 채권이나 예금 등 자산의 안전관리를 지향하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 교수는 "지금처럼 시중자금이 투기적 부동산이나 안전한 은행예금에만 집중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기술력 있고 유망한 벤처들도 몇 년을 기다려 줄 장기 투자자금을 찾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상황을 만든 주범은 물론 IT기업 자신이다. 초기 IT 거품을 타고 천문학적인 투자자금을 유치했던 기업중 적지 않은 수가 비즈니스모델개발에 실패하고 있다.

4천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유치한 내로라하는 벤처기업이 아직 변변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경영권까지 넘겼고 IT경기가 얼어붙자 투자받은 자금으로 업종변신을 꾀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대주주들이 높은 주가가 자신의 지분을 처분하고 도주하는 사례도 양산되고 있다.

투자업계도 머니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연구와 개발, 비즈니스모델 수립 등 벤처업체들이 기업의 본 모습을 갖추는 데 여유를 주지않고 "3년안에 코스닥에 들어가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2002년 한해 코스닥에 진출한 업체가 138개에 이른다. 심사통과율이 50%를 밑돌았던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올해 270여개 이상이 코스닥의 문을 두드렸다는 분석이다. 벤처비리와 관련된 각종 '게이트'와 주가조작 사건도 머니게임의 한 단면이다.

이는 벤처투자위축으로 이어졌고 더불어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마저 식히고 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2001년 말 1만1천392개에 달했던 벤처기업 숫자는 2002년 11월말 2천286개가 줄었다. 한달에 600개씩 늘어났던 벤처기업은 2002년 12월엔 27개가 생겨나는 데 불과했다.

정부의 벤처 및 IT 육성책 또한 잘못됐다. 정부는 외환위기후 벤처기업 육성을 단기 고용대책의 하나로 인식, '수 천억원'을 투입하고 '몇 만개'의 벤처기업을 육성했지만 엄청난 규모의 직접지원금과 세제혜택은 결국 경쟁력 없는 기업의 양산으로 결론났다.

게다가 과거와같은 정부 주도형 정책금융이나 세제 지원책은 기업의 자생력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이다.

그러나 IT산업은 세계 경기의 위축에도 국내 경제가 올해 6%대의 성장과 100억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반도체와 휴대폰, 정보기기의 수출호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수백개의 벤처기업들이 한몫 거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게다가 향후 지구촌은 IT를 바탕으로 하이테크놀러지로 무장한 기업이 주도하고 BT, ET 등 첨단기술이 이끌어가는 등 고도 산업구조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따라서 IT기업들이 유연하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코스닥시장같은 자금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투자자들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벤처기업 특히 유망 IT기업을 탐욕과 비리의 온상이 아니라 '위험과 꿈이 공존'하는 투자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무슨 기업인지도 모르면서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묻지마’식 투자에 뛰어드는 행태는 버려야 한다.

정부는 기술력과 성장성 있는 IT기업들을 선별, 지원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정부는 기업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금융감독원과 코스닥위원회, 시장 관계자들은 유망 벤처기업들이 좀더 쉽게 자금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더불어 무늬만 벤처인 기업을 잘 솎아 내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이에앞서 IT나 벤처 육성을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그나마 최근 코스닥위원회가 진입 심사를 엄격히하고 퇴출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미국 나스닥에 비해 코스닥의 진입장벽이 너무 낮았고 퇴출기준도 미약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나스닥에선 약 19%가 퇴출되었지만 코스닥은 1.3%에 불과했다.

이와함께 대주주들의 전횡과 시세조종 등이 터지며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한 가운데 나온 코스닥시장 건전화 방안은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지만 꼭 필요한 조치였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악몽과도 같았던 2002년에 비해 내년에는 희망의 싹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내년도 IT부문에 대한 성장 예상과 함께 투자역시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있고 '그래도 희망은 IT'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우선 닷컴거품론의 당사자로 거론되던 기업들이 최근 적자폭이 대폭 줄었거나 흑자기조로 돌아서고 있고 정부도 내년 정보화촉진기금 융자사업에 총 3천56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특히 내년에는 융자신청이 수시제로 운영되고 자금의 지원한도를 기업당 30억원으로 늘렸다.

창투사들도 다시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기술투자, 산은캐피탈, LG벤처투자 등 주요 투자전문회사들은 2002년보다 2003년 투자규모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

한국기술투자 윤건수 부장은 "내년 투자규모를 다소 높게 책정했지만 문제는 Y2K(2000년 인식문제), IMT-2000 같은 '테마'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며 "업종별 테마가 이뤄질 경우 투자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기술투자 김주인 팀장은 "투자 기업은 제한적이지만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규모는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가 현 정부의 IT와 벤처산업 육성정책의 기본 틀을 유지한다는 것도 긍적적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 비서실에 IT 수석을 신설하겠다"며 IT 육성의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런 점에서 반도체, 통신장비, 소프트웨어 등 IT 산업을 국가의 성장엔진으로 삼을 공산도 커졌다.

따라서 2002년, 위기에 빠진 IT기업들은 이런 작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벤처기업 본연의 자세를 확립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와 기술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와 투자업계도 유명IT벤처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이 '자금'라는 '희망의 물'을 부어주는 데 인색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자.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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