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업종 무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문제 없나요?'


IT서비스 기업의 태생적 특성 무시한 규제는 "불합리"

[김관용기자] '그룹사 전산실이 태생인 IT서비스 기업들에게는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방침에 IT서비스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어 IT서비스 사업에 부담이 크다는 주장이다.

IT서비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특수관계법인과의 내부거래비중이 30%를 넘는 법인은 2012년 결산분에 대해 오는 7월까지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올해 초 또 다시 관련법이 개정돼 오는 2014년부터는 2013년도의 내부거래 부분 중 15%를 초과한 부분이 과세 대상이 된다.

이 법의 취지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늘리면 총수 일가의 재산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판단해 총수 일가 개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률은 수혜 법인(IT서비스 기업)의 지배주주 및 친척 중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IT서비스 기업 대부분이 이 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IT서비스 기업들의 시스템통합(SI) 내부 거래 비율은 평균 64%로 거의 모든 기업이 30% 이상의 매출을 그룹 내부 일감에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서비스 업계는 '태생적 한계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같은 과세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이나 물류, 광고 등의 업종과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IT서비스 기업이 그룹 총수의 재산불리기나 상속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업종에 대한 고려 없이 IT서비스를 물류나 광고와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IT서비스는 광고나 MRO 등과는 다르게 그룹의 핵심 영역에 관여하는 부분이라 일감을 외부에 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 "IT서비스, MRO나 광고 몰아주기와는 달라"

당초 IT서비스 기업은 그룹 각사의 IT 업무 효율성 제공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각사의 전산실 기능을 분리 통합해 SI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으며 그룹 데이터센터 구축이나 그룹 공통의 IT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업무 효율화를 추진해왔다.그룹 차원의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과 유지 보수 등에 따라 일정 부분 내부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특히 IT서비스 기업들이 구축한 시스템에는 경영 및 사업상의 기밀 데이터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해당 시스템의 운영을 경쟁사에 맡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SK텔레콤의 시스템 유지보수를 주요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SDS나 KT의 SI자회사 KTDS 등에 맡길 수 없듯이 삼성전자나 KT도 SK C&C에 관련 업무를 개방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같은 특성을 감안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의 기업 핵심 업무 분야에 대해서는 내부 거래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바 있다.

ERP시스템은 단순히 회계 재무 시스템만이 아니라 공급망관리(SCM), 생산관리시스템(MES) 등 제품 생산을 포함한 기업 전 분야에 걸쳐 있는 핵심 인프라다. IT서비스 기업들은 이같은 전산 자원을 한데 모아 데이터센터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는 상황. IT서비스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데이터센터 관련 업무에서만 30%가 넘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통합 IT서비스 관리를 위해 대부분의 IT서비스 업체들은 오랜 기간 IT아웃소싱 관리 체제를 발전시켜 왔지만 IT아웃소싱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내부거래로 지적되고 있다"면서 "IT아웃소싱을 타 회사에 넘기면 회사의 모든 핵심 기간 시스템을 외부인이 마음대로 드나들며 영업비밀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공개 시장인 공공 정보화 시장은 입찰 참여가 불가하고 금융 시장은 자체 SI회사를 보유중이거나 입찰에 참여할 시장이 거의 없는 등 시장 참여 기회가 없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그룹내 계열사의 정보시스템 업무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업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 악화되는 기업 이미지 '어찌할꼬'

IT서비스 업계는 이번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최대 지배 기업이나 그룹의 총수 일가가 과세 대상이라 IT서비스 기업 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도 IT서비스 기업들이 느끼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압박은 상당하다. 과세 규모 자체에 대한 부담보다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삼성SDS의 지분 3% 이상씩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과세 대상이다. SK그룹은 SK C&C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현대오토에버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20.1%를 보유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각각 과세 대상이다. 롯데정보통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신영자 롯데 장학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증여세 납세 의무자다.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이번 과세가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수준이 아니라 일감몰아주기라는 명분을 내세워 업체들을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상이 되는 기업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일감 비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업종 무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문제 없나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