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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어 인 런던]⑤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의 '어려운 도전'


[이성필기자] 장애인 선수가 패럴림픽이 아닌 일반 선수들이 출전하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전세계 스포츠계는 여전히 논쟁중이다. 과학의 힘을 빌린 보조기구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논쟁의 한 가운데에 '의족 스프린터'로 잘 알려진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정강이뼈가 없이 태어났다. 생후 11개월부터 다리를 쓰지 못했다. 여섯 살 때 부모가 이혼하는 아픔을 겪었고 열한 살 때 양쪽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사용해왔다. 열다섯 살 때는 어머니가 사망하는 등 모진 삶을 견뎌왔다.

그는 운동으로 고난을 극복했다. 럭비와 수구 선수로 활동하다 육상 선수로 전환해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100m에서 10초91을 기록해 3위를 차지했고, 200m에서는 21초79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가능성은 충분했고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노렸다. 하지만 당시 IAAF(국제육상경기연맹)가 "선수는 어떤 도구의 도움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올림픽 출전의 길이 막혔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를 했고, "의족이 기록 향상에 월등한 이점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정작 피스토리우스는 IAAF가 정한 400m 출전 기준기록인 45초55에 0.7초 모자라 베이징행이 좌절되고 말았다.

피스토리우스는 꿈을 접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그가 사용하는 '플렉스 풋 치타'라는 의족이 비장애인의 다리보다 가볍고 탄성이 강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계속 쏟아졌다. 물론,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순수한 열정을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상당했다.

논란 속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나선 피스토리우스는 400m에서 준결승에 올랐고, 1천600m 계주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계주 결승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값진 은메달이었다.

올림픽 출전 희망은 더 커졌다. 도전을 거듭한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3월 자국 대회에서 45.20으로 출전 기준기록을 넘었다. 그렇지만 이후 나선 대회에서 부진을 거듭해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남아공육상연맹 대표선발 기준에 따르면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2회 이상 기준기록을 통과해야 하고 그 중 한 차례는 국제대회에서 작성한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의 실력과 열정을 인정한 남아공육상연맹은 규정을 손질해 지난 5일 육상 남자 1천600m 계주와 400m에 출전할 대표 선수로 그를 선발했다. 꿈꿔왔던 순간이 이뤄진 것이다.

피스토리우스는 "내 인생에서 믿을 수 없는 순간이다. 행복하다"라며 감격한 뒤 "뭐든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올림픽에서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을 향한 그의 꿈은 부풀어오르고 있다. 의족을 하고 사상 처음으로 서 보는 올림픽 무대에서 그가 내는 기록 자체가 역사이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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