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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산업이 무너진다-2] 위기가 현실로…중견PC 업계 수익성 확보 비상


 

지난 2000년 7월 국내 컴퓨터(PC) 유통업계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전국 대규모 유통망을 구축하며 ‘천하통일’을 외치던 PC유통업체 세진컴퓨터랜드가 자금난을 감당하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면서 끝내 침몰했기 때문.

당시 세진은 자산이 780억원이었지만 부채가 약 5천억원에 달했다. 수익성에 대한 검토 없이 매출 확대만을 시도하면서 얻은 시장지배력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최근 국내 중소PC 업계에도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PC 가격 하락추세가 지난 1∼2년간 고착되면서 가격경쟁을 통해 대기업과 맞서 경쟁력을 확대하던 중소 PC업체들이 시장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별 매출실적을 살펴보면 6월 결산법인인 현주컴퓨터는 지난해 반기(7∼12월)실적이 매출액 1천470억원, 당기순이익 8억원에 그쳤으며 3분기 실적을 마감한 결과 27억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부채비율은 약 252% 수준이다.

현주컴퓨터 관계자는 “3분기 노트북 설계 및 개발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연테크컴퓨터는 1분기 총 4만1천36대를 팔아 매출액 358억8천만원에 영업이익 7억9천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다소 증가했다.

최근 삼보정보통신이 장내 지분 매입을 통해 대주주로 나선 현대멀티캡은 지난 1분기 매출액 314억원8천700만원, 순손실 27억4천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이 전년동기 대비 7% 정도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이퍼컴퓨터는 1분기 매출액이 250억원이지만 순이익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가격경쟁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확대되면서 수익성 발굴에 대한 진진한 고민들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다시 기회가 없다는 인식하에 내부역량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소 업체간 가격경쟁은 아직 심각하다. 최근에는 대기업이 200만원대에 내놓은 펜티엄4 2.0㎓급 제품(17인치 모니터포함)이 99만원에 판매될 정도다.

L사 관계자는 “CPU 가격 인하 부분과 통합보드, 리눅스 운영체제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는 매우 낮은 가격”이라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제품구성 차원에서 마진을 거의 포기하고 판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H업체는 TV홈쇼핑에서 팔리는 타사 제품이 제조원가 이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염가 판매로 고발을 검토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중소PC 업체들은 칼날처럼 박한 이익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상황이다.

중소 PC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가격경쟁 뿐만이 아니다.

중견 PC업체 A 사장은 최근 IBM으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데스크톱PC와 관련해 'IBM PC 설계 및 제조 라이선스’에 대한 로열티를 내라는 것이었다.

이 회사 사장은 처음엔 이걸 꼭 내야 하는 건가 하고 피해갈 생각을 했다가 주변 업체들의 형편을 알아본 후에는 서로 잘 해결해 보자는 식으로 맘을 바꿨다. 자칫 잘못 보였다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A 사장은 “현 시점에서 로열티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며 “비용 부담이 커지면 그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이밖에 기술개발이나 신사업 진출에 대한 투지 비용을 현 수익구조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도 중소PC 업체들이 처한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수익구조에서 중소PC 업체들은 운신의 폭이 줄게 마련"이라며 "획기적인 타개책이 없는 한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PC 시장이 본격적인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PC 업계, 특히 중소PC 업체들은 비수기 돌파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내수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지만 유독 PC 수요만 하락세를보이고 있어 PC업체들은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현주컴퓨터 관계자는 "비수기에는 미진한 영업채널을 강화한다거나 가격인하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잡는 게 상책인데 요즘은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이것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내수시장 정체에 따라 중소PC 업체들이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노트북 사업진출이나 해외시장 개척 등 장기적인 내부역량 강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위기'가 '현실'로 도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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