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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산업 무너진다-1] 국내 PC산업, 희망은 없다


 

국내 PC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PC 제조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판매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또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매달 신제품을 내 놔도 잘 팔리지 않는다. PC 수요를 진작할 만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인 이슈도 없고 기술개발에 대한 고민도 별로 없다.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이다. PC 업계에는 비전도 희망도 없다는 자조섞인 푸념까지 떠돌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IT 경기 침체와 전 세계적인 PC 수요냉각으로 허덕였던 국내PC산업이 올해에도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재 직면한 문제다.

지난해 말,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PC 시장이 5∼10% 플러스 성장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지만 가격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시장 조정기는 언제쯤 그 끝이 보일지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국내외 PC시장 한계상황 도달

4월중 우리나라 컴퓨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7% 성장한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PC본체 수출과는 무관하다. 컴퓨터 품목으로 분류되는 TFT-LCD모니터와 DVR(디지털동영상장치)가 수출호조를 보여 PC수출이 성장을 지속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보였던 것일 뿐이다.

실제로 PC본체 수출은 갈수록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1월부터 4월까지 PC본체(노트북 제외) 수출은 5억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1%나 줄었다.

3월 1억4천500만달러(-44.0%), 4월 1억1천600만달러(-17.6%) 등으로 월별 수치도 감소하고 있다.

내수시장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주요 PC 제조업체들이 집계한 1분기 국내 PC 시장규모는 전년 동기 79만대에 비해 5만대 가량 감소한 74만대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비수기에 접어든 4월에는 전반적으로 전년 동기대비 15%∼24%가량 떨어져 업계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국내 1천200만 가구 중 PC를 1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가정은 지난해 75% 수준에서 올해 80%선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보고는 PC산업이 절정기를 넘어 이제 정체기-사양기에 돌입했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PC수출의 3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은 인구 100명당 PC를 보유하고 있는 숫자가 75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자원부 PC산업 담당인 박종찬 서기관은 "PC산업이 어느 정도 정점에 도달한 게 사실"이라며 "하드웨어적으로 특별한 변화나 이슈가 없고 기존 사양으로도 충분한 활용성을 발휘하면서 수출시장이 정체기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PC산업, 유통 브랜드 사업으로 전락

국내 PC산업은 이미 단순한 유통 사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데스크톱PC의 경우 특별한 기술이나 생산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아 각종 메인보드나 CPU 등 부품을 구매해 간단히 조립하고 상표를 붙여 시장에 판매한다.

노트북PC도 대부분 대만산 제품을 직접 들여오거나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게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노트북까지 조립형태로 생산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다.

PC업체 관계자는 "PC제조에 별다른 생산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업체들이 단순히 상품을 내다파는 유통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생산제조보다는 브랜드를 관리하는 게 요즘 PC 업체들의 핵심사업"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PC제조업체들은 생산라인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외주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외주생산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아귀다툼속 중소PC 업계 구조조정 가시화

PC 업체 관계자는 최근의 국내 PC산업을 '정체된 시장을 놓고 아귀다툼을 하는 형국'으로 비유한다.

전체 PC보급 가구에서 매년 교체수요가 최대 280만대∼330만대 정도인 내수 시장을 놓고 국내외 업체들이 물고 물리는 혈전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경쟁도 워낙 심해 수익성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국내 PC 업체들의 수익률은 대부분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브랜드 PC인 삼성이나 삼보의 경우 5∼7%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주컴퓨터, 주연테크, 세이퍼컴퓨터, 로직스컴퓨터 등 중소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PC 업체 관계자는 "PC 가격이 원가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에서도 가격을 더 치고 내려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며 "TV홈쇼핑 채널의 경우 마진이 제로에 가깝고, 일반대리점 모델도 적정 마진을 챙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3∼4%에 달하던 중견 PC 업체들의 마진율은 최근 업체간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률이 1%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황이 이쯤되자 자금난에 처한 PC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통신 종합솔루션 업체인 삼보정보통신이 28일 중견 PC 업체인 현대멀티캡의 지분 162만주(10.1%)를 장내 매입,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사실상경영권을 전격 확보했다.

삼보정보통신은 지난해 디오시스라는 용산 출신의 PC 업체가 경영권을 인수한 회사로, 이번에 또 다시 현대멀티캡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지분 매입을 통한 회사 인수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현 디오시스 대표이사인 이군희 사장(전 대우 본부장 및 세진컴퓨터 사장 출신)이 멀티캡을 활용해 향후 PC 사업을 어떻게 펼치게 될지 최대 관심사로 떠 오르고 있다.

삼보정보통신 측은 "침체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PC업체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현대멀티캡의 대주주로서 경영참여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각 사업 분야에서 '윈-윈'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며 이번 지분확보 배경을 설명했다.

삼보정보통신은 당분간 현대멀티캡을 공동 경영체제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니스(옛 현대전자) PC 사업부에서 98년 독립한 현대멀티캡은 월 PC 생산능력이 8천대에 달하는 중견 PC업체지만 지난해 PC 경기불황으로 매출 1천556억원에 순손실 310억원을 기록하면서 경영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PC 업계 한 관계자는 "PC산업이 막판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물량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전략을 구사한 업체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며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업체간의 몸부림이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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