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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육성, 기본부터 점검하자-1]'불법복제'만 막아도 경쟁력 회복


소프트웨어(SW) 분야는 올해도 어김 없이 정부의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됐다. 하지만 정작 SW업계는 신성장동력 선정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 SW 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기 때문. 업계는 당장 국내 만연된 SW 불법복제만 바로 잡아줘도, SW 강국 코리아는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아이뉴스24는 시리즈를 통해 국내 SW산업을 멍들게 하는 불법복제 실태를 알아보고, SW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국내의 대표적인 SW업체 대표로 있는 A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SW산업 발전방안을 보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SW산업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신성장동력으로 꼽혔지만 정부가 잊고 있는 게 있다"며 "사실 SW산업의 역량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SW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제시해주면 금상첨화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미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SW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불법SW를 줄이는 것을 꼽았다.

◆"기업용 시장까지 불법복제 만연"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SW불법복제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W 불법복제율은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만 5천400억원에 이를 정도다.

SW 사용자 절반가량이 불법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 피해규모로 따지면 전년 대비 1천억원 상승했으며, 조사대상 108개 국가중 15번째로 높다.

특이한 것은 국내 불법복제율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2%P 하락했지만, 피해액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BSA측은 "불법복제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피해액이 늘어난 것은 경제 규모의확대와 고가의 SW 불법복제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비용적 부담으로 인해 고가의 SW를 구매하기 어려웠던 개인용 시장에 한해 불법SW 거래가 성행했다면, 최근에는 기업용 시장까지 불법복제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V3로 유명한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국내 한 P2P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자사 SW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 P2P 사이트에는 정품 SW에 부여되는 시리얼 넘버까지 공개돼 있다. 그런가 하면 아예 SW 날짜 제한이나 기능 제한을 해제해 불법 SW의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소위 '크랙 버전'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P2P를 통해 거래되는 일부 크랙 버전은 정품에 부여되는 시리얼키가 없더라도 사용할 수 있었으며, 랜덤으로 설정할 수 있는 시리얼키의 특성을 악용해 시리얼키 생성기를 넣어 함께 배포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렇듯 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SW 공유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량이 수만건에 달해 최초 유포자가 누군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IP 추적을 하려해도 개인정보침해 이슈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P 사이트, 불법복제 온상"

실제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올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 22개 OSP(개인간 파일 공유 사이트나 웹하드 등) 사이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 업로드한 건수는 9만여건이고 피해 금액은 1천81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업체는 매스웍스, 오토데스크, 마이크로소프트 순이었다. 또 피해 건수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어도비, 블리자드, 한글과컴퓨터, 오토데스크 순이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역시 P2P 등 파일공유사이트에서 거래되는 불법SW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윈도XP 프로페셔널 버전, 윈도XP 홈 버전 등 운영체제(OS)는 물론 오피스 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의 제품이 P2P 사이트를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

한국MS 윈도 클라이언트 사업부 장홍국 이사는 "P2P 사이트와 웹하드를 통해 불법 거래되는 SW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크랙 버전이 존재한다"며 "시리얼키 생성기를 넣어 배포하는 등 점차 지능화되고 있으며, 어떤 제품의 경우 한 시리얼키로 수백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P2P 사이트를 통한 불법 공유가 성행하고 있다는 현실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불법 SW 사용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소비자 인식이다.

◆'SW=공짜', 소비자 인식도 문제

한국MS는 불법SW 사용이 심각하다고 보고, 지난 9월 '윈도 정품 혜택 알림'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사용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SW의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사용중인 제품이 정품이 아닌 경우, 컴퓨터 바탕화면이 까맣게 된다.

MS가 이렇듯 초강수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윈도 OS의 경우 불법복제률이 가장 높은 제품중 하나기 때문.

한국MS는 사용중인 제품이 불법일 경우 정품을 기존의 절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했지만, 이 캠페인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자로부터 "MS가 강제로 정품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만 쏟아졌다.

한국MS 관계자는 "비용 부담이 있는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불법SW를 정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캠페인이었으나, 공짜 SW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인식을 전환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제값주고 SW를 사용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일반인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불법 제품, 정품 '둔갑'…소비자 피해

온라인을 통한 SW 공유와 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하고 있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온라인을 통해 SW를 구입한 소비자 중 다섯명 당 한명꼴로 불법 복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품이 아닌 제품을 받거나, 임시 불법 사이트로부터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국내 한 SW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정품 제품과 똑같이 위조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크랙을 통해 시리얼 넘버도 부여해 소비자는 정품인 줄 알고 구매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제품은 중고 SW제품을 마치 새 제품인 것처럼 포장해 재판매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SPC 김현숙 팀장은 "온라인으로 SW를 구매할 경우에는 저작권이 없는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불법 제품은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공식 SW 판매처와 브랜드 사이트 등에서 확인을 거쳐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SW 불법복제는 소비자 인식 부재와 온라인을 통한 음성적 거래 증가 등이 맞물려 확대되고 있지만, 정부 등 관련 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산 SW업체 관계자는 "SW산업을 육성하려면 거창한 계획을 내세우기보다 정품 SW구입을 유도하는게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특히 SW는 초기 개발단계에 높은 연구개발(R&D) 자금이 소요되는데, 불법복제로 기술력 있는 제품이 수익성 악화로 사장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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