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내수시장과 격심한 경쟁의 틈바구니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의 벤처기업
들에게 수출은 생존을 위한 돌파구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벤처기업 혼자힘으로 수출길을 개척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사업기회 분석 ▲사업모델 기획 및 추진 ▲협력 파트너 확보 ▲솔루션 현
지화와 마케팅 등 일련의 작업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것. 중국 전문가까
지 거느린 해외사업팀을 둔 기업조차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게 전문 컨설팅 회사를 활용하는 것. 지난 해부터 벤처
들의 중국행이 줄어들면서, 컨설팅 업체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수십개의 전문 업체가 해외로 진출하려는 벤처기업들을 찾고 있
다.
전문 컨설팅 업체들은 튼튼한 현지 네트워크와 법률· 회계 · 경영 지원 인
프라를 총동원해서 여러 위험요인으로부터 벤처를 보호한다. 또 지속적인
파트너쉽을 확보하기 위해 이익을 나누거나, 아예 현지 법인에 대한 지분
투자를 감행하기도 한다.
취재길에 만난 이들도 그랬다. K&C, 사이먼트(전 IT차이나), 소산정보컨
설팅, ACI그룹 등은 모두 현지 시장 조사와 사업 타당성 분석에 바쁜 하루
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중국 고위층 인사와 인맥만을 강조하는 사기성
짙은 일부 업체(브로커 집단)에 대한 경고도 아끼지 않았다.
◆중국 전문 컨설팅 업체, 그들은 누구인가
중국 전문 컨설팅 업체는 두부류로 나눌 수 있다. 유학생이나 파견 공무
원, 대기업 현지 임원, 조선족 2세 등 중국통이 설립을 주도한 게 첫번째
케이스.
소산정보컨설팅의 박정홍 사장(sosan21@sohu.com)은 조선족 2.5세대
로, IT(정보기술)외에 인쇄나 화공 분야 기업 진출도 돕고 있다. 사이먼
트(전 IT차이나, www.it-chinanews.com)는 서울대 출신 유학생 이남주
씨 등이 설립에 깊숙히 관여했으며, 하우리·리눅스시큐리티 등 보안 업체
5개사의 중국 진출을 도운 중현컨설팅은 전 포항제철 중국 담당 임원이 사
업을 돕고 있다. IT차이나는 최근 무선인터넷솔루션업체 VIP모바일과 합
병, ‘사이먼트’로 사명을 바꾸었다.
벤처 인큐베이팅 및 캐피털사업에서 눈뜬 업체들도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하
기 시작했다. ACI그룹은 IT분야 창업투자회사로 시작해서 북경에 사무소
형태로 등록돼 있는 케이스. 중국, 홍콩, 일본, 미국에 시장 조사와 현
지 프로모션을 위한 사무소를 두고, 투자 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
다.
지난 달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벤처 기업 해외 진출 사
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iBFarm(www.ibfarm.com)도 1년여의 현지 조사
와 네트워크 구축 기간을 거쳐 지난 해 중국과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케이
스. 2000년 5월 한국 법인 설립당시 삼성벤처투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도 했다. e삼성차이나와도 업무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벤처진출과 함께했던 역사
중국 진출에 성공한 벤처 대부분은 사업초기 전문 컨설팅업체와 동거동락했
다. 시장 분석 업무만 도움받거나, 포괄적인 진출 업무까지 계약하는 등
상황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헌은 부정하기 힘들다.
한글과컴퓨터 워드프로세서 ‘문걸’의 성공에 이어 베틀탑, 펜타그램 등
을 컨설팅하고 있는 K&C(www.korina.co.kr)나 원거리 화상회의 솔루션
업체 뷰시스템코리아에 투자하고 중국 시장을 조사하고 있는 ACI 그룹은
대표적인 사례.
ACI그룹 지경성 부장(jxchi@sina.com)은 “ACI는 네오위즈, 알타비스
타 코리아 등 한국에서 투자한 30여개 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노
력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비즈니스 컨셉이 아닌 확실한 솔루
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BFarm(www.ibfarm.com)도 북경과 상해, 광동성 심천, 하북청. 길림
성, 강소성 등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고 IT벤처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
다.㈜이스탑, ㈜한국가상현실, ㈜띵크프리, ㈜인포뱅크, ㈜미래넷, ㈜아
이비젠 등 협력 계약을 체결한 벤처만도 20여개에 달한다.
중현컨설팅과 J&Partners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현은 중국에
서 J&Partners는 한국을 거점으로 보안업체, 네트워크 업체의 중국 진출
을 돕고 있다. 하우리·리눅스시큐리티·한국통신인터넷기술·드림시큐리티
등 보안 벤처들이 블루스타 그룹(란싱)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데 가교역
할을 담당한 것. 기산텔레콤, 세아제강 등의 통신 네트워크 장비 수출에
도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국 진출 전략
“중국 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크기만 크다
고 처음부터 수익을 내기만 바란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지요” ACI그룹
지경성 부장(jxchi@sina.com)의 말이다.
시장 파이를 키워간다는 자세로 임해야 된다는 데에는 다른 전문가들도 동
의했다.
K&C 석정호 과장(jade@ korina.co.kr)은 “시장조사 결과 사업기회가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대리점 정책이나 AS문제 같은 후속작업에 철저한 준
비가 필요합니다. 패키지소프트웨어의 경우 불법복제의 천국인 중국에서
일반유통으로 수익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럴 경우 공공이
나 기업시장, 교육센터 비즈니스 등 틈새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소프트웨어 디아블로의 경우도 겨우 2
만장만 팔려나갔을 만큼 중국내 복제는 대중화돼 있다. 이에대한 대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석정호 과장은 “브로드밴드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는 광통신 장비나 IDC
(인터넷데이터센터) 나 PC방 등과 연계한 네트워크 게임, 중소형 ERP(전
사적자원관리) 등 기업용 솔루션이 유망하며, 보안소프트웨어의 경우 합작
사 형태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불결제 제품은 정부규제가
심하고 은행들이 제품 개발과 영업까지 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 벤
처가 당분간 들어오기 힘든 시장”이라고 말했다.
iBFarm 이한수 사장(hslee@ibfarm.com)은 “세세한 항목들은 상황이 급
변하고 있어 언급하기 불가능하지만, 큰틀에서 볼 때 텔레커뮤니케이션,
IT솔루션, 하드웨어,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주요한 분야”라고 지적했
다.
또 “중관촌과 상해장강고과기원구 등 10여개 특별지구들은 정부에서 벤
처 기업과 외자기업 등에 소득세, 영업세, 관세 등 세제 혜택과 통신비 감
액, 수출권 부여, 중국 내 판매 등 혜택을 주고 있어 참고할 필요가 있
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를 조심하라
중국 전문 컨설팅 업체의 남다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명예에 먹칠
을 하는 브로커 집단도 활개치고 있다. 공산당 몇 급을 안다거나, 태자당
출신과 어떤 사이라거나 하는 말로 벤처 CEO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대표적
이다.
사이먼트(전 IT차이나) 최정은 지사장(jabari@163.net)는 “중국을 정말
로 이해하는 전문가들은 위에서 찍어 누르는 비즈니스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한번의 컨설팅으로 수수료를 챙기려는 기업보다는 지
분투자, 매출액 분배 등 장기적인 파트너쉽을 강조하는 회사를 눈여겨 보
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단순히 사무실을 구해주고, 조선족 통역을 붙여주는 게 컨설팅
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정보는 곧 돈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프로를 만
나려면, 그만한 여유와 합리적인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
다.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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